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금융감독원과 검찰이 우리금융지주를 겨눈 수사·조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대출 논란에 대해 서울남부지검이 수사에 들어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우리금융이 보이는 행태를 볼 때 더는 신뢰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지적하며 압박에 나섰다. 우리은행뿐 아니라 저축은행과 캐피탈까지 우리금융지주 전반에 사법 리스크가 드리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대목이다.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도 압수수색
검찰은 지난 27일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의 부당 대출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에 나섰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검사 김수홍)는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과 선릉금융센터 등 사무실 8곳과 사건 관계자 주거지 4곳 등을 압수수색했다.
사건은 금감원이 지난 11일 우리은행이 손 전 회장의 친인척에게 350억 원 규모로 부적절한 대출을 실행한 사실이 있다고 밝히면서 시작되었다. 금감원과 검찰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손 전 회장 친인척에게 2024년 4월부터 지난 1월까지 총 616억 원을 대출해줬다. 같은 기간 손 전 회장 친인척 11개 차주(법인과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454억 원(23건)의 대출도 실행했다. 이 중 친인척이 실제 사용자로 의심되는 9개 차주를 대상으로 대출이 실행된 것은 162억 원(19건)에 달한다.
이 사안에 정통한 법조인은 “이번 압수수색 대상자에는 친인척도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손 전 회장과 관계가 가깝다고 하기는 모호한 부분도 있다. 아직 손태승 전 회장은 압수수색을 당하지는 않았다”고 귀띔했다. 검찰의 수사가 ‘기초사실 확인’ 단계라는 점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실제로 금감원은 대출 취급·심사와 사후관리 과정에서 본점 승인을 거치지 않고 지점 전결로 임의 처리한 점 등을 확인했지만, 이 과정에서 손태승 전 회장의 개입 여부는 밝혀내지 못했다. 손 전 회장이 대출을 알고 있었지만, “친인척을 챙겨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별도로 하지 않았다면 법적 책임을 묻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앞선 법조인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수사를 시작했겠지만, 수사 과정에서 우리은행이나 당시 업무를 맡았던 직원들로부터 어떤 진술을 받아내는지가 가장 중요할 것”이라며 “그래서 인지 사건을 수사하는 금융범죄 수사 인력 중 에이스인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를 투입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임종룡까지 흔들기?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에 대한 부당 대출 의혹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한 수사 및 조사는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0일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우리은행이 ‘뚜렷한 불법행위가 없었다’는 이유로 금감원에 부당 대출 건을 보고하지 않은 것은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행태”라고 지적했고, 25일에는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신뢰를 갖고 우리금융·우리은행을 보기보다 (문제점을) 숨길 수 있다는 전제하에 검사를 통해 진상 규명을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임종룡 회장은 28일 긴급 임원회의를 열고 “국민과 고객에게 큰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금감원은 8월 22일부터 우리은행 추가 현장검사를 통해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부당 대출 의혹을 인지하고도 고의로 보고를 누락했는지도 집중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또 의심 대출이 포착된 캐피탈과 저축은행 등 우리금융지주 계열사들까지도 현장검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이복현 금감원장이 전 회장(손태승) 리스크를 명분 삼아 현 회장(임종룡)까지 흔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임 회장이 관리 책임을 이유로 중징계를 받을 경우 거취가 불투명해진다. 임원 개인에 대한 제재는 해임 권고, 직무 정지, 문책 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등으로 나뉘는데 이 중 문책 경고 이상 중징계를 받은 이는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임 회장 임기는 2026년 3월까지인데 만약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을 경우 거취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 핵심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최근 인사 과정에서 논란이 있었던 이복현 금감원장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려 하는 과정으로 볼 수도 있다”며 “금감원과 검찰이 화력을 집중하고 있으니 우리금융지주의 사법 리스크는 이제 시작되는 것 아니겠냐”고 내다봤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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