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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공동주택 스프링클러 설치율 고작 35%, 왜?

1990년 7월 이전 건축물에는 설치 의무 없어…정상 작동 사례도 16% 불과

2024.08.27(Tue) 17:39:29

[비즈한국] 경기 부천시 숙박시설 화재 사고로 다중이 이용하는 건축물에 대한 소방설비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하는 가운데, 우리나라 노후 공동주택 65%가 자동소화설비인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분 스프링클러 설치 규정이 강화되기 전에 지어진 단지들인데 일각에서는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를 소급 적용해 화재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2018년 화재 사고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 한 고시원 모습으로 기사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비즈한국DB

 

비즈한국이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올해(26일 기준) 공동주택에서 발생한 화재는 3242건으로 390명(사망 39명·부상 351명)의 사상자를 냈다. 최근 3년간 공동주택 화재 발생 건수는 2023년 4869건(사망 58명·부상 526명), 2022년 4577건(사망 72명·부상 476명), 2021년 4399건(사망 67명·부상 531명)으로 증가 추세다. 한 건물에 여러 세대가 사는 공동주택은 소방청이 분류하는 실내 발화 장소 중 불이 가장 많이 나는 곳이다. 

 

공동주택을 포함한 우리나라 6층 이상 건물에는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돼 있다. 소방시설법에 따른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은 1990년 7월 ‘16층 이상 공동주택의 16층 이상 층’​으로 규정됐다가, 2004년 5월 ‘11층 이상인 건축물의 모든 층’​, 2018년 6월 ‘6층 이상인 건축물의 모든 층’​으로 점차 확대됐다. 1990년 7월 이전에 지어지거나, 이후 지어진 층수 규정 미달 건축물에서는 스프링클러를 설치할 의무가 없었던 셈이다.

 

실제 우리나라 노후 공동주택 65%는 현재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았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양부남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04년 이전에 지어진 우리나라 노후 공동주택 단지 4만 4208곳 중 스프링클러를 설치한 단지는 1만 5388곳(35%)로 나머지 2만 8820곳(65%)는 스프링클러 설비를 갖추지 않았다. 미설치 단지 대다수(2만 3578곳, 53%)는 1990년 7월 이후 지어진 공동주택이었다.

 

스프링클러가 없는 노후 공동주택에서 발생한 화재는 큰 피해를 낳곤 한다. 지난해 12월 서울 도봉구 방학동 한 아파트에서는 오전 6시 30분경 화재가 발생해 2명이 목숨을 잃고 30명이 다치는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화재는 4시간여만에 진압됐는데, 2001년 10월 지상 최고 23층 규모로 준공된 이 아파트 화재 현장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고, 화재 확산을 막는 방화문도 닫혀 있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

 

이런 가운데 공동주택 화재 현장에서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한 사례는 16% 수준에 그친다. 양부남 의원실이 소방청에서 받은 다른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발생한 화재 사고 2만 3401건 중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한 사례는 3656건(16%)이다. 이 화재 발생 통계에는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없는 공동주택에서 발생한 화재나 스프링클러 작동 범위에 있지 않은 경미한 화재도 포함됐는데, 화재 진압이 필요한 상황에서 스프링클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공동주택도​ 상당 수 존재할 것으로 추정된다.

 

양부남 의원은 "스프링클러는 화재로 인한 피해 확산을 최소화하는 효과가 있는 만큼 노후 주택에 대한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소급적용, 비용 지원 등 스프링클러 사각지대를 좁혀나가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학중 한국화재소방학회 부회장은 “스프링클러는 자동 소화 설비로 화재 발생 초기에 물을 뿌려 화재를 진압하는 효과적인 수단”이라면서도 “구축 공동주택에 스프링클러 설비를 설치할 경우 비용 문제가 발생하고 층고가 기존보다 60cm미터 정도 낮아져 생활 불편을 야기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기존에 설치된 방화구획이나 스프링클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를 먼저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스프링클러는 화재 피해를 크게 줄여준다. 미국화재예방협회(NFPA) 연구 자료에 따르면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한 경우 그렇지 않은 곳에 비해 민간인 사망률과 부상률은 각각 90%, 32% 낮았고 소방관 부상률은 35%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프링클러 설치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 94%는 불이 최초 발생한 물체나 방에 그쳤던 반면 그렇지 않은 건물에서는 불이 주변으로 확산해 이 비율이 70%로 떨어졌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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