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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철수 후폭풍? 롯데면세점 구조조정 둘러싸고 노사 갈등 격화

희망퇴직에 아웃소싱 업무 내부 인력 대체 계획…노조 "퇴사 유도 전략" 사측 "강제 발령 없을 것"

2024.08.22(Thu) 14:58:57

[비즈한국] 면세업계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이 구조조정에 나섰다. 롯데면세점은 업황 회복이 불투명한 만큼 비용 감축을 통해 체질 개선을 도모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경영 실패로 인한 책임을 직원에게 전가하는 희망퇴직과 콜센터 등으로의 강제 발령 조치 등은 부당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이 이달 말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노조 측은 회사가 인천국제공항 입찰 등을 놓친 경영 실패의 책임을 직원들에게 전가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사진=박해나 기자

 

#노조 반발 “경영 실패 책임을 직원에게 전가” 

 

롯데면세점이 이달 말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희망퇴직 대상자는 만 43세 이상 중 근속연수가 10년 이상인 직원 또는 직급 장기 체류자다. 희망퇴직 신청자에게는 통상임금 32개월분과 재취업 지원금 2000만 원이 지급된다. 희망퇴직 신청자의 퇴직일은 9월 6일로 예정돼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6월 비상경영 체제를 선포한 바 있다. 사업부 구조개선, 조직 슬림화, 전 임원 급여 20% 삭감 등을 통해 수익성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구조조정 역시 비상경영 체제의 일환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종료된 상황 속에서도 면세업계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롯데면세점이 업계 1위이다 보니 영업점 보수나 인원 수 등이 경쟁사 대비 많다. 단기적으로 업황이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인력이나 사업장 등에서의 구조조정을 결정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희망퇴직 신청자를 받을 예정이며 희망 인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는 집계되지 않았다. 2년 전 희망퇴직을 시행했을 때 신청자 수는 20명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롯데면세점은 코로나19를 겪으며 2022년 12월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시행한 바 있다.

 

구조조정에 돌입하면서 노사 갈등도 깊어지는 양상이다. 롯데면세점 노조는 최근 두 차례 집회를 열고 회사 측의 구조조정 강행을 비판하고 나섰다. 김금주 롯데면세점 노동조합 위원장은 “코로나19 이후 여행업이나 항공업 등이 모두 어려워졌지만, 유독 롯데면세점의 실적 부진이 눈에 띄는 상황이다. 이는 외부 환경뿐만 아니라 회사 측의 경영 실패에도 원인이 있다”며 “대표이사가 경영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인데 책임을 직원들에게 돌리고 있다. 직원들은 무슨 죄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엔데믹 이후 해외 관광객 수가 크게 늘었지만 면세업계는 실적을 회복하지 못했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줄어들고, 관광객들의 쇼핑 패턴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사진=최준필 기자

 

노조 측은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철수가 실적 악화에 큰 영향을 줬다고 주장한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는 인천국제공항 입찰 실패 후 ‘인천국제공항은 수수료가 매우 높아 입찰에 실패한 것이 다행이며 수익성에 유리하다’고 직원들에게 설명했다”며 “하지만 인천국제공항에서 매출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큰 문제다. 실적 악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직원들이 근무할 수 있는 영업장이 없어졌고, 그 원인은 대표이사의 경영 실패”라고 지적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7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에 실패하면서 인천국제공항에서 운영 중이던 면세점을 모두 철수했다. 현재 국내 주요 면세점 4사(롯데·신라·신세계·현대) 중 인천국제공항에 면세점을 운영하지 않는 곳은 롯데면세점이 유일하다.

 

이후 롯데면세점은 부랴부랴 김포공항 입찰전에 공격적으로 뛰어들며 올해 3월 김포공항의 신규 면세사업권을 모두 따냈다. 하지만 해외 여행객이 몰리는 인천국제공항의 사업권을 놓친 여파는 상당했다. 줄곧 매출 1위 자리를 고수했던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3분기 만년 업계 2위였던 신라면세점에 1위 자리를 뺏겼다.

 

노조 관계자는 “롯데면세점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14곳의 사업장이 있다. 해외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연간 적자가 5000억 원 이상인데, 그곳은 그대로 두고 국내 사업장의 직원들만 정리하는 것은 부당한 것 아니냐. 그래서 시위를 이어가는 것”이라고 전했다.

 

롯데면세점은 인건비 등 비용을 절감해 체질 개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사진=박해나 기자


#본사 사무직 콜센터·물류센터 발령 계획…갈등 심화되나

 

이달 희망퇴직 절차가 마무리된 후에도 노사 갈등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 측은 회사가 인력 감축을 위해 인소싱 등을 언급하며 강제 발령 조치를 계획 중인 것에도 문제를 제기한다. 롯데면세점은 현재 인력 조정의 방안으로 아웃소싱(외주) 인력이 담당하던 업무를 인소싱(자체공급)으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에서는 희망퇴직에 이어 아웃소싱 인력을 내부 인력으로 대체할 것이라는 방침을 내부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본부에서 근무하거나 인터넷 면세점 등의 업무를 하던 사무 인력을 현재 업무와 관련 없는 콜센터, 물류센터 등으로 강제 발령 내겠다는 것”이라며 “새 업무에 적응하지 못한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퇴사를 하게끔 유도하려는 전략이 아니냐. 회사의 이런 조치 때문에 많은 직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고 주장했다.

 

롯데면세점 측은 유휴 인력을 활용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한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유휴 인력 해소 차원에서 발령을 계획 중인 것이 맞다. 현재 도급 인력으로 운영하는 업무 중 내재화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내부 인력으로 소화해보자는 분위기”라며 “아직까지 실제 발령을 낸 사례는 없다. 계획만 세운 상태”라고 말했다.

 

엔데믹 이후 면세업계는 좀처럼 실적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면세점 큰손인 중국인 단체관광객 ‘유커’가 줄어든 데다, 외국인 관광객이 면세점 쇼핑보다 올리브영 등의 로드숍을 찾는 비중이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 총매출액은 13조 7585억 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 24조 8586억 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업계 1위 롯데면세점의 실적 부진도 이어지고 있다. 롯데면세점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1조 6484억 원으로 전년(1조 5042억 원)보다 9.5% 늘었다. 반면 영업손실액은 462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작년 상반기 롯데면세점은 416억 원의 영업이익을 낸 바 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인건비 감축으로 적자 해소와 실적 반전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 추후 중국의 경기 침체 등이 해소됐을 때 드라이브를 걸 수 있도록 미리 비용을 줄이면서 체력을 보충하자는 의도”라며 “그렇다고 회사가 직원들을 강제 발령 내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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