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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책] 베이징 출신 전문가가 예측한 중국의 몰락 '중국필패'

'EAST: 시험 독재 안정 기술' 네 가지 키워드로 중국 역사 통해 미래 예측

2024.08.28(Wed) 15:48:46

[비즈한국] 지금 세계를 움직이는 것은 미국과 중국이다. 미국은 대선을 앞둔 혼돈 상황인 데 반해 중국은 시진핑 체제가 굳건하다. 2018년 국가 주석 임기 제한이 폐지되면서 중국은 사실상 시진핑 1인 독재 체제로 돌입했다. 그런데 이런 체제가 결국 중국의 ‘몰락’으로 이어질 거라고 전망한 책이 나왔다.

 

 

중국필패

: 시험, 독재, 안정, 기술은 어떻게 중국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왜 쇠퇴의 원인이 되는가 

 

야성 황 지음 박누리 옮김 생각의힘

624쪽 3만 2000원

 

‘중국필패’는 MIT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중국-인도 연구센터 주임인 미국 내 중국 전문가 야성 황 교수가 과거 중국 대륙의 왕국, 제국의 흥망성쇠를 통해 중국의 몰락을 예측한 책이다. 

 

2023년 10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은 건국 74주년을 맞았다. 중국은 소련을 뛰어넘어 지구상 최장의 공산국가 자리를 차지했다. 문화대혁명 등 국가적 재앙을 수차례 겪었음에도 미국과 대결하며 G1 자리를 노리고 있는 중국은 일견 견고해 보인다.

 

그러나 한편에선 균열의 조짐이 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도시 전체를 봉쇄한 ‘제로 코로나’ 정책에 국민의 반발과 시위가 터져나왔다. 티베트와 신장 위구르 자치구 등에서 통합의 이름으로 저지르는 소수민족 탄압과 인권 유린은 전 세계에서 지탄을 받는다.

 

저자 야성 황 교수는 ‘중국필패’에서 중국의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읽고 미래를 전망한다. 그가 중국을 읽는 키워드는 ‘EAST’다. 시험(Examination), 독재(Autocracy), 안정(Stability), 기술(Technology)의 네 가지 머리글자를 딴 이 말은 현대 중국을 존재하게 한 ‘국가 확장 공식’을 뜻한다. 

 

여기서 시험은 ‘과거 제도’를 뜻한다. 국가 주도 관료 채용 시험인 과거 제도는 나라의 모든 인재에게 유교라는 단 하나의 체제를 교육하고 시험을 통해 개인을 철저히 수치로 판단해 위계를 부여하는 전체 과정을 가리킨다. 587년 수나라에서 개발된 이후 오늘날 가오카오(GAOKAO, 高考)까지 이어진 ‘과거 메커니즘’은 중국 사회를 지배하며 ‘독재’ 체제 속에서 ‘안정’을 가능하게 했고 국가 주도 ‘기술’ 발전을 촉진시켰다. 이는 공산당 독재로 연결된다. 중국공산당은 이러한 오랜 전통을 나름의 독자적인 형태로 도입함으로써 권위주의 체제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저자는 규모(Scale)와 범위(Scope)라는 두 상반된 힘의 축을 세운 다음, 그 사이를 오가는 균형과 긴장으로 중국의 역사를 해석한다. 규모는 동질성을, 범위는 이질성을 의미한다. 규모의 사회가 통일된 거대한 질서를 자랑한다면, 범위의 사회는 다양한 가치와 개성을 존중한다. 저자는 왕조 시대 중국부터 중화인민공화국까지 중국 역사 전체를 재료로 한 여러 데이터 실험을 통해, 국가 확장과 유지를 위해 다양성을 희생하고 ‘규모’를 우선해온 유구한 역사적 맥락에 중국공산당이 기대어 있음을 밝힌다. 

 

‘중국필패’의 저자는 중국의 혁신을 훼손하고 최소한의 ‘범위’도 인정하지 않는 시진핑(사진)의 중국공산당은 결국 중국을 파멸시킬 것으로 파악한다. 사진=연합뉴스

 

그런데 이 같은 획일성은 창의성을 제물로 삼는다. 중국 왕조들이 최고 수준의 안정을 얻는 대가로 치른 것은 기술의 침체였다. 중화인민공화국의 아버지인 마오쩌둥이 사망한 후 개혁주의 지도자들은 혁신, 기업가 정신, 경제 성장을 위해 시스템을 개방했다. 그러나 시진핑 체제는 이 같은 역동성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 

 

저자는 중국의 혁신을 훼손하고 최소한의 ‘범위’도 인정하지 않는 시진핑의 중국공산당은 결국 중국을 파멸시킬 것으로 파악한다. 혁신 없는 대국은 무너지고 시진핑이 꿈꾸는 거대한 중국은 필패한다는 것 저자는 특히 임기 제한이 폐지된 2018년 이후를 ‘시진핑의 시대’라고 정의하며 “드라마와 놀라움과 극적인 격변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언한다. 후계 구도를 아예 봉쇄함으로써 불확실성과 갈등의 불씨를 키웠다는 것이다.

 

저자는 로마 제국과 한나라를 비교하고, 영국 튜더 왕조 헨리 8세의 스캔들과 명나라 만력제의 황태자 책봉 거부를 비교하는 등 동과 서를 함께 살핀다. 중국의 사회, 정치, 경제를 외부와 내부 양쪽의 시선으로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분석했다. 그는 1960년 중국 베이징 출생으로 1985년 하버드대학교 행정학부를 졸업하고 1991년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젊은 날 떠나온 고국을 향한 안타까움과 옛 문명에 대한 존중을 드러내면서도, 패색이 짙은 현 중국의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진단한다. 

 

“저자만의 광범위하고 흔들림 없이 예리한 분석은 시진핑의 ‘중국몽’이 문자 그대로 일장춘몽에 불과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앤드류 네이선 컬럼비아대 정치학 교수  

 

한국 역시 중국처럼 여전히 유교와 과거 제도의 영향권에 있다. 권위주의 독재 체제도 겪었다. 그럼에도 지금 중국과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책을 읽으며 곰곰 따져보는 것도 좋겠다. 오래도록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우리에게 좋은 참고자료가 될 만하다.​ 

김남희 기자

namhee@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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