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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이상한 나라의 아이돌] 미국 청소년에게 연습생 권유하자 "학교는요?"

아이돌 팬뿐 아니라 한국 문화 전반에 관심 있어 춤 배우러 와…아이돌 되고 싶은 수강생은 '극소수'

2024.08.29(Thu) 15:13:23

[비즈한국] K팝은 대한민국 최고의 수출품이 됐다. 그러나 화려함 뒤에는 그늘도 깊다. K팝의 상징인 아이돌은 이른 나이에 발탁돼 혹독한 연습생 시절을 거친다. 그 과정에서 노동권과 인권은 무시되기 일쑤다. 데뷔조차 못 한 무수한 연습생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비즈한국은 ‘K팝: 이상한 나라의 아이돌’ 시리즈를 통해 K팝이 성장하는 동안 외면했던 문제점을 짚고, 다각도로 대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K팝을 만드는 이들이 건강해져야 K팝을 즐기는 사람들도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유럽과 미국에는 아이돌 육성 시스템이라는 개념이 없다. 온전히 한국에서 하는 방식으로 아이돌 시스템을 경영하기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인권 감수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 캘리포니아 같은 경우 청소년의 학습권을 굉장히 철저하게 보장한다. 한국서와 똑같이 한다면 곤란한 문제, 법적 소송 문제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K팝의 아이돌 육성 시스템 수출을 두고 이렇게 평가했다. 

 

로스앤젤레스 산타모니카에 위치한 하이브 아메리카(HYBE America TD, LLC). 사진=전다현 기자

 

독일에서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창업한 이상훈 진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유럽에 분명 K팝 소비층이 있지만, 그들이 ‘아이돌’이 되고 싶어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한다. “해외에 있는 한국인에겐 K팝이 글로벌화 되는 게 굉장히 좋다. 수요층도 분명하다. 다만 육성 시스템을 수출하는 것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유럽은 굉장히 자율적이다. 본인이 스스로 노력해야지 성과를 낼 수 있는 문화이다 보니 외부 시스템이 강압하면 거부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K팝이 미국에서 인기를 얻는 만큼 K팝 아이돌이 되고 싶어하는 미국인도 늘었을까? 뉴욕 최대 규모의 K팝 댄스 스튜디오 I LOVE DANCE(아이러브댄스)의 MJ Choi(엠제이 최) 대표를 만났다. 

 

#K팝 인기, 2012년부터 피부로 느껴

 

최 대표가 미국 뉴욕에 처음 온 건 1997년, 무려 27여 년 전이다. 유학생이었던 최 대표는 아르바이트로 댄스 강사를 시작했다. 뒤늦게 댄스를 배우면서 겪었던 어려움을 누구도 경험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동호회로 시작한 댄스 수업의 수강생은 5명에서, 7명, 그리고 10명으로 천천히 늘었다. 그렇게 3년이 지나자 몸이 부족할 정도로 수강생이 넘쳤다. 뉴욕 퀸즈에서 작게 시작한 학원은 뉴욕 맨해튼, 뉴저지에까지 지점이 생겼다. 지금은 1000여 명의 수강생과 15명의 강사가 있는 뉴욕 최대 K팝 댄스 스튜디오가 됐다.

 

엠제이 최 대표는 뉴욕 최대 K팝 댄스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최 대표는 미국 현지에서 K팝의 열기를 일찍이 느꼈다고 말한다. 사진=전다현 기자

 

최 대표가 처음부터 ‘K팝’을 가르친 건 아니다. 댄스 강사를 처음 시작한 2006년에는 K팝이라는 단어도 몰랐다. “2007년 즈음 원더걸스의 텔미가 국민 댄스가 되면서 한국에서 온 유학생들이 ‘방송 댄스’도 가르쳐달라고 요청을 했어요. 저도 그때 처음 K팝을 공부해 가르쳤습니다.” 

 

‘미국인’에게 방송 댄스 수요가 생긴 건 2009년부터다. 한국 문화에 관심이 있거나 K팝 아이돌을 좋아하는 미국인들이 아이러브댄스를 찾아오기 시작했다. “2010년부터는 수강생의 과반수가 외국인이었습니다. 사실 그때도 K팝이 유행할 때는 아니었죠. 그러다 2012년 ‘강남스타일’이 나오면서 K팝의 인기를 피부로 느꼈습니다.”

 

수강생 중에는 K팝 아이돌의 팬도 있지만 ‘한국 문화’ 전반에 관심 있는 경우도 많다. “한국 음식을 먹고 한국 화장품 사용하고, 영화와 프로그램을 보고 한국어학당을 다니면서 한국말을 배우는 외국인들이 많습니다. 한국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이 커진 상태입니다.”​

 

수강생의 연령층도 다양하다. 10대부터 30대까지 골고루 분포한다. 간혹 수강생의 부모들도 수업을 듣는다. 아이러브댄스 수강생으로 들어와 강사가 된 사람도 있다. “지금 옆 책상에 앉아 있는 선생님도 초창기 학생이었어요.” 

 

최 대표는 나름의 시스템을 만들어 강사를 육성했다. “규모가 커지니 저 혼자서 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오래 수업을 들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트레이닝을 했죠. 그렇게 선생님이 된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

 

아이러브댄스팀의 Krazy Super Concert 2023 공연 모습. 사진=아이러브댄스 제공

 

미국인들이 한국 문화에 관심이 커지면서 공연 요청도 쇄도한다. 수강생과 강사들로 구성된 아이러브댄스 댄스팀은 미국 전역으로 공연을 다닌다. 한국인으로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도 많다. “동양인이 거의 없는 사립학교에 가서 공연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전교 학생 중에 동양인은 15명, 그 중 한국인은 7명 정도밖에 없었어요. 피부색이 같은 선생님들이 와서 K팝 댄스를 추니 이 아이들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굉장히 자부심을 느꼈다고 교장선생님이 말하더라고요.”


#기획사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시스템, 미국인이 수용할 수 있을까

 

 

아이러브댄스에 오는 사람 중 K팝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없다. “이곳 사람들을 K팝 아이돌을 ‘종합 선물 세트’라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선물을 열면 건빵도 있고, 사탕도 있고, 다양한 과자가 있는 것처럼 K팝도 좋아하는 게 다양하게 있는 거죠. 이 멤버는 이래서, 저 멤버는 저래서 좋고, 랩도 좋고, 퍼포먼스도 좋고… 그런 느낌입니다.”

 

K팝을 좋아하는 미국인들이 아이러브댄스에 몰리자, 한국 엔터테인먼트사도 관심을 보였다. “기획사에서 연락이 와서 추천하기도 하고요, 수강생이 직접 오디션에 지원해 합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데뷔한 친구들도 몇 명 있죠. 다만 전체 수강생 비율을 고려하면 아이돌을 희망하는 친구가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대부분 취미로 배우고 있습니다.”

 

K팝의 인기에 비해 ‘연습생 후보’를 고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최 대표는 현재 전체 1000여 명의 수강생 중에 20명 정도의 학생들만 아이돌이 되기를 원한다고 말한다. “우리 모두 알고 있잖아요. K팝 트레이닝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동양인은 시스템에 들어가는 게 익숙하지만, 미국은 완전히 다릅니다. 미국인은 중고등학교 때부터 본인이 직접 결정해서 수업을 듣고, 봉사 활동을 해요.”

 

최 대표는 K팝 트레이닝 시스템이 미국에도 적용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한다. “미국 친구들은 워낙 남이 하는 걸 따라 하는 시스템에서 자라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에서 했던 그대로 여기서 하면 아이들이 지칠 것이고, 이게 과연 내가 원하던 게 맞는 것인가 하는 질문이 나올 겁니다.”

 

그건 최 대표의 실제 경험이다. “재능 있는 미국인 수강생에게 연습생을 제안한 적이 있는데, 듣자마자 ‘학교는 어떻게 하나요?’라고 묻더군요. 아이의 부모님 역시 같은 질문을 했죠. 정말 춤을 잘 추는 친구였는데, 더 권유할 수가 없었습니다.” 

 

연습생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희생이 따른다. 최 대표는 그런 한국식 시스템에 미국인이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자신만의 음악 색깔이 있는 가수를 서포트하는 미국 레이블과 달리 한국은 가능성 있는 친구들을 뽑아서 색깔을 입히고 만들어줍니다. 미국인을 이 시스템에 넣으면 튕겨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시스템을 도입하더라도 미국인 성향에 맞는 방향으로 수정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음 편에는 뉴요커가 겪은 K팝 아이돌에 대한 기사가 이어집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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