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여러 보험사가 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오면서 고용 보장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MG손해보험은 그동안 공개 매각을 진행했지만 주인을 찾지 못했는데, 마지막 공개 입찰에서 동종업계인 메리츠화재가 인수 후보로 등장하면서 MG손보 구성원 사이에서 고용 승계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동양생명보험과 ABL생명보험도 중국 다자보험그룹에서 우리금융지주로의 매각을 앞두고 있지만, 인수 이후 재매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MG손해보험이 세 차례 공개경쟁입찰에서 새 주인을 찾지 못하면서 예금보험공사는 8월 16일 매각 방식을 수의계약으로 전환해 추진 중이다. 2022년 4월 MG손보가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예금보험공사는 금융위원회의 업무 위탁을 받아 MG손보의 정리 절차(공개 매각)를 진행해왔다.
이에 MG손보 노동조합은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를 찾아 피켓시위, 집회를 여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이 거리에 나선 건 고용불안 때문이다. 8월 진행한 3차 공개경쟁입찰에서 동종업계 메리츠화재가 인수 후보자로 등장하면서 고용승계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예금보험공사는 MG손보 매각에 주식 매각(M&A)과 자산·부채의 이전(P&A) 두 가지 방식을 내걸었다. P&A란 인수 기관이 매각 대상인 부실금융기관의 자산과 부채를 선별적으로 가져가는 인수 방식을 뜻한다. 만일 메리츠화재가 P&A 방식으로 인수할 경우 공적 자금 지원을 받아 MG손보의 보험계약·우량자산을 비교적 저렴하게 확보하면서, 고용 승계 의무는 피할 수 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는 8월 30일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MG손해보험 밀실 수의계약 저지 결의대회’를 열고 수의계약 과정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현장에서 노조 관계자는 “MG손보와 메리츠화재의 보험 포트폴리오 구성이 비슷하다. 고용을 승계하면 비용과 리스크가 커질 테니 MG손보 직원을 전부 데려가진 않을 것”이라며 “메리츠화재뿐만 아니라 사모펀드가 인수할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인수 주체가 누구든 고용 승계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영진 MG손해보험 노조 지부장도 “메리츠화재와 MG손보는 장기보험 상품 포트폴리오 비율이 각각 89%, 92% 정도로 유사하다. 메리츠화재 직원이 3000명 이상이기 때문에 MG손보의 계약을 가져가면 내부에서 소화하려 할 것”이라며 “입찰 재공고 이후 예금보험공사나 금융위가 노조와 대화를 하지 않는다. 고용 문제는 인수 조건이 아니기 때문에 개입할 수 없다며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P&A 방식으로 매각될 경우 인수 기관에게 고용 승계를 요구할 법적 근거가 없다.
MG손보 노조는 예금보험공사나 금융당국으로부터 공식적인 입장이 나오거나, 메리츠화재가 인수 철회를 밝힐 때까지 반대 시위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이르면 다음 주 메리츠화재를 상대로 시위를 진행한다.
매각을 앞두고 구성원이 일자리를 잃을까 불안에 떤 곳은 MG손보만이 아니다. 중국의 다자보험그룹이 보유하던 동양생명·ABL생명보험에서도 잡음이 이어졌다. 8월 28일 우리금융지주는 이사회에서 동양생명·ABL생명의 인수를 결의하고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인수가는 양 사 도합 1조 5493억 원으로, 우리금융은 2조 원에 채 못 미치는 금액으로 생보사 두 곳을 확보했다.
우리금융은 금융당국의 승인이 떨어지면 동양생명·ABL생명을 최종 인수해 양 사를 자회사로 두고 계열사 간 연계 영업을 한다는 목표다. 하지만 우리금융이 인수를 결의하기 전부터 동양생명·ABL생명 노조는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리고 근로자의 노동권 보장을 요구해왔다. 공대위는 우리금융이 다자보험그룹과 주식계약매매계약 체결 전 실사를 진행하는 등 매각 절차의 마무리 단계에서도 고용·근로조건, 독립 경영 보장 등의 여부를 공개하지 않는다며 ‘밀실 매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수 이후 재매각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과거 타 금융지주에서 유사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 2015년 KB금융그룹은 LIG손해보험과 LIG투자증권을 함께 인수헀지만, 양 사의 결말은 달랐다. KB금융은 LIG손해보험 직원의 고용을 승계하고 사명을 KB손해보험으로 바꿔 출범했지만, LIG투자증권은 자회사로 두거나 KB투자증권과 합병하는 대신 사모펀드 케이프인베스트먼트에 매각했다. 당시 1년 사이 두 번이나 매각 대상이 된 데다 증권업 경험이 없는 회사에 팔리면서, LIG투자증권 내부에서도 혼란이 일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통상 사모펀드가 입찰에 나설 경우 회사의 ‘알짜’ 자산을 가져가고 재매각하지만, 금융지주에서도 선례가 있으니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며 “예를 들어 동양생명과 ABL생명 중 일부는 자회사로 편입하고, 나머지는 보험 계약만 이전하고 회사는 다시 매각하는 등의 시나리오 등이 있다”고 짚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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