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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비법] 가맹본부, 가맹점사업자 양쪽을 대리해본 변호사는 누구 손을 들까

규모 작은 가맹본부는 법 준수 어려움 겪어…가맹점사업자는 소송에 '이겨도 본전'

2024.09.03(Tue) 10:50:45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비즈니스 법률(알쓸비법)’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과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 강도는 갈수록 세지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가맹거래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의 적용을 받는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강력한 감독을 받으며, 규제 강도는 날로 강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가맹사업법 시행 초창기에는 △가맹본부가 가맹점사업자의 사전 동의 없이 자신의 영업 정책에 따라 판촉 행사를 시행한 후 그 비용을 가맹점사업자에 부담시키거나 △예상 매출액을 전달하면서 금액의 정확성을 보장하지 않아도 됐고 △영업에 사용하는 품목 대부분을 가맹본부를 통해서만 구매하도록 요구할 수 있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판촉 행사의 경우 일정 비율 이상의 가맹점사업자들로부터 동의를 받아야 한다. 예상 매출액을 실제 발생한 매출액보다 높은 금액으로 제시할 경우 가맹점사업자로부터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또한 가맹사업의 통일적 이미지 확보와 상품의 동일한 품질 유지를 위해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은 제품에 대해서만 구매를 요구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민법상 계약은 낙성계약(당사자의 의사표시만으로 성립하는 계약) 또는 불요식계약(의사표시를 일정한 방식에 따라 할 필요 없는 것)이라고 하며 특별한 절차나 형식이 필요하지 않다.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공증을 받는 것은 차후 계약 체결 사실이나 계약 내용을 입증하기 위해 확보하는 것이지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해서 행위 자체가 부정되지 않는다. 즉, 구두 계약도 계약인 것이다.

 

그러나 가맹사업법은 가맹본부가 사전에 절차나 형식을 거치지 않으면 가맹본부의 행위가 효력이 없거나 법 위반의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가맹본부가 판촉 행사를 시행한 후 가맹점사업자에게 판촉 비용을 부담시켰다고 가정해 보자. 설령 가맹점사업자가 부담한 판촉 비용보다 판촉 행사를 통해 얻은 이익이 더 크더라도, 가맹본부가 사전에 가맹점사업자로부터 동의를 받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가맹본부는 가맹사업법 위반을 이유로 행정상 제재 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 “돈도 많이 벌고 결과도 좋으니 문제없는 것 아니냐”는 식의 주장은 통하지 않는다.

 

유독 가맹거래에 대해 엄격히 규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근본적으로 가맹본부는 가맹점사업자에 대해 거래상 우월적 지위에 있으니 가맹점사업자의 의사에 반해 불리한 거래조건을 강제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둘째, 특별한 자산과 노하우 없이 창업할 경우 가장 먼저 선택하는 것이 가맹사업(프랜차이즈)이라는 점도 요인이다. 가맹사업은 우리 생활에 밀접한 관련이 있고,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이 관심을 두고 있다. 당장 밖에 나가 상가를 둘러보면, 대를 이어 사업을 이어가는 노포를 제외하면 상점 중에서 프랜차이즈가 아닌 것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셋째는 가맹본부엔 거북스러운 이야기일 수 있는데, 가맹사업은 가맹본부에 영향력을 확대하는 수단이지만 가맹점사업자에는 어느 정도 위험을 전가한다는 점에서 규제의 정당성을 주는 근거가 된다. 만약 신규 점포를 개설하고 사업을 확장할 경우 수익이 100% 발생한다는 확신이 있다면 가맹본부는 굳이 가맹점사업자를 모집하지 않고 직영으로 운영할 것이다.

 

가맹거래는 가맹본부와 사업자 간의 관계에 따라 엄격하게 제재한다. 사진=박정훈 기자


현실은 식당·카페·편의점·학원 등의 점포를 개설하면 수익이 항상 보장되지 않고, 운영할 때 엄청난 수고와 어려움이 동반된다. 거의 모든 점주가 ‘몸을 갈아 넣는다’ ‘온 가족이 붙어 있다’ ‘편의점을 연 이후 단 하루도 쉬어 본 적이 없다’ ‘알바가 차라리 부럽다’ 등의 하소연을 하곤 한다. 이러한 사정을 생각하면 가맹점사업자가 법에 의해 특별한 보호를 받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필자는 가맹본부 및 가맹점사업자(점주) 간의 여러 분쟁에서 양측을 모두 대리해봤다. 그러다 보니 가맹본부의 입장과 주장도 잘 알고 있다. 가맹본부를 자문하는 과정에서 주로 접하는 고민은 아래와 같다. 첫째, 가맹본부는 현재 규제가 너무 무겁다고 여긴다. 특히 법무팀이 완비돼 있지 않은 중소기업 규모의 가맹본부는 가맹사업법을 완벽히 준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둘째, 가맹점사업자가 영업 비밀을 빼돌리거나 가맹본부로부터 노하우를 수취한 후 곧바로 계약을 해지해 다른 곳에서 몰래 동종 영업을 영위하는 등 배신적 행위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에 대한 방어 수단이 없다고 여긴다.

 

셋째, 가맹사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채 규제를 집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맹사업은 다수의 가맹점사업자가 가맹본부가 지정한 제품의 품질·서비스 내용, 수준을 준수하는 것이 본질이다. 또한 가맹사업은 대부분 내수로 매출을 거두는데, 내수시장이 날로 축소되고 있어 참신한 판촉 활동을 반복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업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가맹점사업자 중 많은 수는 위와 같은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현상 유지만을 목표로  가맹본부의 요청과 지시에 비협조적인 경우가 있다. 심지어 ‘오토를 돌린다’고 표현하며 아르바이트에게 매장 운영을 전적으로 맡기고 본인은 일절 관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가맹본부 입장에선 가맹사업법이 이런 경우에 대응할 조항은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다.

 

가맹본부는 가맹사업법에서 사업자를 보호하려는 취지를 이해하고, 가맹점사업자는 가맹본부의 정책에 협조해야 한다. 사진=박정훈 기자


이 같은 상황에서 가맹본부와 가맹점사업자는 서로를 어떻게 대하고, 관련 법률 조항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우선 가맹본부는 가맹점사업자를 보호하려는 법의 취지를 이해하고, 가맹점사업자에 불리한 조치를 선제적으로 자제해야 한다.

 

수원지방법원 2022. 8. 12. 선고 2020가합12175 등의 판결은 ‘가맹본부가 예외적으로 시정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가맹계약을 즉시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한 가맹사업법 조항에 대해 “위와 같은 예외 규정을 폭넓게 인정할 경우 해지 절차에 관한 강행규정의 취지를 잠탈(규제를 교묘히 빠져나감)할 우려가 있으므로, 예외 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는 엄격하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절차를 생략한 가맹계약의 즉시 해지는 사실상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서만 가능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 2009. 9. 24. 선고 009다32560 판결은 가맹본부가 가맹사업법이 정한 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경우, 설령 계약 해지 사유가 있더라도 가맹본부는 위법한 계약 해지 및 이행거절을 한 것이므로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고 판시했다.

 

이처럼 가맹본부는 법원에서 가맹본부의 행위에 대한 정당성 여부를 엄격하게 심사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위약벌 조항을 규정해 가맹점사업자를 속박하려는 등의 시도를 하지 말아야 하며, 계약 해지를 통보하는 대신 가맹점사업자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영업양도· 매장 승계 등의 방안을 권유해 가맹점사업자가 퇴로를 찾는 데 협조해야 한다.

 

한편 가맹점사업자도 가맹본부의 정책에 협조할 필요가 있다. 가맹사업법 등의 보호를 받는다고 해도 개인에 불과한 가맹점사업자로서는 가맹본부와의 분쟁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다. 게다가 그 분쟁은 ‘이겨야 본전인 게임’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필자가 겪은 바로는 분쟁 발생 이후 가맹점사업자들은 대부분 해당 가맹사업을 포기하고(폐업) 다른 사업을 영위했는데, 새로운 사업의 수익이 이전 가맹사업보다 나쁜 경우가 적지 않았다. 따라서 가맹점사업자는 가맹사업의 본질은 품질과 서비스의 통일성을 유지하는 데 있고, 사업의 유지와 존속을 위해 지속적인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가맹본부와의 대화와 협의를 피하지 말아야 한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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