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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기업들 이때다 "병원 나온 전공의 모십니다"

의사 면허 소지자 채용 공고 쏟아져…개원가 취업한 전공의는 20% 그쳐

2024.08.30(Fri) 17:43:32

[비즈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이 의대 졸업생을 활발히 채용하는 가운데 사직 전공의들도 기업으로 향하는 사례가 늘어날지 관심이 모인다. 최근 개원가에 인력이 쏠리면서 전공의 사이에서는 해외 의사면허 취득이나 사기업 취업을 고려하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다. 의료기관에 취업하지 않은 사직 전공의 80%는 어디를 선택하게 될까.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전공의, 의대생들이 지난 6월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융합관 양윤선홀에서 열린 휴진 결의 집회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의사면허 소지자’, ‘의학 계열 전공자’ 채용 활활

 

의학 및 약학 연구개발 1위 기업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최근 의사면허 소지자를 대상으로 하는 채용 공고를 올렸다. 1년 반 만에 이뤄진 의사 채용이다. 직무는 △Research Physician △Clinical Research Physician △Therapeutic Area Physician △Safety Physician이다. Research Physician과 Clinical Research Physician은 각각 질환별 임상지표 탐색 및 검증, 임상시험 개발 계획 및 전략 수립 등을 담당한다. Therapeutic Area Physician과 Safety Physician은 각각 시판제품 및 파이프라인에 대한 의학적 자문, 시판 후 감시 관련 업무 등을 수행한다. 

 

GC녹십자와 삼진제약 등은 ‘의학 계열 전공자’로 지원자격을 제한한 채용 공고를 냈다. GC녹십자는 R&D 약물감시 담당자를 모집했다. 채용될 경우 △약물감시 계약·시스템 관리 △안전성 종합보고서 작성 △개별 사례 처리 및 정부 보고 업무 등을 맡는다. 삼진제약의 경우 올해 정기 공채에 학술 부문 인력이 포함됐다. △의약학적 전략 수립 △임상연구 동향 데이터화 △제품 개발 및 임상연구 관련 전략 수립 등을 담당하게 된다. 이 외에 휴젤은 해외 의료진과의 커뮤니케이션 및 의학 자료 자문 업무에 대한 의학팀 채용 공고를 냈다.

 

제약사는 그동안 임상연구 등의 분야에서 의학 계열 전공자를 채용해왔다. 의학적 자문을 맡으며 R&D와 마케팅·영업 분야를 잇는 역할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전공의 수련을 택하는 비율이 높고, 일반의도 개원을 선호하다 보니 의사면허 소지자를 제약사에서 채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교수급 등을 임원으로 스카우트하는 데 그치곤 했다. 내과 의사 A 씨는 “일을 하면서 제약사 사람들을 굉장히 많이 만났지만 의사를 만난 적은 없는 것 같다. 의대 졸업 후 제약사를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개원가 포화에 해외·사기업 취업 늘어날까

 

이런 가운데 사직 전공의들이 제약사 등 사기업으로 진로를 바꿀지에 관심이 쏠린다. 사직 전공의 일부는 다시 의료기관으로 향했는데, 아직 선택을 하지 않은 비중이 더 높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12일 기준 레지던트 사직자 4698명 중 971명(20.7%)이 의료기관에 취업했다. 이 중 42%는 병원급 이상에 취업했고, 58%는 의원급에 취업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5일 기준 625명에서 346명(55%)이 늘어난 규모다. 개원가가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일부는 해외 의사면허 취득이나 사기업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의사 수급 부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의정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지난 28일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경증환자 진료 불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이 같은 분위기를 보여주듯 최근 대한의사협회에서는 전공의와 의대생을 대상으로 ‘의사를 위한 제3의 길: 바이오 산업과 의사의 역할’ 심포지엄이 열렸다. 심포지엄은 바이오 산업의 구조와 동향, 제약 및 바이오업계 내 의사의 역할, 헬스케어 업계 내 의사의 역할 등을 주제로 진행됐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카카오헬스케어, 신한금융그룹 헬스케어팀 관계자 등이 강연에 나섰고, 전공의 및 의대생 200여 명이 참석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축사를 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달 30일 사직 전공의들을 위한 진로지원TF를 구성하고 연수 강좌 등을 매주 열고 있다. 이달에는 ‘근골격계 초음파 연수 강좌’, ‘내과 초음파 연수 강좌’, ‘피부과 연수 강좌’ 등이 진행됐다. 다음 달에는 정형외과 초음파 핸즈온 코스 등이 예정됐다. 박근태 사직 전공의 진로지원TF 위원장(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전공의의 배움의 고리가 끊기지 않도록 전공의의 필요에 맞는 강좌를 준비하고 있다”며 “구인구직을 원하지 않는 전공의도 많다. 이들을 대상으로는 개원가가 어떤지 경험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을 구성해 오늘부로 시작했다”고 밝혔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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