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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리모델링단지 '필로티 설치 수직증축' 두고 볼멘소리 나오는 까닭

법제처 '안전규제 대상'으로 해석 후 혼란…일부에선 "안전 검토 과도" 규제 완화 요구

2024.08.30(Fri) 10:42:42

[비즈한국] 정부가 필로티를 설치하고 최상층에 1개 층을 증축하는 리모델링을 추가 안전 규제 대상에 포함하면서, 리모델링 단지들이 1년째 혼란에 빠져있다. 그간 국토교통부는 필로티 설치에 따른 수직증축을 2차 안전진단이나 안전성 검토와 같은 추가 안전 규제를 적용하는 ‘수직증축형 리모델링’으로 판단하지 않았는데, 지난해 8월 법제처가 관련 법령 해석을 내놓으면서 입장을 바꿨다. 리모델링 단지들은 필로티 설치에 적용되는 과도한 안전 규제를 풀어달라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단지 전체 1개층에 필로티를 설치하고 최상층에 1개 층을 수직증축하는 방식으로 리모델링을 진행해 준공된 서울 송파구 오금아남아파트(송파 더 플래티넘) 전경. 사진=네이버 지도 캡처


리모델링이란 노후 건축물을 대수선하거나 일부 증축하는 행위를 말한다. 주택법에 따라 준공 15년이 지난 공동주택은 가구 수를 최대 15% 늘리면서 집을 고칠 수 있다. 증축 방식은 기존 건물 옆에 새 건물을 지어 붙이는 ‘수평증축’과 기존 아파트 골조 위에 새로운 골조를 덧대 층수를 최대 2~3개층 높이는 ‘수직증축’이 있다. 일반적으로 수직증축이 세대수 증가 효과가 높지만 건물 하중이 늘어난 만큼 안전 규제가 강화된다. 리모델링 안전진단에서 수평증축은 C등급을, 수직증축은 B등급 이상을 받았을 때 가능하다. 

 

논란이 된 필로티는 건물을 지상에서 기둥으로 들어올려 만들어지는 빈 공간을 말한다. 통상 주민 통행로나 주차장, 편의시설 등으로 사용한다. 그간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에서는 내력벽을 제외한 1층 세대 벽체를 터서 필로티를 만들고, 필로티 설치로 사라진 세대는 건물 최상층에 1개 층을 증축해 보전하는 방식을 써왔다. 이른바 ‘세대수가 증가하지 않는 수직증축 리모델링’이다. 국토교통부는 그간 필로티 설치에 따른 수직증축을 주택법상 추가 안전 규제를 받는 ‘수직증축형 리모델링’으로 보지 않았다.

 

하지만 법제처가 지난해 7월 필로티 설치에 따른 수직증축이 주택법상 수직증축형 리모델링에 해당한다는 법령 해석을 내놨다. 주택법에 따라 수직증축형 리모델링을 하려면 먼저 △1차 안전진단에서 B등급 이상의 평가 결과를 받아 ‘수직증축 리모델링 가능’ 판정을 받아야 한다. 이후에는 건축심의 단계에서 △1차 안전성 검토를, 리모델링 허가 신청 단계에서 △2차 안전성 검토를 받고, 리모델링 허가 이후에는 △2차 안전진단을 받아 설계 변경 여부를 최종 확인받는다. 필로티 설치에 따른 수직증축에 4단계 허들이 생긴 셈이다.

 

필로티 설치에 따른 수직증축에 추가 안전 규제가 생기면서 필로티를 포기하는 단지가 생겨났다. 서울 A 리모델링조합장은 “우리 단지 동 절반은 안전진단 결과가 C등급이다. 필로티를 포함한 리모델링 설계를 진행하다 C등급 단지에 필로티 설치가 불가능하다는 해석을 보고 필로티를 아예 없애기로 했다. 설계 변경에만 네 달이 걸렸다”고 말했다. 서울 B 리모델링조합장도 “필로티를 고려하다 조합설립 무렵 법령 해석 결과가 나와 필로티 없는 수평증축을 하기로 했다. 우리 단지도 B등급과 C등급 동이 섞여 있다”고 덧붙였다. 

 

그간 반대된 유권해석을 했던 국토부는 법령 해석 이후 지자체에 명확한 지침을 내리지 않았다. 국토부는 지난해 8월 법제처 법령 해석 결과와 국토부 유권해석 변경 내용을 지자체에 알리면서 “기존 유권해석에 따라 조합 설립을 인가받아 세대수를 증가하지 않는 수직증축형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는 지자체별로 사업 인허가 및 심의 과정에서 해석 대상 규정 취지 등을 고려해 안전 확인 절차를 시행하되, 필요로 하는 경우 안전성 검토, 구조심의 등의 적합한 안정성 확보 방안을 검토·시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일선 지자체는 엇갈린 해석을 내놨다. ​법령 해석 취지를 고려해 ​기존에 조합 설립 인가를 받은 단지는 지자체별로 안전 확인 절차를 시행하라는 문구 때문이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 10월 “조합 설립 인가 여부와 관계없이 안전진단 및 안전성 검토 등을 이행해야 한다”고 자치구에 알린 반면, 경기도 군포시는 국토부 유권해석 변경 전 리모델링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단지는 1, 2차 안정성 검토 대신 군포시가 정하는 ‘안전성 자문’을 받도록 완화한 방침을 관할 조합에 통보했다.

 

 

법제처 법령 해석에 직격탄을 맞은 서울시 리모델링 단지들은 불만을 토로한다. 서울 C 리모델링조합장은 “아파트 구조상 동간 동선과 개방감을 확보하기 위해 필로티를 설치하고 1개 층 수직증축을 준비하고 있다. 법령 해석이 바뀌면서 1·2차 안전성 검토와 2차 안전진단을 준비해야 하는데 이에 따라 비용과 사업 지연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서울 D 리모델링조합장은 “해석 취지는 이해하지만 지자체마다 운용을 달리하는 것은 불공평하다. 아파트 안전성이 지역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 않나”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주택정비과 관계자는 “그간 법령 해석에 오류가 있었는데, 잘못된 해석을 믿고 사업을 추진하던 리모델링 단지들에 법령 해석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도록 강제할 수는 없었다. 신뢰 보호 차원에서 인가권자인 지자체가 판단하도록 여지를 준 것”이라며 “(바뀐 법령 해석에 따라 받게 되는) 안전성 검토의 경우 민간 설계의 적정성을 공공이 최종 확인하기 때문에 주민들이 실제 거주할 주택의 안전이 추가 확보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필로티 설치와 최상층 수직증축에 대한 추가 안전 규제가 과도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필로티 설치 과정에서는 1층 내력벽이 유지되고 최상층에 증축되는 세대가 건축물 하중에 부담을 주는 정도가 아니라는 것. 기존에 준공된 단지 사례를 미뤄봤을 때 일반 리모델링 심의 절차로도 필로티 및 1개층 증축에 따른 안전성을 검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현재 준공된 리모델링 단지 중 주택법상 수직증축형 리모델링 안전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필로티를 설치, 최상층 상부를 증축한 단지는 10곳 정도다.

 

이동훈 한국리모델링협회 정책법규위원장은 “필로티를 만들기 위해 허무는 1층 벽체는 비내력벽이고, 경량 자재 사용량 증가로 최상층에 1개 층을 증축하더라도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설령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착공 전 실시하는 건축심의, 구조심의처럼 일반적인 리모델링 인허가 절차에서 충분히 검토될 수 있다.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10여 단지가 문제 없이 준공된 만큼, 고시로 필로티 증축에 따른 1개층 수직증축과 2~3개층 수직증축을 분리해 안전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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