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우오현 SM그룹 회장 둘째 딸인 우지영 씨가 최근 개인회사인 태초이앤씨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태초이앤씨는 현재 사주 일가 사익편취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
태초이앤씨는 우 씨의 사임과 동시에 건설사 재무팀장 출신 인사를 회사 신임 대표이사로, SM그룹 지주회사 격인 삼라의 조유선 대표이사를 사내이사로 선임한 뒤 사명을 에이치엔이앤씨(HN E&C)로 바꿨다. 앞서 이 회사는 범현대가 건설사인 에이치엔아이엔씨(HN Inc)를 흡수 합병했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우오현 SM그룹 회장 둘째 딸인 우지영 씨는 지난달 28일 태초이앤씨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다. 태초이앤씨는 우지영 씨가 지분 100%(올해 5월 기준)를 보유한 건설사다. 2017년 7월 자본금 1억 원으로 설립돼 우 씨가 대표이사, 우 씨 남편인 박흥준 SM그룹 정도경영본부장이 사내이사를 맡아 운영했다. 우지영 씨는 현재 태초이앤씨 외에도 SM그룹 지주회사 격인 삼라와 계열사 우방, 삼환기업 등에서 감사직을 맡고 있다.
태초이앤씨는 우지영 씨 퇴임과 동시에 등기 임원을 충원했다. 우 씨가 퇴임한 지난달 28일 고려개발(지금 DL건설) 재경팀장 출신인 함유식 씨를 대표이사로, 삼라 대표이사인 조유선 씨를 사내이사로, 조 아무개 씨를 감사로 신규 선임했다. 아내 우 씨와 함께 회사를 이끌어온 박 본부장은 사내이사직을 유지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로써 우지영 씨와 박흥준 본부장 부부 둘뿐이던 태초이앤씨 등기 임원은 네 명으로 늘었다.
태초이앤씨는 경영진 교체 하루 뒤인 29일 회사 이름을 에이치엔이앤씨(HN E&C)로 바꿨다. 앞서 지난달 27일에는 범현대가 건설사로 분류되는 에이치엔아이엔씨(HN Inc)를 흡수 합병했다. HN Inc는 2017년까지만 해도 매출액 2637억 원, 영업이익 119억 원을 기록한 중견건설사였지만, 2022년 유동성 위기로 수백억대 적자를 기록하며 회생절차를 밟았다. 태초이앤씨는 지난해 5월 법원에서 이 회사 최종 인수 예정자로 결정됐다. 인수가는 150억 원이다.
태초이앤씨는 자본 확충을 위한 포석도 깔았다. 경영진을 교체한 지난달 28일 회사 발행 가능 주식(수권주식) 총수를 기존 8만 주에서 200만 주로 늘렸다. 현재 회사가 발행한 주식은 6만 주로 전량 우지영 씨가 보유하고 있다. 회사가 추가 발행할 수 있는 주식은 2만 주에서 194만 주로 늘었다. 유상증자와 이에 따른 자본 확충 여력이 커진 셈이다. 지난해 말 기준 태초이앤씨의 자본 총계는 -3억 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다.
태초이앤씨는 현재 SM그룹 사주 일가 사익편취 의혹과 관련해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다. 우지영 씨가 운영하는 태초이앤씨가 천안 성정동 아파트 개발 사업 과정에서 SM그룹 계열사 자금과 직원을 부당하게 지원받았다는 의혹이 발단이다. 태초이앤씨는 다른 계열사 돈을 빌리거나 지원받아 사업 용지를 매입하고 각종 비용을 충당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일반적인 조건보다 유리한 조건이라면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사주 일가 부당지원이나 편취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 관계자는 “조사가 진행 중인 것은 맞지만 자세한 진행 상황은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M그룹 관계자는 “확인해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며 “공정위 조사와 관련해서는 조사 결과를 보고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형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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