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국내 증시의 저평가, 즉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에 현대차와 LG 등 주요 대기업들이 동참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28일 ‘2024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밸류업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핵심은 내년부터 3년간 배당금을 25% 늘리고 자사주를 약 4조 원 가량 매입해 이 중 일부를 소각하는 것이다. 현대차는 또한 기존 배당 성향 목표(25%)를 총주주환원율(TSR) 35% 목표로 전환했다. 현재 3년 평균 9∼10% 수준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을 2025∼2027년 평균 11∼12%로 끌어올리고, 2030년 영업이익률 10%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시장에서는 현대차의 계획에 대해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단기 외부 불확실성으로 인해 미래 투자나 예상된 주주환원 정책이 축소될지 모른다는 시장의 우려가 있었지만, 현대차 주가의 본격적인 상승 반전의 계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이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 또한 “이번에 가장 시장의 관심을 많이 받았던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해 예상보다 높은 수준의 정책을 발표했다”며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LG그룹 지주사 ㈜LG도 최근 5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을 완료했으며, 이를 포함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해 올해 4분기 중 공시할 예정이다. 또한 5,000억 원 규모의 LG전자와 LG화학 주식을 11월 1일부터 장내 매수하기로 했다. 지주사가 계열사 주식을 취득하면 유통 주식 수가 줄어 주당 가치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이달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된 기업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시기라고 조언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이달 중 밸류업 지수를 발표할 예정이며, 올해 안에는 이를 추종하는 ETF도 출시될 예정이다.
밸류업 지수 종목 선정에 고려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표는 자기자본이익률(ROE), 주가순자산비율(PBR), 주주환원(현금배당・자사주)이다. 이승웅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프로그램이 일본을 벤치마크하고 있다는 점에서 JPX 프라임(Prime) 150 지수를 참고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지수는 시가총액 상위 500개 기업 중 재무적 성과와 시장 평가(PBR)를 바탕으로 편입 종목을 선정한다. 이 연구원은 “만약 밸류업 지수가 2개로 나눠 출시된다면,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우수기업과 조건 중 일부를 만족하는 유망 기업으로 구성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달 5일 주식시장이 크게 흔들린 이후 낙폭을 만회한 모습이지만, 여전히 증시는 제한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조창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기준금리 인하 시그널을 강하게 시사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탄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며 대표적인 이유로 엔비디아의 실적에 대한 경계감을 꼽았다. 반도체 비중이 높은 국내 증시가 특히 경계심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준금리 인하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낮아지면서 기업 펀더멘털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옮겨질 법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이도 쉽지 않아 보인다. 올해 하반기 기업 이익에 대한 의구심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창민 연구원은 “1~2분기 연속 어닝 서프라이즈로 3분기 전망치가 지속적으로 상향 조정되고 있지만, 상향 조정되는 업종의 개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어, 소수 업종의 상향 조정이 증시 전체의 전망치를 견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국내 증시의 제한적인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투자가 현 시점에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주주환원 여력이 상대적으로 크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업종은 은행, 증권, 호텔・레저, 미디어, 통신, 비철, 필수소비재이고, 주주환원 여력이 크고 추가 개선 여력도 존재하는 업종은 자동차, 화장품・의류”라고 말했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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