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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 택배기사 주5일제 도입에 '우려' 나오는 까닭

주7일 배송 시작 "주말 휴무 보장 안 돼", "일반 기사 수입 줄 것"…CJ "노조·대리점 등과 협의"

2024.08.26(Mon) 14:51:45

[비즈한국] CJ대한통운이 내년부터 주7일 배송을 시작한다. 동시에 배송기사의 주5일 근무제도 도입될 예정이다. 주5일 근무제는 택배기사들이 오랫동안 요구해온 근무 체제였던 만큼 내년부터는 기사들의 휴식권이 보장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반면 수입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CJ대한통운이 내년부터 일요일에도 배송하는 주7일 배송을 시작한다. 기사들에게는 주 2회 휴무일이 보장될 예정이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

 

#쿠팡 잡기 나서는 CJ대한통운, 휴일 없는 배송에 기사들 주5일제 도입

 

CJ대한통운이 쿠팡 잡기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8월 20일 CJ대한통운은 내년 초부터 주7일 배송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현재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인 택배 배송 기간을 일요일, 공휴일도 포함한 ‘매일 배송’으로 확대하는 방식이다. 현재 택배 업계에서 주7일 배송을 시행 중인 곳은 쿠팡이 유일하다.

 

CJ대한통운 기사들 사이에서는 몇 달 전부터 주7일 배송 도입설이 퍼지기 시작했다. 일부 대리점을 통해 CJ대한통운이 주7일 배송 시스템을 테스트 중이며, 내년부터 휴무일 없는 배송 시스템이 도입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업계에서는 CJ대한통운이 본격적으로 쿠팡과의 경쟁에 돌입했다는 분석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CJ대한통운이 쿠팡 견제에 들어간 모습이다. 빠른 배송 시스템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커지면서 택배 업계에서도 점점 빠른 배송 방식을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쿠팡에 이어 CJ대한통운까지 주7일 배송을 하게 된 만큼 다른 업체들도 따라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이 주7일 배송 도입을 선언하면서 가장 이목이 쏠리는 것은 기사들의 근무 환경이다. 주7일 배송 시스템이 도입되면 기사들의 근무 환경이 열악해질 것이란 예상이 컸던 만큼, CJ대한통운은 기사 달래기를 위해 주5일 근무 체제 도입을 약속했다. 현재 CJ대한통운의 배송기사들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주6일 근무를 하는데, CJ대한통운이 내년부터 주7일 배송을 도입하면 근무 일수가 주5일로 줄어들 예정이다.

 

CJ대한통운 측은 “사회적 합의에 따른 가이드라인인 주60시간 근무를 준수하면서 실질적 휴식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8월 19일 CJ대한통운은 CJ대한통운택배대리점연합과 ‘택배서비스 혁신을 위한 공동선언’을 진행했고, 전국택배노동조합과 노사합의서를 체결했다.

 

CJ대한통운 기사들 사이에서는 수입 감소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CJ대한통운 ‘일요일 오네’의 홍보 이미지. 사진=CJ대한통운 제공


#‘주말 휴무’, ‘수입 감소’ 기사들 사이 우려 커지는 이유

 

택배 업계에서는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되면 휴무일이 확대되는 만큼 기사들의 근무 환경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다. 전국택배노동조합 관계자는 “택배기사의 주5일 근무제는 노조에서 오랫동안 요구해왔던 부분”이라며 “CJ대한통운이 근무 환경 개선 등에 대한 원칙에 공감하면서 구체적인 방안을 향후 교섭을 통해 논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52일 휴무일이 향후 104일로 늘게 되는 것이다. 주5일 근무를 하면 노동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기사들의 건강권 등의 부분에서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서울에서 5년째 CJ대한통운 배송기사로 근무한 김 아무개 씨는 “주말 휴일이 제대로 보장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크다. 지금은 일요일 휴무가 보장되는데, 쿠팡과 같은 형태로 주7일 배송을 하면 주말 휴무를 보장 받기 어렵지 않겠나”라며 “CJ대한통운의 배송 기사들은 지금껏 계속 일요일에 근무하지 않는 패턴을 가져왔다. 대부분이 주말에 근무하지 않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주5일 근무제가 도입돼 주말 근무를 하고 평일에 휴무일을 갖게 되는 것을 꺼려하는 분도 많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은 일요일 배송에 대한 구체적인 운영 방식을 올해 10월 중 확정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진=CJ대한통운 제공

 

수입 감소를 걱정하는 기사들도 많다. CJ대한통운 기사들은 배송 물량에 대한 수수료를 수입으로 지급 받는 형태인데, 기사들 사이에서 주말 배송 물량이 적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면서 수입 감소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한 배송기사는 “쿠팡의 경우 자체적인 플랫폼 내 물량을 소화하다 보니 주말이라고 해서 물량이 줄어들 일이 없다. 하지만 CJ대한통운은 집하업체(택배 수거 업체)에서 수거한 물량을 모아 배송하는 시스템”이라며 “주말 물량을 확보하려면 현재 주말에 일하지 않는 집하업체와 집하업체에 상품을 발송하는 쇼핑몰 등도 모두 주말 근무를 해야 하는 셈이다. 주말 물량이 평일보다 적을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설명했다. 

 

현재 CJ대한통운은 대형 고객사 물량을 ‘일요일 오네’ 서비스에 몰아주고 있는 상황이다. 일요일 오네는 CJ대한통운 일반 택배 기사들과 별도의 오네 전담팀이 담당한다. 한 택배 기사는 “네이버, 올리브영, CJ온스타일, 예스24 등의 물량은 모두 별도의 오네 전담팀이 일요일에 배송하고 있다. 일반 택배 기사들이 일요일에 배송하게 될 물량은 이런 대형 고객사 물량을 제외한 개인 쇼핑몰 등의 상품이 되는 것”이라며 “주말 배송 물량이 크게 늘어나기 어려우며, 수입 감소도 우려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CJ대한통운 측은 기사들의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더라도 수입 감소가 없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 계획안은 확정된 게 없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현재 주7일 배송, 기사들의 주5일 근무제 도입 등만 결정된 단계이며 어떤 식으로 일요일 배송을 운영하게 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 일요일 오네도 내년에는 어떻게 운영될지 아직은 모른다”며 “배송기사의 주5일제 근무와 관련해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지에 대해 택배 노조, 대리점연합회 등과 협의를 해나갈 예정이다. 10월 중이면 대략적인 운영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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