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6일 노동신문을 통해 또다른 신무기를 참관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매체에 따르면 김정은은 국방과학원 무인기연구소에서 만든 두 개의 새로운 무인기 시범을 조용원, 리병철, 박정천 등과 함께 관람했다.
또한 이번 시험에서 보여준 무인기들이 모두 두 가지 종류이며 각각 사거리나 고도는 다르지만 지상과 해상 표적을 공격하는 자폭 무인기 혹은 배회포탄(Loitering munition)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개된 사진 속에서 무인기들은 모두 모자이크 처리돼 있으며 정확한 형상을 알 수 없게 처리됐다. 다만 두 무인기는 표적지 형태의 타겟과 우리 군의 K2 흑표 전차와 유사하게 개조된 천마형(T-62)전차를 각각 타격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북한의 신형 드론들은 실제로 어떤 능력과 기능을 가지고 있을까? 우선 사진에서 모든 비행체 형상이 모자이크 처리됐다는 점에서 신형 드론들의 출처나 내용에 대한 추정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많은 공개정보분석(OSINT)가들은 북한이 공개한 신형무기의 사진과 시각, 촬영 위치를 통해서 기술분석을 할 수 있었다. 자폭 무인기들의 형태는 공개하면서 표면의 처리나 부품 분할, 엔진 등의 형태를 볼 수 없게 한 것은 무인기의 기술출처를 숨기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이란, 러시아, 중국 등의 지역에서 비슷한 형태 드론들이 매우 많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차이로 부품 수입선이나 제조사, 스펙을 짐작할 수 있다. 즉 이번 드론의 동체는 상당부분 자체개발이 아닌 중국 등의 제조사에서 구매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이번 시험을 참관한 김정은이 ‘전투적용시험을 더 강도높게 진행해서 빨리 인민군에게 공급해야 한다’는 발언도 이런 추정에 무게를 실어준다.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라 급하게 해외에서 부품을 수입하거나 이식했기 때문에, 아직 초기단계의 시험을 서둘러 공개한 것이라고 추정된다.
무인기의 형태와 크기는 어떨까? 먼저 살펴볼것은 ‘하피 NG형 무인기’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 무인기를 이란의 샤헤드(Shahed)-136 무인기와 비슷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샤헤드와 북한 ‘하피NG형 무인기’의 가장 큰 차이점은 ‘날개’다. 하피NG 무인기는 이스라엘 IAI가 개발해 한국군도 운용중인 하피(Harpy)무인기를 개량한 것이다. 기존 버전과 다른 것은 날개의 형상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기수부분에 카나드(Canard)라는 보조날개가 붙었고, 단순한 삼각형 형상의 델타(Delta)날개에서, 삼각형의 두 변이 한번 더 꺾인 더블 델다(Double-Dalta)날개로 변경됐다. 이를 통해 구형 하피 무인기나 샤헤드 무인기에 비해서 비행안정성이 증가하고 항속거리가 길어졌다. 북한은 단순히 샤헤드를 카피한 것이 아니다.
아울러 동체와 날개가 맞닿는 부분에 2개의 접이식 안테나가 달린 점도 하피 NG와 동일한 특성이다. 날개와 기수의 원형 페어링(Paring)을 갖춘 것으로 볼 때, 북한의 신형 무인기는 하피NG와 같은 방공망제압(SEAD)기능을 가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단순히 카메라로만 적을 조준해서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작동 중인 레이더의 위치를 전파를 사용해서 파악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번 시험에서 하피 NG형 무인기는 표적지 같은 검은 판에 하얀 십자선이 그려진 표적을 비스듬히 타격했다. 이것은 적어도 이번 시험에서 이 무인기가 전파 추적이 아닌 영상/적외선(EO/IR) 탐색기로 타격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번에 공개된 다른 종류의 무인기는 이스라엘 UVision사의 ‘히어로(HERO) 400’ 과 형태와 모양이 같다. 러시아 ZALA사의 란셋(Lancet)3 드론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있으나 꼬리날개와 주 날개의 크기가 다르고, 무엇보다 히어로400과 주 날개의 모양과 가로세로 비율, 그리고 통체의 길이 비율이 매우 비슷하다.
히어로 400은 영상/적외선(EO/IR) 시커를 사용해서 장갑 표적을 타격하는 공격무인기다. 북한은 이 무인기가 K2전차처럼 모양을 꾸민 북한 천마호(T-62)전차를 수직으로 타격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수직 타격(Top Attack)방식은 전차와 같이 전면에 장갑이 집중된 표적을 공격할 때 반드시 필요한 기능이다. 하지만 속도가 느린 자폭드론은 정밀한 소프트웨어 없이 조종사의 수동 조작으로도 구현이 가능하다. 앞서 설명한 하피NG형 무인기가 엔진을 장착한 것과 달리, 이 무인기는 형태상 전지와 모터로 구동될 가능성이 크다.
히어로 400 무인기의 날개는 모두 8장인데, 주 날개 4장과 작은 꼬리날개 4장은 X자로 돼 있다. 주 날개가 2장일 때보다 4장일 경우 양력 면에서 유리하고, 주 날개가 일반 비행기처럼 2개로 있을 때보다 다양한 각도에서의 비행 안정성이 유리하다. 다만 중량이 늘어나는 단점도 있다. 수직 공격 등을 위해 이런 형태를 채택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히어로 400 무인기의 또 다른 특징은 ‘캐니스터(Canister) 발사식’이라는 점이다. 원통에 무인기를 담아 놓아 밀봉한 다음, 압축 공기 등으로 발사하기 때문에 좁은 공간에서 사용할 수 있다. 원통에 안전하게 보호돼 있어 특수부대원 등 사람이 들고다닐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앞서 설명한 하피 NG형 무인기는 로켓으로 이륙하는 것과 다르다. 무인기가 단순히 전차를 파괴하는 임무 뿐만 아니라, 특수부대원들이 들고 적진에 침투해서 요인 지휘차량을 공격하는 참수작전에 쓰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두 가지 무인기가 가진 다른 특징은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한 국산 드론들을 강하게 의식했다는 점이다. 가령 하피NG형 무인기는 ADD가 개발한 S-2 드론에 대응되고, 히어로-400형 드론은 ADD가 개발한 S-4 드론에 대응된다. 하얀색 동체에 탐색기 짐벌(Gimbal)부분만 검게 칠해진 것도 우리 ADD 드론과 유사하게 꾸민 것으로 보인다. 장기 체공형 드론과 캐니스터형 드론을 같이 공개하고, 두 드론이 같은 짐벌 탐색기를 공유하는 점도 ADD의 드론 개발과 유사하다.
북한이 이스라엘제 무인기를 모방하고 우리 ADD 드론과 역할이 비슷한 드론을 공개했다고 해서 북한이 이스라엘이나 한국 수준의 무인기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긴 곤란하다. 무인기 기술은 무인기를 비행시키는 기술만큼이나 통신기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무인기 시범에서 북한은 무인기에서 탐지한 영상을 조종사에게 전달하는 부분을 보여주지 않았고, 이는 북한 신형 무인기가 민수용 드론 기술을 사용한 통신 시스템을 갖췄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두 무인기에 보이는 안테나 역시 암호화된 통신기술을 사용한 군용 통신안테나가 아닌 일반 워키토키에 사용하는 긴 안테나를 그대로 장착했다. 군용 무인기에 필요한 장거리 암호화 통신으로 실시간 영상 전송을 하는 기술은 쉽게 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다만, 이와 별개로 우리 군은 북한의 자폭무인기 대량생산에 대해 대응해야 한다. 북한이 공개한 자폭무인기는 초 소형 FPV 드론이나 DJI 드론보다는 훨씬 커서 탐지가 용이하지만, 그만큼 사거리가 길고 파괴력이 강하다. 현재 연구중인 드론 재머를 사용한 공격보다는 물리적 공격, 그러니까 기관포 사격을 통한 격추를 감안해야 한다.
세계 각국의 차기전차나 장갑차들은 이런 대응을 위해서 기관포 장착을 시도 중인데, 30mm 체인건(Chain Gun)이나 20mm 기관포등이 이런 무장으로 선택된다. AH-64 아파치 헬리콥터에 장착된 30mm 체인건이나 LAH-1 소형무장헬기에 장착되는 20mm 기관포를 개조 혹은 개량해서 우리 차기전차나 차기장갑차에 원격무장통제장비(RCWS)로 장착하는 것을 고려할 만 하다. 또한 이런 공격무인기를 우리가 먼저 사전에 탐지하고 선제공격하는 것도 중요하다.
국방과학연구소가 현재 천검 대전차 미사일의 기술을 활용한 파이어 이글(FireEagle) 자폭드론을 개발중이며 이런 임무 투입에 적합하다. 북한 자폭드론과 달리 헬기에서 운용되는 파이어 이글은 정찰과 공격을 동시에 할 수 있다. 더욱이 천검 미사일에 장착된 자동표적추적(ATR)기능을 갖춰 자동화 기능이 있다. 북한 자폭드론을 먼저 찾고 먼저 공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 군이 북한의 무인기 위협에 대처할 최선의 방안을 찾길 바란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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