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이슈

"알바도 노인 일자리도 어려워" 골칫덩이 된 '녹색어머니'

스쿨존 교통 봉사에 직장맘 불만 커져…노인 일자리로 전부 대체하기엔 예산 등 걸려

2024.08.28(Wed) 17:04:02

[비즈한국] 학교 앞 건널목에서 녹색 조끼를 입고 깃발을 흔들며 교통지도를 하는 ‘녹색어머니’ 활동이 맞벌이 학부모들의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녹색어머니 활동을 의무화하는 학교가 늘면서 평일에 시간을 내기 어려운 직장맘들은 봉사를 대신해줄 알바를 구하느라 진땀을 흘린다. 일각에서는 학교 앞 교통지도 봉사를 노인 일자리로 대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지만, 전면 도입까지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학교 앞 건널목에서 녹색어머니 활동을 하는 학부모가 교통 안전 지도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박해나 기자

 

#“사례금 2만 원 드려요” ​녹색 알바’ 구인난

 

‘녹색어머니 대타 구합니다, 직장맘이라 시간 내기가 어려워요’, ‘8시 30분부터 9시까지 녹색어머니 대신해주실 분 계실까요? 사례금 2만 원 드립니다.’ 온라인 지역 커뮤니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단골 게시물 중 하나는 ‘녹색 알바’ 구인 글이다. 맞벌이하는 직장여성들이 평일 중 시간을 내 녹색어머니 활동을 하기가 어렵다 보니 봉사 활동을 대신할 ‘녹색 알바’를 찾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녹색어머니 활동은 초등학생들의 등교 시간에 맞춰 학교 인근에서 교통지도를 하는 것을 말한다.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녹색어머니회가 구성되면 참여를 희망하는 학부모들을 모집하고, 이들은 건널목에 깃발을 들고 서서 학생들이 안전하게 등교할 수 있도록 돕는다. 최근에는 녹색학부모회, 녹색봉사대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10여 년 전만 해도 녹색어머니회 활동에 열의를 갖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학부모들이 많아 운영에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초등학교 관계자 A 씨는 “2010년 이전까지만 해도 녹색어머니회를 희망자에 한해 운영해도 되는 형태였다. 하지만 학생 수가 줄고, 맞벌이 가정도 늘면서 녹색어머니 활동 희망자가 크게 줄었다. 지금은 희망자가 너무 적어 어쩔 수 없이 의무적으로 모두가 돌아가며 교통 봉사를 해야 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순번제 방식으로 모든 학부모가 교통 봉사 활동에 참여하다 보니 맞벌이 가정에서는 불만을 제기한다. 한 학부모는 “예전에는 희망자만 선별해 봉사했는데, 작년부터 모든 학부모가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바뀌었다”며 “일정을 선택해 참여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일하는 엄마들은 시간 맞추기 어렵다. 대부분 알바를 써서 대체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이 녹색 알바 구하는 것에 애를 먹자 일부 지자체는 녹색어머니 대체자 매칭 전문 플랫폼까지 운영 중이다. 지난해 5월 서울시는 ‘교통안전 맘(心) 5249(모이자구)’ 서비스를 론칭했다. 녹색어머니 활동 대체자를 구하는 학부모가 콜센터에 전화를 걸면 대체자를 연결해주고, 이들은 무료로 교통 봉사에 나선다.

 

하지만 신청자가 워낙 많다 보니 100% 매칭을 기대할 순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매칭이 가능한 봉사자 수는 630여 명 수준이다. 하지만 콜센터로 연락이 오는 신청자 수는 그보다 훨씬 많아 신청자 모두에게 대체자를 지원하기는 어렵다”며 “작년 5월부터 올해 2월까지 매칭된 건수는 1400건”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학부모나 교직원이 등교 시간에 아이들의 교통 안전을 반드시 지도해야 한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노인 일자리로 대체? 예산 문제·학부모 눈치에 기피 현상까지

 

교육청, 구청 등으로 접수되는 학부모들의 교통 봉사 관련 민원도 상당하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에 직접 민원을 넣을 수 없으니 구청이나 교육청으로 민원이 들어온다. ‘왜 학부모가 시간을 내 교통 봉사에 동원돼야 하냐’, ‘악습이다’며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녹색어머니회가 학교 자율성에 의해 구성된 조직인 만큼 교육청에서 운영하지 말라고 강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학교 앞에서 교통안전 봉사는 필수적이다. 학부모가 없으면 교직원이라도 나와서 해야 한다. 학교에서는 교통 봉사를 할 인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학부모들에게 의무적 참여를 권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학부모 불만이 커지면서 교통 봉사 활동을 공공일자리로 대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실제 많은 지자체가 등교시간 교통지도를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대체하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연말까지 스쿨존 교통지도를 위한 노인 일자리 수를 6332개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교통 봉사 활동을 전부 노인 일자리로 대체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제약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예산이다. 노인 일자리 사업이 지자체 예산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지원할 수 있는 인력이 한정적이라 모든 학교에 노인들을 배치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등굣길 교통안전 지도를 위해 10명이 필요할 경우 전원을 어르신 일자리로 대체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예산 문제 때문에 그렇게 많이 지원해주지 못한다”며 “학부모들이 하는 교통 봉사를 어르신 일자리 등으로 모두 대체하려면 지자체 예산이 몇백억 원대로 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노인들이 스쿨존 교통지도 활동을 꺼려 투입 인력을 늘리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등교 시간에만 한 두 시간 정도 근무하다 보니 노인분들이 한 달에 받는 금액이 많지 않다. 일부 어르신들은 구청에 급여를 늘려 달라고 요청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현재 어린이보호구역 교통안전지킴이 활동을 하는 노인들의 월 급여는 27만~29만 원(30시간 근무) 수준이다.

 

또 다른 교육청 관계자는 “노인 일자리 사업 분야가 100여 개 이상인데 스쿨존 교통지도는 기피 일자리 중 하나다. 덥고 추운 날씨에 야외에서 계속 서서 교통지도를 해야 하지 않나”라며 “사업에 참여하는 분 중에는 80대 이상도 있다. 그분들은 계속 서 있기가 어렵다 보니 잠깐씩 앉아 쉬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본 학부모들이 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곧바로 민원을 넣는다. 노인들 사이에서 기피 일자리가 될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핫클릭]

· 노후 공동주택 스프링클러 설치율 고작 35%, 왜?
· 손해보험사 상반기 '민원 왕'은 현대해상·DB손보·삼성화재…각 3000건 넘어
· [K팝: 이상한 나라의 아이돌] 연습생이 되기 위한 연습 '아이돌 학원' 실태
· CJ대한통운 택배기사 주5일제 도입에 '우려' 나오는 까닭
· 인천공항 철수 후폭풍? 롯데면세점 구조조정 둘러싸고 노사 갈등 격화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