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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개강한 거 맞아?" 서울대 의대 캠퍼스 가보니…

의대생 동맹휴학 이후 복귀 2% 불과, 성적처리·수강등록 기한 연장해 집단 유급 방지하겠다지만…

2024.09.03(Tue) 17:26:42

[비즈한국] 가을 학기가 시작됐지만 의대생들의 복귀율은 꿈쩍하지 않고 있다. 2일 방문한 서울대 의대 연건캠퍼스는 본과 학생이 아닌 대학원생만 간간이 눈에 띄는 모습이다. 학교 수강 신청 시스템에 따르면 본과 2학년이 수강하는 어느 전공필수 과목은 정원이 160명이지만 수강 신청 인원이 11명 남짓에 불과했다. 교육당국이 집단 유급을 방지할 대책을 내놓았지만 의대생들이 호응하지 않아 ‘내년도 의대 1학년 7500명’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오후 텅 빈 서울대 의대 강의실. 전공필수과목인데도 수강 인원은 11명 남짓에 불과하다. 사진=김초영 기자

 

#전공필수 과목인데 수강 인원 ‘11명’

 

2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서울대학교 연건캠퍼스. 수업 듣는 학생들로 붐벼야 할 캠퍼스지만 한산한 분위기만 맴돌았다. 의예과와 대학원은 이날, 본과는 학년별로 앞선 7, 8월에 학기를 시작했다. 이날 유일하게 말소리가 들린 곳은 교육관의 한 강의실이었다. 대학원 수업이 진행 중이었는데, 온라인으로 듣는 인원까지 합하면 60명 내외였다. 강의실 첫 줄부터 가장 뒷줄까지 빼곡히 앉아 있는 모습은 텅 빈 본과 강의실과 대비됐다.

 

학생관 내 강의실에는 본과 수업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서울대학교 수강 신청 시스템에 따르면 2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3학점 전공필수 수업은 정원이 160명이지만 수강 인원은 11명 남짓이었다. 1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동일한 수업도 수강 인원은 7명이었다. 다른 본과 1학년 전공필수 과목을 검색해보니 수강 인원은 1~7명으로 나타났다. 지나가던 학교 관계자는 “오전에는 이곳에서 이론 수업이, 오후에는 다른 건물에서 실습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강의실 건물 외에 샌드위치 가게, 편의점 등도 손님은 거의 없었다. 오리엔테이션 강의를 마치고 나온 대학원생 A 씨는 조심스러워하며 인터뷰에 응했다. 건물 내 인적이 드문 곳에 자리를 잡은 후에야 입을 연 A 씨는 “캠퍼스에 대학원생과 공부, 임상을 같이하는 의사분들만 보인다. 1학기는 어수선한 느낌이 있었다면, 지금은 상황 자체가 안정되고 각자 입장 정리가 다 된 것 같다”며 “친구 중에 학부생이 있는데 듣기로는 복귀가 거의 안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의대 교수 “내년도 신입생도 수업 거부할까 걱정”

 

실제로 지난 2월 동맹휴학 후 복귀한 의대생은 2% 정도에 머문다. 지난달 교육부가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의대생 복귀 현황’ 자료에 따르면 7월 22일 기준 전국 40개 의대 재적생 1만 9345명 가운데 495명(2.6%)만이 수업에 출석하고 있다. 학년별로 살펴보면 예과 1학년의 복귀율이 3361명 가운데 53명(1.58%)으로 가장 낮았고, 예과 2학년과 본과 1~3학년의 복귀율은 2.5~2.8%로 집계됐다. 본과 4학년은 3.4%로 복귀율이 가장 높았다. 

 

2일 오후 동아리 방이 모여 있는 건물의 한 층에 인적이 없다. 사진=김초영 기자

 

앞서 전국의대학부모연합(전의학연​)과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 등은 2학기 등록금 납부 거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전의학연과 경기도의사회는 지난달 15일 ‘의학교육 정상화 호소 궐기대회’를 열고 등록금 납부 거부 퍼포먼스 등을 보였다. 의대협도 보도자료를 내고 “신입생은커녕 재학생의 학습권도 책임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학생들의 복귀를 외치는 것은 외양간을 다 부숴놓고 돌아오라는 것과 다름없다.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사 일정 자체가 망가졌는데, 어떻게 수업을 듣고자 복귀하며 무엇을 위해 등록금을 납부하겠나”라고 비판했다. 

 

광역시의 한 의대 교수는 “학생 대표와 만나 이야기를 해봤지만 (생각에) 전혀 변함이 없다. 우리 학교의 경우 정부가 유급 방지책으로 내놓은 학년제가 이미 운영되고 있어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며 “이러다가 내년 3월에 입학하는 신입생들도 수업을 거부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교육부 예산을 두고는 “의대가 유지되려면 병원이 잘 돌아가야 한다. 병원이 벌어들이는 돈으로 교수 월급이 나온다. 그런데 지금 병원이 문을 닫게 생겼다”며 “정부는 병원 소속 교수들을 대학으로 발령 내려는 것 같은데, 예산을 막상 들여다보면 그 규모로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짚었다. 

 

대학들은 학생들의 집단 유급을 방지하기 위해 교육부 ‘의대 학사 탄력운영 가이드라인’에 따라 성적 처리 기한을 연장하고 이수하지 못한 과목을 I(미완)학점으로 남기는 방법 등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서울대는 1학기 성적 처리 기한을 10월 말로 연장하고 2학기 학사 일정을 탄력적으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강원대는 F학점 대신 I(미완)학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충북대는 학생들에게 안내문을 발송하고 수강 신청 변경 기간인 6일까지 수강 신청을 하도록 독려했다. 등록금 납부 기한도 12월 말까지로 연장한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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