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정부는 최근 서울과 수도권 일대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자 서울 도심 아파트 공급을 늘리기 위해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절차를 대폭 간소화기로 했다. 또 서울과 인접 수도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일부 해제해 신규 택지를 만들기로 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2029년까지 서울과 수도권에 총 42만 호 이상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도심의 집값은 빠르게 뛰고 있고, 주택담보대출이 사상 처음 800조 원을 넘어서는 등 열기가 여전해 집값을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정부는 8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8·8 대책의 핵심은 서울과 인접 지역 그린벨트를 해제해 8만 호 규모의 신규 택지를 공급하고, 빌라 등 비아파트 11만 호 이상을 신축매입임대로 공급하며, 비아파트 공공매입 임대를 12만 호에서 16만 호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이번 대책은 2022년 8·16, 2023년 9·26, 올해 1·10 대책에 이은 윤석열 정부 4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이처럼 정부가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고강도 대책을 내놓았지만 효과를 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최근 서울 부동산 가격은 도심과 한강 주변 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의 신축매입임대 계획과 달리 빌라 등 비아파트의 경우 잇단 전세 사기로 인해 신축보다 구축의 가격이 빠르게 오르는 상황이다. 정부의 대책과 시장의 선호도가 전부 엇박자를 내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서울과 인접 지역 그린벨트를 해제한다는 입장이지만 서울 부동산 가격은 강북과 강북 모두 도심과 한강 위주로 상승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서울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1.19%로 월 단위 상승률로는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은 4월 아파트 가격이 0.13% 오르며 상승세로 돌아선 뒤 5월(0.20%)과 6월(0.56%)에 이어 7월까지 4개월 연속 올랐다. 특히 상승세가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
지역별로는 강북의 경우 용산구가 7월 1.54%의 상승률을 기록한 가운데 마포구(1.65%)와 서대문구(1.36%)도 서울 평균 상승률을 넘는 상승세를 보였다. 강남의 경우 송파구(2.40%)와 서초구(2.14%), 강남구(1.44%) 등이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이처럼 상승세가 높았던 지역은 대부분 그린벨트와는 거리가 먼 도심과 한강 벨트에 자리 잡고 있다. 이는 도심과 한강 벨트의 경우 교통 편의성이 좋아 주거 선호도가 높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빌라 등 비아파트 신축매입임대를 확대하기로 했지만 시장에서는 빌라의 경우 신축보다는 구축이 인기다. 연립 다세대의 건축연령별 매매가격 추이를 보면 7월 서울의 경우 10년 이하 빌라는 0.14% 오른 데 반해 10~20년 이하 빌라는 0.19% 상승했다. 경기지역의 경우 10년 이하 빌라는 가격이 0.08% 하락했지만 10년∼20년 이하 빌라는 가격이 0.05% 올랐다. 아파트와 달리 빌라의 경우 신축보다 구축을 선호하는 것이다. 신축 빌라를 중심으로 전세 사기가 벌어지면서 기존에 사람이 거주해 상대적으로 거래가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구축 빌라를 찾기 때문이다.
정부 대책이 이처럼 시장 상황과 엇박자를 내는 가운데 예금취급기관의 주택담보대출은 부동산 가격 상승세를 타고 올 2분기에 급증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800조 원을 돌파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2분기 예금취급기관의 주택담보대출은 802조 3621억 원으로 전년 동기(753조 9068억 원) 대비 6.43% 증가했다. 예금취급기관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은 2021년 3분기 9.14%를 기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해 2023년 2분기에 1.37%까지 떨어졌다. 이후 상승세로 돌아서더니 같은 해 3분기 2.11%에 이어 4분기 3.03%, 올 1분기 4.77% 등 상승폭을 갈수록 키우는 추세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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