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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감원장 '역대급 존재감'이 되레 마이너스?

대출금리까지 개입하자 "너무 나선다" 비판…검사 출신 한계 지적

2024.08.26(Mon) 11:16:12

[비즈한국]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대외적으로는 금융당국을 대표하는 얼굴이다. 특히 각종 금융 현안에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때문에 금융감독원장 중 ‘역대급 존재감’이라는 평을 받는다.

 

하지만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이복현 금감원장의 ‘위기론’을 언급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특히 지난 4월 치러진 총선을 기점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대통령실이나 다른 금융당국 핵심 인물들에게 ‘찍혔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벌써부터 차기 금융감독원장에서 검사 출신은 배제될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7월 30일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정산 및 환불 지연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은행에 더 개입해야 할 것 같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은행들의 가계대출 급증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지난 25일 오전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은행 개입을 더 강화할 것임을 시사하며 경고의 메시지를 날렸다. 은행들이 가계대출 포트폴리오를 선제적으로 조정하지 않고 뒤늦게 대출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관리해 소비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됐다고 지적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상에 대해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 은행들은 본인들이 예정한 가계대출 관리 스케줄에서 크게 벗어나자 금리인상 등 손쉬운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금리를 올리면 은행 입장에서는 돈을 많이 벌 수 있을뿐더러 수요도 누르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당국 바람은 그런 방식보다는 가계대출 포트폴리오를 체계적으로 미리미리 관리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라며 “은행 자율성 측면에서 개입을 적게 했지만, 앞으로는 부동산 시장 상황 등에 비춰 개입을 더 세게 해야 할 것 같다”고 경고했다.

 

이에 은행권에서 ‘금융당국이 은행 탓을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금감원은 지난달 달 초 시중은행 부행장들을 불러 모아 대출을 무리하게 확대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이에 은행들은 주담대 금리를 앞다퉈 올리며 소비자들의 대출 수요를 조절하려 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의 ‘은행에 금리를 올리라고 한 적이 없다’는 지적에 “금리 인상을 직접 요구한 적은 없다고 하지만, 정작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릴 때 따라서 금리를 올렸더니 대출금리를 내리라고 은행들을 혼낸 것도 이복현 금감원장”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대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감독 수장이 민간 금융회사의 대출금리 산정에 손을 대겠다고 언급한 것 자체부터가 조금 이례적”이라며 “대출금리에 따른 부동산 대출 확대 문제 등은 금융위원회에서 더 주도해야 할 영역인데, 은행의 사고나 리스크 여부를 관리 감독하는 금융감독원의 수장이 왜 나서서 발언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적’을 너무 많이 만들었다

 

최근 대통령실과 금융당국에서는 이복현 금감원장의 이 같은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상당하다. 금융권의 전통적인 화법이나 시스템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에서 간부급으로 근무한 적이 있는 법조인은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각기 다른 역할을 맡고 있으면서도 유기적으로 역할을 해야 하고, 보수 정부에서는 특히나 각 기관의 수장이 가진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적절한 말과 톤으로 시장에 메시지를 줘야 한다”며 “그런 측면에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타 조직의 역할이나 룰을 넘나들며 금융권의 ‘넘버 원’인 것처럼 발언하거나 행동해 기획재정부 중심의 금융권 핵심 인사들에게 완전히 신임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과 가까운 금융권 관계자 역시 “지난 4월 총선을 전후로 이복현 금감원장을 교체하려는 시도가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이복현 금감원장이 대통령을 제외한 대통령실과는 관계가 완전히 틀어졌다는 얘기가 공공연하다”며 “그 여파로 차기 금융감독원장에 절대 검사 출신은 안 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귀띔했다.

 

금융권 근무 경험이 있는 검사 출신 법조인은 “검사 출신 이복현 금감원장을 임명한 것은 금감원이 1차적으로 각종 금융권 비리를 확인해 검찰 등 수사기관에 넘겨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었다”며 “그 역할에 그치지 않고 너무 많은 이슈에 금감원장 타이틀로 개입하다 보니 되레 적을 너무 많이 만든 것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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