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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피플] '새우에 고래 삼키게 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무리수

밥캣·로보틱스 합병 한발 물러섰지만…"밥캣 모회사 전환은 계속 추진, 향후 상황 살필 것"

2024.09.03(Tue) 18:13:26

[비즈한국]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주주 반발에 부딪혀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 계획을 결국 철회했다. 불공정 논란 속에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자 주식교환을 통한 두산밥캣의 완전 자회사화를 포기한 것. 그간 ‘합병 철회는 없다’던 두산그룹이 비판 여론을 넘지 못하고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다만 두산에너빌리티 산하에 있던 캐시카우 두산밥캣을 떼어내 적자 두산로보틱스로 옮기는 지배구조 개편은 계속 진행한다. 두산밥캣을 통한 고배당과 로봇 사업 성장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번에 철회한 안은 향후 시장을 지켜본 뒤 재추진을 검토한다는 계획인데, 박 회장이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금융당국과 시장의 비판을 산 지배구조 개편안을 일부 철회하며 수위 조절에 나섰다. 사진=두산그룹 제공


#Character(인물)

 

1962년생인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박용곤 고(故) 두산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두산그룹은 2016년 두산가(家) 4세대 맏형 격인 박 회장이 취임하면서 국내 기업 최초로 4세 경영시대를 열었다. 

 

박 회장은 대일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김인기 전 공군참모총장의 딸 김소영 씨와 결혼해 슬하에 1990년생 장녀 박상민 씨와 1994년생 장남 박상수 씨를 뒀다. 2017년 딸 상민 씨가 LS가 장남 구동휘 LS일렉트릭 부사장과 혼인하면서 구자열 LS 이사회 의장과 사돈이 됐다.  

 

박 회장은 야구 사랑으로도 유명하다. 고려대 재학 중 야구 동아리에서 활동했고, 두산베어스 구단주로서 야구단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Career(경력)

 

박 회장은 1985년 두산산업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유학 후 1992년 오비맥주의 전신인 동양맥주 과장으로 두산그룹에 복귀했고 주류부문 관리담당 상무이사, 두산 관리본부 상무·전무에 이어 두산 상사BG 대표이사 사장, 두산산업개발(현 두산건설)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그룹 요직을 두루 거친 박 회장은 2016년 3월 숙부 박용만 회장의 후임으로 두산그룹 회장 자리에 올랐다. 

 

박 회장은 그룹 내 ‘형제경영’이 본격화된 이래 최장기간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올 3월 주주총회에서 재선임되면서 2027년까지 10년 임기를 확정해둔 상태다. 사실상 1인 총수 체제 장기 집권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두산그룹은 1993년 박용곤 명예회장이 총수에 오른 뒤 박용오, 박용성, 박용현, 박용만 형제가 3~4년 주기로 번갈아 가면서 그룹을 맡아왔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두산타워빌딩. 사진=비즈한국DB


#Capability(역량)

 

박 회장의 역량은 채권단 관리 체제 조기 졸업 과정에서 조명됐다. 20년이 넘는 경영수업을 거쳐 그룹 회장직에 오른 박 회장에게는 녹록지 않은 그룹 상황을 타개해야 하는 책임이 주어졌다. 당시는 중국 건설기계 시장 침체 등으로 주요 계열사들이 잇따라 유동성 위기에 따른 만성적인 현금 부족에 시달리던 시기였다. 여기에 두산건설에 대한 무리한 자금지원으로 두산그룹의 재무구조는 급격하게 악화됐다. 결국 박 회장 체제 아래 그룹은 지난 2020년 초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 약정 계약을 체결, 혹독한 구조조정에 돌입한다. 

 

당시 박 회장은 “경영정상화 및 사업구조 개편에 맞춰 자산매각을 추진하겠다”며 “이 과정에서 (주)두산과 (주)두산의 대주주들은 중공업 유상증자와 자본 확충에 참여해 대주주로서 책임경영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두산그룹은 빠르게 자구안을 이행했다. 두산인프라코어(8500억 원)와 두산솔루스(6986억 원), 동대문 두산타워(8000원), (주)두산 모트롤사업부(4530억 원) 등 보유 자산의 매각 규모만 3조 원에 이른다. 오너 일가의 사재 출연도 이어졌다. 그룹은 큰 폭의 재무개선에 더해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 개선에 힘입어 2년 만에 경영 정상화를 이뤄냈다. 

 

#Critical(비판)

 

박 회장은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 두산밥캣을 자진 상장폐지해 두산로보틱스에 넘기는 큰 그림을 그렸지만 계획이 공개되자마자 시장의 비판에 부딪혔다.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그룹의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에 대한 지주사 두산과 박정원 회장 특수관계인 일가의 지배력 강화다. 이를 위해 ‘분할 합병’과 ‘주식 교환’ 절차를 각각 거치는 게 계획의 골자다. 

 

두산그룹은 이 개편안이 자본시장법 등 관련 법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봤다. 하지만 매출이 184배 많은 알짜배기 두산밥캣을 만성 적자 두산로보틱스에 이관하는 상황은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상황에 비유되며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샀다. 재계 관계자는 “캐시카우 밥캣의 배당을 끌어오려는 유구한 갈망이 있었고 두산로보틱스가 상장을 해 명분도 존재했다. 도의적인 문제는 남아 있지만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합병안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과 정치권도 나섰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두산의 증권신고서를 거듭 반려했고 “증권신고서에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 제한 없이 정정을 요구하겠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국회에서는 합병 비율을 결정할 때 주가와 자산가치, 수익가치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해 합병 가액을 계산하는 내용의 ‘두산밥캣 방지법’까지 발의된 상태다.

 

두산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안 발표 49일 만에 두산밥캣의 완전 자회사화를 포기하는 절충안을 내놨다. 사진=비즈한국DB


#Challenges(도전)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는 지난달 29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 사 간 포괄적 주식교환 계약을 해제하기로 했다. 개편안 발표 49일 만의 계획 일부 철회다. 양 사는 각각 대표이사 명의의 주주서한을 내고 “사업구조 개편 방향이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되더라도 주주 및 시장의 충분한 지지를 얻지 못하면 추진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의 압박과 주주 반발에 한발 물러서는 모습이다. 

 

다만 불씨가 사그라든 건 아니다. 두산밥캣의 상장은 유지하되 모회사를 두산로보틱스로 바꾸는 골격은 유지한다. 두산밥캣이 포함된 두산에너빌리티 신설 법인과 두산로보틱스 간 합병은 계속 진행되는 형태다. 문제는 분할 합병 역시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의 반대가 거세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두산에 분할 합병의 구체적인 의사 결정 과정과 내부 논의를 공개하고, 두산로보틱스에 흡수합병되는 회사의 주당 가치를 재계산해 주주에게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이번 철회안이 두산밥캣 주주 반발을 우선 수습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박 회장의 결단에도 관심이 모인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완전 통합을 통해 시너지를 기대했던 두산그룹은 향후 상황을 지켜보며 재추진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이 정정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만큼, 오는 25일로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 일정은 연기될 전망이다. ​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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