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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타트업열전] AI 열풍 꺼졌다? AI 활용 늘었다!

병아리 성별 감별부터 비서, 입찰제안, 건강관리까지…인공지능 기술 들고 나온 유럽 스타트업들

2024.08.28(Wed) 10:02:14

[비즈한국] 2022년 말 시작된 챗지피티(Chat GPT)발 AI 열풍이 올해 들어 주춤해졌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AI에 관한 높은 관심도 결국 거품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열풍’이 되었든, ‘거품’이 되었든 AI 관련한 주제는 여전히 모든 분야에서 뜨거운 감자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출시된 AI 관련 다양한 기술을 응용해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서비스와 제품을 선보이는 스타트업이 등장하고 있다. 스타트업계에서 AI는 여전히 더 세분화되고 더 전문화되고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챗지피티가 몰고 온 LLM 기반 AI 분야 이외에 유럽에서 AI 관련 기술을 전면에 들고 나온 스타트업들이 어떤 곳이 있는지, 이를 활용한 새로운 기회가 무엇이 있을지 살펴보겠다. 

 

#양계업의 어두운 현실: AI의 해결책

 

광부와 간호사들은 독일로 이주한 한국인 노동자 그룹으로 유명하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병아리 감별사’라는 직업도 독일로 이주한 한국인들의 단골 직업 중 하나다. 영화 ‘미나리’에서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이민 온 한국인의 직업도 병아리 감별사였다. 현재 전 세계 병아리 감별사 60%가 한국인으로 추산될 정도로 한국인의 섬세한 손기술은 유명했다. 

 

하지만 독일에서 이 직업은 앞으로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수컷 병아리의 대량 도살을 금지하는 법안을 2022년에 세계 최초로 마련했기 때문이다. 수컷 병아리의 도살은 금지했지만, 달걀을 낳는 암컷이 더 많이 필요한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따라서 시장은 이에 대한 새로운 기술을 지속적으로 원하던 차였다. 

 

독일 뮌헨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 오어벰(Orbem)은 AI 기술을 통해 축산업의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혁신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오어벰은 인공지능과 MRI 기술을 결합해 병아리가 부화하기 전, 즉 알 속에서 성별을 감별하는 기술(In-ovo sexing)을 개발했다. 배양 12일차에 난소에서 발생하는 배아의 성별을 감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감별 기술은 완전 자동화 되고 모듈식으로 설계되어 시간당 최대 2만 4000개의 난자를 처리할 수 있다. 

오어벰의 감별 과정. 사진=orbem.ai


지금까지는 수정되지 않은 달걀의 성별을 알 수 없어서 부화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병아리 감별을 통해 필요한 성별의 병아리만 선택적으로 키웠다. 오어벰은 부화되기 전 달걀의 수정 상태를 감지하고, 수평아리로 부화할 알은 분리해 부화 전에 유통용 달걀로 활용하도록 돕는다. 

 

오어벰의 기술은 부화된 수평아리가 죽임을 당하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70억 마리의 수평아리가 부화 직후 희생되고 있다. 달걀을 낳지 못하고, 육계로서도 경제적 가치가 낮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인도적 관행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판이 있었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 양계업계가 만족할 해결책은 지금까지 없었다. 

 

독일에 이어 프랑스도 병아리 도살을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했고, 스페인도 비슷한 법안을 검토 중이다. 규제로 인해 수년간 양계업계는 여러 분야의 학자, 연구소와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해왔다. 이 과정에서 오어벰의 AI 기술이 주목받게 되었다.

 

오어벰은 2019년 세계적인 명문교 뮌헨공과대학에서 분사해 설립되었다. 그동안 학교 연구소 기반 연구개발 활동으로 시작한 아이디어를 사업 아이디어로 발전시켰다. 

 

AI 기술을 활용, 달걀을 스캔해 1초 만에 병아리의 성별을 감별하고, MRI 기술을 이용해 알 속의 배아를 비침습적으로 분석한 후, 수컷 배아를 부화 전에 식별하고 제거함으로써 불필요한 생명 손실을 줄인다. 그뿐만 아니라 견과류를 스캔하고 분류해서 변형, 변색이 있거나 상한 열매를 분류해내는 새로운 분야도 탐색 중이다.

 

1983년 설립되어 유럽에서 가금류와 달걀 생산 운영 관리 등을 전문적으로 하는 네덜란드의 기업 벤코마틱그룹(vencomatic group)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어, 달걀의 성별 감별에 필요한 전체 프로세스 설계를 같이하는 것도 오어벰의 성공 요소 중 하나다. 든든한 중견기업과의 파트너십으로 유럽 내 양계업에 진출하기가 다소 수월해졌다. 

 

#대규모 언어 모델(LLM) 활용한 AI 스타트업

 

프랑스 파리 기반 스타트업 나블라(Nabla)는 의료 현장에서 AI 비서를 통해 의사들이 행정 업무에 쓰는 시간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 AI 비서는 의사와 환자 간의 대화를 실시간으로 기록하고 자동으로 메모를 작성해, 의사들이 환자 진료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방식은 ‘앰비언트 AI(ambient AI)’라고 불리는데, AI가 ‘공기처럼 환경처럼 거기에 있지만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의미다.

 

나블라는 2018년 파리에서 설립되었고, 올해 1월 시리즈 B 펀딩 라운드에서 24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영어 사용자를 가장 1순위 타깃군으로 생각해, 특히 이 자금은 미국 시장 진출을 가속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작동 원리는 다음과 같다. 나블라의 메모 도구인 나블라 코파일럿(Nabla Copilot)은 의사의 컴퓨터에 웹, 앱이나 크롬 확장 프로그램으로 설치되어 음성 기반 환자와의 상담을 기록하게 된다. 이후 의사가 정보를 수동으로 기록하고 입력할 필요 없이 자동으로 진료 기록이 생성된다. 

 

나블라는 이러한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개발한 기성 음성-텍스트 API와 오픈 AI에서 개발한 위스퍼(Whisper) 모델을 사용한다. 이를 통해 GPT 시리즈의 대규모 언어 모델 (LLM)을 사용해 요약된 임상 노트로 변환되는 원리이다.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의사와 환자가 명시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한, 음성이나 요약된 기록은 저장되지 않는다. 

 

의사들은 평균적으로 하루 업무시간의 40%를 상담 기록을 작성하는 데 쓴다. 이 업무시간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는 것이 나블라의 큰 장점이다. 이러한 장점으로 나블라 코파일럿은 출시 10개월 만에 2만 명의 사용자를 불러 모았다. 2만 명의 사용자가 이용한 상담 기록만 300만 건이다. 

 

이 기록을 바탕으로 상담 내용, 환자의 병력, 처방된 약/검사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모든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플랫폼을 통해 환자에게 줄 처방 및 조언 내용도 만들어낸다. 이 내용을 환자에게 바로 전달하도록 PDF 생성 및 저장 기능도 탑재되어 있다.  

의사를 위한 상담 기록 어시스턴트 나블라. 사진=nabla.com


올해 유치한 투자금은 미국 진출뿐만 아니라 타 언어 사용자를 위한 추가 언어 옵션을 출시하는 데도 사용될 계획이다. 챗지피티뿐만 아니라 DeepL과 같은 번역기에서 한국어 기능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만큼 한국의 의사와 환자를 위한 나블라 출시도 기대가 된다. 

 

영국 런던의 스타트업 오토젠 AI(AutogenAI)는 공공 계약 입찰 제안서를 작성하는 과정을 자동화해, 반복적이고 지루한 작업을 크게 줄여준다. 이 회사는 GPT-4와 같은 AI 모델을 활용해 고객의 요구에 맞춘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한다. 특히 입찰 제안서에 맞는 RFP를 전문적으로 분수하고, 규정 및 요구사항에 맞도록 제안서를 만드는 데에 특화되어 있다. 스마트 비드(Smart Bid) 기능을 이용하면, 입찰 성공률을 높이는 전략적 메시지를 창작해내기도 한다. 

 

오토젠AI의 CEO 션 윌리엄스(Sean Williams)는 “오픈AI가 전기를 제공한다면, 우리는 전동 드릴을 제공한다”라며 자신들의 기술이 특정 문제 해결에 특화되어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대형 언어 모델을 통해 단순한 AI 챗봇이나 일반적인 AI 솔루션이 아닌, 전문화된 AI 기술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2022년 런던에서 설립된 오토젠AI는 우선 영어 기반 국가에서 탄탄한 사용 사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지난 2023년 말에 미국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동시에 2023년 12월 세계적인 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 세일즈포스의 투자 부문인 세일즈포스 벤처스(Salesforce Ventures), 샌프란시스코의 소프트웨어 및 미디어 분야 전문 VC 스파크 캐피털(Spark Capital)이 주도하는 395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B 라운드를 성공적으로 마쳐 미국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공공 입찰 제안서 작성을 돕는 AI 프로그램을 개발한 오토젠 AI. 사진=autogenai.com


CEO 션 윌리엄스는 이미 공공 입찰 분야에서 영국과 해외의 대규모 공공 서비스 계약을 설계하고 관리하는 회사를 설립해 운영한 연쇄 창업가이다. 그의 전 회사는 매출이 7500만 파운드가 넘고, 직간접적으로 약 90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한 성공적인 회사였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공공 입찰 분야의 과정을 AI가 전문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오토젠 AI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스타트업 창업자의 길로 들어섰다.   

 

#AI로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사는 방법

 

영국과 몰타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 블레오(Blēo)의 공동 창업자 리처드 스카이프(Richard Skaife)는 건강한 식습관, 운동, 양질의 수면 등 기본적인 건강 습관이 장수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블레오는 사용자의 수면 질, 혈압, 걸음 수 등을 모니터링하는 웨어러블 기기와 AI 챗봇을 결합하여 개인 맞춤형 건강 코치를 제공한다. 이 건강 코치는 블레오 팀이 개발한 맞춤형 AI 모델을 기반으로 동작하며, 사용자가 더 건강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블레오는 장수를 위한 다양한 건강 코칭을 제공하는 롱지비티 AI(The longevity AI)의 웨어러블 시계 브랜드다. 롱지비티 AI는 블레오뿐만 아니라 장수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도록 코칭하는 앱 등을 개발했다. 롱지비티 AI와 블레어는 미국 뉴캐슬의 헬스케어 분야 전문 벤처빌더인 Longr의 자금 지원을 받아 만들어졌다. Longr는 헬스케어 분야의 의료 서비스, 신약 개발,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 등을 개발하는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을 함께 설립하고 투자한다. 

 

Longr의 포트폴리오 회사. 사진=longr.io


또 다른 흥미로운 예는 크로아티아의 애니 바이옴(Ani Biome)이다. 이 회사는 장내 미생물군을 최적화하여 염증을 줄이고, 면역력을 강화하는 보충제 플랜을 제공한다. 사용자가 스마트폰 카메라로 자신의 혀를 정기적으로 스캔해 전송하면 컴퓨터 비전 모델이 혀에 나타난 백태, 부종, 치아 자국 등을 분석해 장 건강 상태를 평가할 수 있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생리적, 정서적 상태에 대한 맞춤형 분석을 제공하며, 그에 따라 개별적으로 최적화된 보충제를 추천한다.

 

사용자는 애니 바이옴 홈페이지에서 간단한 진단을 통해 30일용 보충제를 구매할 수도 있고, 월간 또는 연간 구독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애니 바이옴은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2022년에 시작한 스타트업으로 AI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최적화된 개별 맞춤형 발효 영양보충제를 제공 받을 수 있다. 

 

유럽 최대 기금 중 하나인 EIT Climate-KIC와 앤젤 투자자 등으로부터 약 330만 유로 규모의 자금 지원을 받아 미국과 EU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애니 바이옴의 30일용 보충제(왼쪽)와 맞춤형 건강 계획을 제안해 주는 앱. 사진=anibiome.ai


블레오와 애니 바이옴 같은 스타트업은 AI가 인간의 건강을 개선하고 수명을 연장하는 데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러나 예방적 건강 관리와 개인 맞춤형 치료를 통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청사진을 보여주는 스타트업은, 당장 감염이나 골절 등 급박하게 필요한 의료 기술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에 비해 다소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간주되기도 한다. 하지만 매일 병원을 방문하고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하는 급박한 질병이 아니더라도 매일 일상에서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영역에 오히려 AI의 도움이 더 절실히 필요할지 모른다.  

 

앞서 살펴본 사례들은 AI가 인간의 삶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기술의 발전은 종종 두려움과 기대를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사생활 침해나 데이터 오용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그러나 동시에 AI는 인간이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삶을 추구하게 하는 도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오어벰의 병아리 성별 감별 기술처럼 AI는 윤리적 문제를 개선하고, 인간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꿀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앞으로 AI가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들지 기대가 된다.

 

필자 이은서는 한국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베를린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예술의 도시이자 유럽 스타트업 허브인 베를린에 자리 잡고 도시와 함께 성장하며 한국과 독일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잇는 123factory를 이끌고 있다.​​​​​​​​​​​​​​​​​​​​​​​​​​​​​​​​

이은서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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