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홈플러스가 본사 직원들에게 퇴사를 압박한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일부 직원들은 회사가 부당한 업무 배제 및 점포 강제 발령을 내며 퇴사를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홈플러스 측은 정상적 인사 조치이며, 구조조정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한다.
#직원들은 “갑자기 점포 발령”, 본사는 “순환근무 차원”
홈플러스 본사에서 근무했던 A 씨는 얼마 전 점포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점포 직원들의 업무를 돕고, 상품 포스터 및 전시물 등을 교체하는 일을 맡고 있다. A 씨는 “발령 후 한동안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 별다른 이유 없이 인사평가에서 아주 낮은 점수를 받았고, 회사에서 부서를 이동하라는 협박 아닌 협박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A 씨는 올해 초 부서장으로부터 ‘부서를 이동하라’는 일방적 지시를 받았다. 그가 근무 중인 부서를 축소할 예정이라 인원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이동하게 될 부서는 정해지지 않았다. A 씨는 백방으로 이동이 가능한 부서가 있을지 찾아봤으나 전문 분야 인력인 그가 할 수 있는 새 업무를 찾긴 어려웠다. 그러자 회사는 ‘이동할 부서를 찾지 못했으니 점포로 발령을 내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A 씨는 “인사평가에서도 매우 낮은 점수를 받았다. 그동안 한 번도 나쁜 평가를 받아본 적이 없었기에 회사에 객관적 평가 기준을 제시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홈플러스는 낮은 인사고과를 반복해서 받을 경우 퇴사 처리할 만큼 인사고과가 중요한데, 어떤 이유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며 “인사 평가와 점포 발령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했으나 소용없었다. 한 상사는 직접적으로 ‘회사가 나가라고 했는데, (내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에 대한 결과’라는 식의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본사에서 근무하던 B 씨 역시 지금은 점포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다른 부서 동료들이 ‘강제발령이 났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어떻게 된 것이냐’는 연락을 해온다”며 “상사가 어느 날 ‘점포 근무도 좋지 않나?’라고 말하기에 ‘현장 경험도 쌓고 좋을 것 같다’는 얘길 한 적이 있다. 이후 갑자기 점포 발령이 났고, 이유를 물으니 ‘네가 점포를 가고 싶다고 하지 않았냐’고 하더라. 인사평가에서도 최악의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누군가가 점포로 발령이 나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는데, 올해 유독 이런 일이 많이 일어났다. 지금 본사 내부 분위기도 굉장히 불안하다”고 설명했다.
본사에서 근무 중인 C 씨는 주변 동료들이 갑작스레 점포로 발령이 나거나 퇴사하는 것을 자주 목격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처음에는 업무를 줄이다가 점차 업무에서 배제한다. 업무 실수나 근태 등을 이유 삼아 징계위원회를 열기도 한다. 그런 뒤 점포로 강제 발령을 내더라. 이 과정에서 일부 직원들은 퇴사했다”며 “처음에는 그 직원들이 문제행동을 했나 생각했고, 상사의 개인 일탈로 보기도 했다. 그런데 점포 발령이 난 직원 중 일부가 팀장에게 ‘회사에서 시켜서 (발령 처리를) 했다’는 얘길 들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홈플러스는 유통업계의 위기감 속에서도 인위적 구조조정이 없다고 홍보하면서 이런 식으로 조용히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홈플러스 측은 본사 직원 일부가 점포로 발령 났으나 구조조정의 일환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본사에서는 정기적, 비정기적으로 일부 희망 직원들에게 순환 근무 차원으로 점포 발령을 내고 있다. 희망자에 한해 조치하는데, 더러 상급자에 의해 하달이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면서도 “강제 발령이라고는 할 수 없으며, 이러한 점포 발령의 인사 형태가 구조조정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과거 부당인사와 같은 방법” 주장에 “퇴직 압박한 적 없어” 반박
홈플러스는 이전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직원들에게 사직을 종용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홈플러스는 2019년 희망퇴직을 거부한 점장 10명을 영업개선TF팀으로 전환 배치했다. 이들은 모두 점장 성과평가에서 최하점을 받았으며, 직책은 점장에서 팀원으로 강등됐다. 이에 점장들이 부당전보 구제 신청을 제기했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모두 구제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홈플러스는 이 같은 결정에 반발해 법원에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홈플러스 직원들은 회사가 당시의 사직 종용 방식을 또다시 꺼내들었다고 주장한다. 홈플러스 직원 D 씨는 “지금의 방식은 점포에서 하던 퇴사 종용 방식을 본사로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점포로 강제 발령 난 직원들은 모두 인사평가에서 최하위 또는 하위 평가를 받았다. 직책 역시 책임급으로 발령이 났다. 통상 정상적인 인사라면 차장급 직원이 점포로 이동할 경우 부점장 직책을 달아야 한다. 하지만 일반사원 바로 위 직책인 책임급으로 이동하게 된 것이다. 강등 발령으로 모멸감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D 씨는 “그때는 공개적으로 하던 인력 조정을 이제는 은밀하게, 개별적으로 진행한다. 당시 공개적으로 전보조치를 내렸다가 피해자들이 단체행동을 해 회사가 패소한 경험이 있지 않나. 이번에는 시간차를 두고 부서별로 조용히 움직인다. 그래서 회사 내에서도 누가 점포 발령이 났는지, 퇴사를 했는지 서로 잘 알지 못한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노무사는 “홈플러스 직원들의 노무 상담을 여러 차례 진행했다”며 “회사가 직원들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하는데, 비자발적 퇴사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관계자는 “일부 직원들이 사내 인사위원회 등을 통해 징계 조치 등을 받아 강등 발령이 난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유 없이 강제로 직급이 강등된 경우는 없다”며 “본사에서 팀원으로 근무하던 직원이 점포의 책임급으로 가는 것은 수평적 인사이동”이라고 반박했다.
홈플러스 직원들은 부당한 인사 조치로 인한 피해가 상당하다고 호소한다. D 씨는 “이유 없이 갑자기 업무에서 배제됐고, 부서 이동의 압박을 받고 있다. 충격이 너무 커 몇 달째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 동료 중 일부는 징계를 받고 퇴사했는데, 그로 인해 경력에 문제가 생겨 재취업도 하지 못하는 상태”라며 “한 사람의 커리어, 한 가정을 완전히 망가뜨리는 것 아니냐. 회사가 어려울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인력 조정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너무나 비인간적이다. 회사의 나쁜 관행이 더 이상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홈플러스 측은 “구조조정이나 희망퇴직을 직원들에게 압박한 적이 없다. 앞으로 희망퇴직이나 구조조정에 대한 계획 또한 없다”고 밝혔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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