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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만남' DL·현엔 사직1구역 시공자 지위 확인 소송 패소

차기 시공사 선정됐지만 1년 만에 해지 통보…법원 "양측 사업약정 무효, 시공자 선정도 위법" 기각

2024.08.21(Wed) 17:24:49

[비즈한국] DL이앤씨와 현대엔지니어링이 청주 사직1구역 재개발조합을 상대로 낸 시공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최근 패소했다. 두 회사는 조합이 기존 시공사였던 대우건설·GS건설과 결별한 이후 차기 시공자로 선정됐다가, 조합이 1년 만에 이들과 재결합을 결정하면서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양 사는 조합 측 계약 해지가 무효라며 시공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는데, 법원은 이 같은 주장이 모두 이유가 없다고 봤다.

 

서울중앙지방법원(재판장 이상원)은 지난달 18일 DL이앤씨와 현대엔지니어링이 청주 서원구 사직1구역 재개발조합을 상대로 낸 시공자 지위 확인 소송을 기각했다. 사직1구역 재개발사업 시공자로 선정됐던 두 회사는 조합이 2021년 6월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이듬해 10월 조합 측 계약 해지가 무효라며 자신들의 시공자 지위를 확인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 같은 주장이 모두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두 회사가 항소하지 않으면서 지난 9일 확정됐다.

 

DL이앤씨와 현대엔지니어링은 청주 사직1구역 재개발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반발해 시공자 지위를 확인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애초에 이들이 조합과 맺은 계약이 무효라고 판결하며 청구를 기각했다. 사진=생성형 AI

 

#사직1구역 GS·대우 빈자리 채운 DL·현엔

 

사직1구역 재개발사업은 청주 서원구 사직동 247-1번지 일대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정비사업이다. 약 10만㎡ 규모 사업 부지에 있는 노후·불량건축물 514동을 허물고 지상 최고 29층 아파트 25동(총 2482세대)을 조성할 예정이다. 사직1구역 주민들은 2008년 재개발조합을 꾸린 뒤 2021년 1월 사업시행계획 인가, 이듬해 6월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고 착공을 앞두고 있다.

 

현재 사직1구역 재개발사업 시공자는 대우건설과 GS건설이다. 사직1구역 재개발조합은 앞서 2015년 5월 조합 총회에서 대우건설과 GS건설 컨소시엄을 사업 시공사로 선정하고 같은 해 7월 공사도급 가계약을 맺었다. 두 회사는 2019년 10월 조합이 총회를 열고 이 가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의하면서 한동안 시공자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는데, 같은 해 11월 소송을 제기해 2021년 6월 “총회 결의가 무효”​라는 법원 화해 권고 결정을 받으면서 시공자 지위를 확인받았다.

 

DL이앤씨와 현대엔지니어링은 대우건설과 GS건설 빈자리를 채웠던 사직1구역 두 번째 시공자다. 조합은 대우건설·GS건설과 가계약을 해지한 뒤 2019년 12월과 이듬해 1월 각각 새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다. 이 입찰들은 DL이앤씨와 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이 단독 응찰해 유찰됐다. 두 회사는 조합이 한국토지신탁을 사업대행자로 선정한 2020년 3월 총회에서 결국 시공자로 선정됐다. 조합과 한국토지신탁, DL이앤씨·현대엔지니어링은 같은해 9월 각각 이 사업 시행자, 대행자, 시공자로서 업무를 수행하기로 사업약정을 맺었다.

 

#조합과 GS·대우 재결합하자 DL·현엔 반발 

 

양측 분쟁은 사직1구역 재개발조합이 기존 시공사와 재결합하면서 시작됐다. 조합은 2021년 3월 총회에서 대우건설·GS건설과 가계약을 해지하기로 한 지난 총회 결의를 무효로 하기로 결정했다. 같은 해 5월에는 재차 총회를 열고 DL이앤씨와 현대엔지니어링, 한국토지신탁과 맺은 사업약정을 해지하기로 했다. 사직1구역 두 번째 시공사로 선정된 DL이앤씨와 현대엔지니어링은 시공자 선정 1년여 만인 2021년 6월 사업약정 해지를 통보받았다.

 

DL이앤씨와 현대엔지니어링은 사직1구역 재개발조합의 사업약정 해지에 반발해 시공자 지위 확인 소송을 냈다. 조합 측 사업약정 해지가 법률이나 계약상 근거가 없기 때문에 무효라는 취지다. 두 회사는 자신들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에 따라 적법하게 시공자로 선정됐고, 이후 조합이 시공자 선정을 철회하는 결의를 하지 않아 여전히 시공자 지위에 있다는 주장을 폈다.

 

청주 서원구 사직1구역 재개발사업 조감도. 자료=청주시 홈페이지

 

#"애초에 사업약정 무효, 시공자 선정도 위법"

 

하지만 법원은 조합이 해지한 사직1구역 사업약정 자체가 무효라고 판단했다. 사업대행자로서 이 사업약정에 참여한 한국토지신탁의 사업대행자 지정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앞서 청주시는 조합 신청을 받아 2020년 7월 한국토지신탁을 사업대행자로 지정하는 사업대행 개시 결정을 고시했지만, 같은 달 조합원 과반수 동의 여부를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며 이를 취소했다. 조합과 한국토지신탁은 DL이앤씨·현대엔지니어링과 사업약정을 맺기 전 사업대행 신탁계약을 맺고 사업대행자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사업대행 개시 결정 고시가 취소됨에 따라 이 사건 사업에 대한 사업대행 방식의 진행과 사업대행자 지정이 모두 무산됐으므로, 결과적으로 이를 전제로 하고 있는 이 사건 신탁계약은 유효하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사업대행방식, 한국토지신탁에 대한 사업대행자 지정 및 이 사건 신탁계약이 유효함을 전제로 하고 있는 이 사건 사업약정도 유효하다고 볼 수 없다”며 “이 사건 사업약정이 유효함을 전제로 이를 해지한다는 이 사건 해지 통보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원고들의 이 부분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애초에 조합이 DL이앤씨와 현대엔지니어링을 시공자로 선정한 것도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들을 사직1구역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도시정비법에 따르면 시공자와의 수의계약은 입찰이 3회 이상 유찰된 경우에만 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DL이앤씨와 현대엔지니어링은 2019년 12월과 이듬해 1월 2회 유찰을 끝으로 조합과 수의계약을 맺었다. 한편 도시정비법은 2018년 2월 개정되면서 수의계약 조건이 기존 3회 유찰에서 2회 유찰로 완화됐는데, 해당 규정은 개정안 시행 이후 최초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로 한정됐다.

 

법원은 “개정 도시정비법에서 정하고 있는 ‘이 법 시행 후 최초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는 해당 사업 추진 과정에서 조합이 최초로 시공자를 선정하는 경우를 의미하므로, 위 법 시행일인 2018년 2월 이전 시공자를 선정한 적이 있다면, 구 도시정비법이 적용돼야 한다”며 “경쟁입찰이 2회 유찰된 이후 수의계약의 방식으로 원고들을 이 사건 사업의 시공자로 선정한 것은 관련 법령에 반해 위법하다. 따라서 원고들에 대한 시공자 선정이 적법함을 전제로 시공자 지위 확인을 구하는 이 부분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결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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