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지난 23일(현지시간)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개최된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통화정책을 조정할 시기가 도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다음 달 17∼18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파월 의장은 ‘빅컷’(0.50%포인트 금리 인하)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는 “(정책) 방향은 분명하며, 인하 시기와 속도는 들어오는 데이터, 변화하는 경제 전망, 그리고 위험 균형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연준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당분간 해소됐다고 보면서, 이날 뉴욕증시는 물론 국제유가, 금값, 비트코인 등이 일제히 상승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의 시선은 다음 변수로 쏠리고 있다. 근래 투자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는 오는 28일 엔비디아 실적 발표와 다음 달 10일 미 대선후보 TV 토론회가 꼽힌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들 변수가 테크주의 주도력이 얼마나 빨리 회복되는지, 미국 신정부 정책 수혜주 트레이딩이 언제쯤 시작되는지를 판가름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오는 11월 열리는 미국 대통령 선거는 투자 방향을 가늠할 중요한 변수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에 따라 수혜 업종과 기업이 나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리스 부통령이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 여성 대통령에 도전하는 만큼, 다음 달 10일 열리는 두 후보의 대선 토론회는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본격 등판하기 전까지 ‘실적과 존재감이 없는 2인자’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대선 후보 사퇴를 발표한 이후 한 달 만에 분위기가 역전됐다. 민주당 내에서는 정치에 뜻이 없다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까지 거론되며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의 ‘대항마’로서 경쟁력이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지만, 해리스는 한 달 만에 ‘박빙 열세’였던 판세를 ‘박빙 우세’로 바꿔놨다. 또한, 평범한 이력을 가진 소박한 ‘동네 아재’ 이미지의 팀 월즈 부통령 후보까지 가세하면서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선 전까지 양당의 경제정책에 대한 민감도가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때 대선 전 S&P500 지수의 수익률이 부진했고, 대선 마무리 이후에는 어느 후보가 당선되든 지수가 반등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다”고 밝혔다. 다만 올해는 피격 사태가 발생했고, 민주당 후보가 교체되었으며, 지지율 변화도 큰 상황이다. 최 연구원은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일본은행(BOJ) 회의 이후에는 매크로 지표에 대한 경계감도 커졌다”며 “과거에 비해 앞으로 경제에 영향을 미칠 정책 민감도도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오히려 대선 전 불확실성이 있는 현재가 매수 기회라는 조언도 나온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10번의 미국 대선 직전 9∼10월 구간에서 극단값을 제외한 평균 수익률은 -2.1%, 상승 확률은 50%였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9∼10월은 계절적으로 주가가 부진한데,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도 예외는 아니다”며 “누가 대통령이 될지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이 부정적인 계절성을 자극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어떤 정당이 집권하든 11월부터 주식시장은 상승세를 탔다”고 분석했다. 이른바 ‘허니문 랠리’로 불리는 이 랠리는 보통 다음 해 5월까지 지속되었으며, 해당 구간의 평균 수익률은 10.7%, 상승 확률은 80%였다. 즉, 대선 직전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시기가 오히려 좋은 매수 기회라는 것이다.
김성환 연구원은 “트럼프냐 해리스냐가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지만, 사실 통계적으로 보면 누가 당선되는지는 투자 전략 차원에서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고 짚었다. 그는 “지난 10번의 대통령 집권 시기 중 이익이 가장 크게 늘어난 것은 바이든 정부 때였다”며 “바이든이 트럼프보다 더 친성장 정책을 잘 펼쳤기 때문이 아니라, 빅테크들의 이익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선이 끝나기 전까지는 항상 누가 대통령이 될지, 그가 어떤 정책을 펼칠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많지만, 대선이 끝나면 시장은 원래 자리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따라서 투자 전략 차원에서는 누가 당선될지를 고민하기보다는, 대선은 결국 시간이 지나면 끝난다는 사실에 집중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분석이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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