[비즈한국] 케이뱅크가 상장 예비 심사를 통과하면서 코스피 시장 입성에 한 발 가까워졌다. 케이뱅크는 올해 상반기 최대 실적을 내면서 연내 상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케이뱅크 상장은 밀리의서재에 이어 1년 만에 이뤄지는 KT 계열사의 상장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KT는 ‘지주형 회사’ 전환과 함께 계열사의 기업공개(IPO)에 힘써왔는데, 추진 현황도 주목된다.
케이뱅크가 재수 끝에 상장을 위한 첫 문턱을 넘었다. 8월 30일 한국거래소는 케이뱅크의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예비 심사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케이뱅크는 2022년 6월 코스피 예비 심사를 신청해 그해 9월 통과했지만, 시장 침체로 제 값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2023년 2월 상장을 철회했다. 케이뱅크는 올해 6월 28일 다시 예비 심사에 나서 두 달 만에 승인을 받았다.
상장 재도전에 앞서 몸집도 키웠다. 2023년 128억 원에 그쳤던 케이뱅크의 당기순이익은 2024년 상반기 854억 원으로 훌쩍 늘었다. 이는 2022년 당기순이익(836억 원)과 비교해도 최대치다. 상반기 기준 은행 고객은 1147만 명, 수신 잔액과 여신 잔액은 각각 21조 8500억 원과 15조 6700억 원을 기록했다. 케이뱅크는 기세를 몰아 올해 안에 상장한다는 목표다.
케이뱅크의 상장 추진에 모기업 KT의 숙원인 ‘지주형 회사’ 전환이 주목된다. KT는 구현모 전 대표 체제에서 지주형 회사로의 전환을 추진해왔다. 구 전 대표는 2022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지주형 회사 전환에 관심이 있다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BC카드, 케이뱅크 등 금융사를 가진 KT는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상대 업종을 소유·지배하는 것을 금지) 원칙에 따라 법적으로 지주회사가 될 수 없다. ‘지주형’ 회사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다. 사업구조 개편으로 계열사를 사업 부문별로 분리하고, KT는 이들 계열사를 관리하는 식이다. 실제로 구 전 대표 재임 중 미디어·콘텐츠(스튜디오지니), 금융(BC카드), 인터넷데이터센터(IDC)·클라우드(KT클라우드) 관련 계열사를 분할하거나, 사업 분야에 따라 묶는 작업이 이뤄졌다.
KT가 지주형 회사로 전환하려는 건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다. KT 주가는 ‘주인 없는 회사(소유 분산 기업)’라는 지배 구조로 인해 저평가됐다는 평을 받아왔다. 케이뱅크, 밀리의서재 등의 IPO를 추진한 것도 계열사 가치평가를 받기 위해서다. 또 효율적으로 계열사를 관리해 신사업을 키우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상반기 기준 KT 계열사는 49개로, 이 중 9개(KT, 스카이라이프, KTcs, KTis, KT알파, 나스미디어, 플레이디, 지니뮤직, 이니텍)가 상장사다. KT 손자회사인 지니뮤직이 최대주주로 있는 밀리의서재도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이 외에 BC카드, KT스튜디오지니 등의 계열사도 IPO 후보로 꼽힌다.
하지만 구 전 대표가 연임에 실패하면서 지주형 회사 관련 논의는 사라진 상태다. 5개월의 경영 공백 끝에 2023년 8월 30일 김영섭 대표가 새 수장 자리에 올랐지만. 전임 대표 흔적 지우기와 함께 계열사 분리나 신사업 부문 재편 등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우여곡절 끝에 케이뱅크가 상장을 앞뒀지만, 달라진 시장 분위기 속에 주가에 대한 우려는 남는다. 먼저 상장에 나선 KT 계열사 밀리의서재는 규모를 줄여 상장했음에도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밀리의서재는 2022년 2만 1500~2만 5000원이던 공모 희망가를 2023년에는 2만~2만 3000원으로 낮췄다. 공모 주식 수도 200만 주에서 150만 주로 줄여 2023년 9월 27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해 ‘따상(공모가 2배 시초가 후 상한가)’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주가는 내리막을 탔다. 주가는 4일 기준 공모가(2만 3000원) 대비 34% 이상 감소한 1만 5120원을 기록했다. 밀리의서재 외에도 KT 계열사 주가는 모두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동종업계 비교군인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지지부진한 것도 문제다. 카카오뱅크는 인터넷은행 3사 중 가장 규모가 크고 당기순이익이 매년 증가세임에도 주가가 공모가(3만 9000원)의 절반 수준인 2만 원대까지 내려간 상태다. 모기업과 오너의 리스크를 감안해도 하락세가 심하다.
올해 기업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으로 금융지주, 은행의 주가가 크게 오른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에서 플랫폼 업체에 대한 선호도는 약화하고, 전통 은행주는 강세가 지속된다”라고 분석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와의 ‘혈맹’ 관계에 대한 지적도 이어진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케이뱅크 고객 중 절반(49.8%)이 업비트 계좌를 가지고 있을 만큼 고객 확보에 미친 영향이 크다. 케이뱅크 수신에서 업비트 예치금의 비중은 20%에 달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케이뱅크가 업비트와 손잡은 덕에 성장했지만 의존도가 크면 장기적으로 리스크가 된다”며 “향후 가상자산 시장 업황에 따라 케이뱅크 주가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라고 짚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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