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정부가 경증 환자의 응급실 내원을 줄이기 위해 지방 의료원 등 공공병원과 병의원에 발열클리닉을 지정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발열클리닉이란 선별진료소와 호흡기클리닉을 더한 개념으로, 정부는 발열클리닉이 야간과 주말의 응급실 혼잡도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지방의료원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어 정부가 추석 전까지 발열클리닉 운영 준비를 마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발열클리닉 지원 의료원 ‘미미’
26일 기준 발열클리닉 운영을 확정 지은 지방 의료원은 강릉, 영월, 원주의료원 등 3곳 정도다. 관할 지자체인 강원도는 지난 23일 의료원 3곳을 코로나19 진료협력병원으로 지정하고 야간과 주말에 발열클리닉을 운영한다는 코로나19 방역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발열클리닉 운영 의사를 밝힌 곳은 아직 없다. 한 의료원은 응급 의료와 코로나19 환자 진료가 분리돼 있어 발열클리닉 운영을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미 응급실이 아닌 별도의 공간에서 코로나19 검사와 진료가 이뤄지고 있어 업무를 중복되게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A 의료원 관계자는 “지난주 시에서 제안이 왔지만 최종적으로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다. 당시 세부 지침까지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었고, 이번주에 확정을 지었다. 정부는 응급실 혼잡을 대비하겠다고 했지만, 우리 병원의 경우 이미 코로나19 증상 환자들은 발열 환자 구역에서 따로 진료를 보고 있다. 발열 체크를 하는 등 응급실에서 발열클리닉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운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동네 병의원, 응급실 구원투수될까
병의원도 상황은 비슷하다. 개원가에 따르면 아직 지자체 또는 정부 차원의 협조 요청 등은 없다. 하지만 병의원이 오전, 오후 근무를 하면서 야간과 주말에 추가로 발열클리닉을 운영하기에는 어렵다는 것이 개원가의 설명이다. 박근태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지금도 야간과 주말 운영 병의원은 환자가 많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면 발열클리닉에 사람이 얼마나 몰리겠나. 앞서 운영된 호흡기클리닉에 적용됐던 바와 같은 수가 관련 공지가 먼저 있어야 참여가 생길 것 같다”고 짚었다.
박 회장은 “당시에는 코로나19가 1급 감염병이었고 동선 분리가 필요하다 보니 호흡기클리닉이 생겼었다. 지금은 응급실이 아닌 집에서 타이레놀을 먹어도 되는데 발열클리닉을 운영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며 “열이 나는 게 장염 때문일 수도 있고, 코로나19 때문일 수도 있다. 여러 원인에 의해 열이 나는데 환자들이 스스로 판단해 응급실이 아닌 발열클리닉을 찾게 한다면 더 큰 혼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운영되며 적자에 시달린 병원들이 다시 정부를 돕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 환자를 받았던 병원들이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보건당국이 ‘수가가 너무 많이 나왔다’며 자료를 요청하고 있다. 당시 코드 등록만 하면 된다고 했지만 지금은 ‘차트가 없으면 인정하지 않겠다’고 한다”며 “환자를 100명, 200명씩 받으며 체온을 재는데 어떻게 모든 차트를 기록할 수 있었겠나. 계속 소명을 요구하며 삭감을 언급하는데 이 병원장들이 다시 정부 사업에 참여하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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