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업무 과중을 호소해온 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노조는 총액 대비 6.4%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간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현재까지 조정안이 타결된 사업장은 고려대의료원(안암·구로·안산), 이화여대의료원(이대서울·목동병원), 중앙대의료원(서울·광명), 국립중앙의료원 등을 포함한 11곳이다. 간호법에 힘 입어 교섭이 타결되는 사업장이 더 늘어날지 관심이 모인다.
#보건의료노조 “의료공백으로 인한 경영 책임 떠넘기지 말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24일 61개 병원 사업장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한 결과 91%(2만 2101명)의 찬성률로 총파업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6개월 이상 지속된 의사들의 집단 진료거부가 부른 의료공백으로 인한 경영위기 책임을 더 이상 보건의료 노동자에게 떠넘기지 말라”며 “강제 연차휴가 사용, 무급 휴가, 무급 휴직, 원치 않는 응급 오프, 부서 이동 등의 불이익에도 환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묵묵히 희생하며 현장을 지켜온 보건의료노동자들의 절박한 요구에 정부와 사용자가 답할 차례”라며 성실한 교섭을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의 요구사항은 △조속한 진료정상화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책임 전가 금지 △불법의료 근절과 업무범위 명확화 △인력 확충 △주4일제 시범사업 실시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환경 마련 △간접고용 문제 해결 △표준생계비 확보 및 생활임금 보장 △총액 대비 6.4% 임금 인상 등이다. 고려대의료원, 이화의료원, 조선대병원, 중앙대의료원, 한양대의료원 등 대학병원 19곳과 국립중앙의료원, 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 31곳, 중소병원 11곳 등이 총파업 참여를 예고했다. 빅5(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 병원은 빠졌다.
지난해 보건의료노조는 19년 만에 총파업을 단행한 바 있다. 당시 140곳에서 4만 5000명이 참여한 총파업은 이틀 동안 진행됐다. 올해는 작년의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공백이 장기화하면서 간호사 등 다른 의료 직역의 역할이 커진 만큼 총파업이 의료 현장에 미칠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는 “응급실, 수술실, 중환자실, 분만실, 신생아실 등 환자 생명과 직결된 업무에는 필수인력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정부는 “보건의료인에 대한 지원을 더욱 강화할 수 있도록 간호사법 제정을 적극 추진하고, 보건의료인의 처우개선을 위한 정부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집단행동을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
#사업장 속속 교섭 타결…총파업 동력 줄어들까
‘의료원장은 직원들의 헌신과 희생에 보상을 응답하라.’ ‘폭언 및 폭행 근절, 안전한 일터 보장.’ 27일 방문한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병원 정문에는 이 같은 문구가 적힌 보건의료노조 중앙대학교의료원지부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 외에는 이전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병원은 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들로 북적였다. ‘현재 전공의 부재로 인해 교수님의 처치 및 진료 병행으로 진료가 지연되고 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는 내용의 팻말이 놓여 있던 이비인후-두경부외과의 경우 오후 진료 시작 전임에도 6명이 대기 중이었고, 안과는 진료실 내부 안내판을 통해 ‘대기시간 60분’을 알렸다.
직원 식당을 비롯해 음식점과 카페 등이 있는 지하 1층에서는 ‘총파업’이 화두였다. 직원들은 “목요일에 (파업)한다는 이야기 들었나”, “왜 금요일이 아닌 목요일에 하나” 등의 말을 주고받았다. 한 간호사 무리는 “방금까지 부모님과 파업 이야기를 했다”, “전에도 한 달 정도 한 적이 있지 않나”, “큰일 난다고 생각하면 (고민된다)” 등의 대화를 하며 서로를 격려했다. 지나가던 지부 관계자는 “다들 너무 힘드니까 (파업을) 하고 싶어한다. 전공의 없는 자리를 PA간호사들이 계속 메워왔지만 사측은 알아주지도 않는다. 조합원들은 나아진 근무 환경에서 일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간호사들은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전공의 업무를 떠맡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간호협회가 지난 6월 19일부터 7월 8일까지 수련병원 등 385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간호사 10명 중 6명은 병원으로부터 전공의 업무를 요구받았다. 간호협회에 따르면 이들은 30분~1시간 정도의 교육 이후 업무에 투입되고 있다. 하지만 업무 범위도 명확하지 않고, 책임 소재도 불명확한 데다 교육 프로그램도 없어 심적 부담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병원들이 경영난을 이유로 신규 간호사 발령을 연기하면서 간호사 수 평균 증가율도 크게 감소했다.
현재 각 사업장에서는 막바지 교섭이 진행 중이다. 28일 오후 2시 기준 11개 사업장이 2차 조정 회의를 거쳐 조정안이 타결됐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고려대의료원(안암·구로·안산), 이화여대의료원(이대서울·목동병원), 중앙대의료원(서울·광명), 국립중앙의료원, 한국원자력의학원, 서울특별시동부병원, 대전을지대병원 등 7개 병원 11개 사업장의 노사 교섭이 타결됐다. 다른 사업장들도 2차 조정 회의를 앞두고 있다. 교섭이 최종 결렬되면 이날 저녁부터 예정대로 사업장별 총파업 전야제가 개최되고, 29일 오전 7시부터 파업에 돌입한다.
한편 27일 밤 간호법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28일 오후에는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법안은 PA간호사의 의료행위를 법으로 보호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업무 범위는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간호조무사의 학력 기준 제한 등은 담기지 않았다. 보건의료노조는 직후 입장문을 내고 “PA간호사의 업무범위를 명확화하고 엄격한 자격요건을 시행령에 담아내는 과제가 남았다. 임상경력과 교육·훈련 과정, 자격시험 등 PA간호사의 자격요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며 “노사 교섭 타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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