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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이상한 나라의 아이돌] "16세는 고령" 연습생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연습생 선발은 초등학생이 주 타깃, 학습권·건강권 뒷전…문체부 "설문 조사 하지만 실사 안 해"

2024.08.21(Wed) 14:24:06

[비즈한국] K팝은 대한민국 최고의 수출품이 됐다. 그러나 화려함 뒤에는 그늘도 깊다. K팝의 상징인 아이돌은 이른 나이에 발탁돼 혹독한 연습생 시절을 거친다. 그 과정에서 노동권과 인권은 무시되기 일쑤다. 데뷔조차 못 한 무수한 연습생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비즈한국은 ‘K팝: 이상한 나라의 아이돌’ 시리즈를 통해 K팝이 성장하는 동안 외면했던 문제점을 짚고, 다각도로 대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K팝을 만드는 이들이 건강해져야 K팝을 즐기는 사람들도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13살에 데뷔한 ‘아시아의 별’ 보아는 그야말로 대한민국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어린아이가 체계적인 트레이닝을 받아 춤, 노래는 물론 일본어까지 구사하는 모습은 가요계에 새로운 ‘성공 문법’을 제시했다. 

 

그로부터 24년이 지난 현재. 어린 아이돌은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아이돌의 데뷔 연령대가 점점 어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YG엔터테인먼트에서 데뷔한 걸그룹 베이몬스터의 평균 데뷔 연령은 16.8세, 막내 치키타의 나이는 14세였다. SBS 서바이벌 오디션으로 지난 3월 데뷔한 걸그룹 UNIS의 평균 연령은 15.8세. 막내 임서원의 나이는 13세로 무려 2011년생이다. 

 

2023년 8년 11일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에서 그룹 아이브가 공연을 펼치고 있다. 아이브 멤버 장원영은 Ment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즈원으로 14살에 데뷔했고, 아이브 막내 이서도 14살에 데뷔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걸그룹 뉴진스 역시 평균 연령 17.6세로 데뷔한 ‘전원 미성년자’였다. 데뷔 연령이 어려지는 만큼 연습생은 더 어려질 수 밖에 없다. ‘중학생이 마지노선’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연습생도 이제 초등학생을 주로 뽑는 추세다. 

 

왜 아이돌은 점점 어려질까? 중학교 졸업도 하지 않은 미성년자 아이돌이 늘어나도 괜찮은 걸까? 무엇보다 이들을 보호할 방안은 있을까?


#어린 아이돌, 더 잘 팔린다?

 

연습생은 ‘초등학생’, 데뷔는 ‘중학생’. 최근 K팝의 흐름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우와 다르게 아이돌은 어린 나이를 선호한다. 특히 최근에는 연습생을 뽑는 나이가 더 어려지고 있다. 보통 초등학생 정도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30여 년 동안 업계에 있었던 이준상 칠리뮤직코리아 대표는 “요즘엔 데뷔조가 12세부터 출발해서 16세에 의사결정이 끝난다고 한다. 16세가 넘으면 고령인 거다. 데뷔를 못 한 고등학생 아이들은 회사에서도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래서) 인적 자원에 관심을 가질 때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3 대중문화예술산업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만 9세 미만’의 연습생도 집계된다. 왜 기획사는 어린아이들을 선호할까?

 

강남의 위치한 한 아이돌 트레이닝 센터 관계자는 아이돌에게 요구되는 ‘외국어’ 능력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관계자는 “요즘 기획사들은 유창한 외국어 실력을 가진 지망생을 선호한다. 외국어는 어릴 때 배워야 습득이 빠르기 때문에 지망생의 부모들도 사교육을 통해 미리 가르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린 아이돌을 대중이 더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연예기획사 신인개발팀 관계자는 “대중이 어린 여성을 선호하기 때문에 걸그룹의 연령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기획사에서도 솔직히 어릴 때 상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최대한 어린 친구를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라고 털어놨다. 


#미성년자 아이돌, 보호 방안 없다

 

기획사는 초·중학생을 연습생으로 뽑고, 이들은 아이돌이 되기 위해 학교를 빠지거나 자퇴한다. 아이돌 트레이닝 학원에 다녔던 A 씨는 “보통 학교를 그만두거나, 학교에 다녀도 공부를 하지 않고 연습에만 매진한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렇게 선발된 미성년자 아이들을 보호할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청소년 근로가 가능한 나이는 만 13세부터다. 특히 만 13~14세는 고용노동부장관 명의의 취직인허증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아이돌은 ‘예외’다.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즉, 아이돌과 연습생은 ‘최저 연령대’ 제한이 없다. 

 

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또는 연습생) 표준 부속합의서 일부 내용.

 

문화체육관광부가 고시한 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연습생) 표준 부속합의서에 따르면 청소년의 대중문화예술용역 제공시간은 15세 미만 주35시간 이하, 15세 이상 주40시간 이하만 가능하다. 그러나 법정대리인이 동의만 하면 규제는 쉽게 무력화된다. 

 

용역에 대한 정의도 명확하지 않다. 단순 방송 출연과 공연 시간만을 용역으로 볼지, 트레이닝 시간도 용역으로 볼지는 기획사 마음이다. 미성년자 아이돌에 대한 신체적·정신적 건강 보장, 수면권·휴식권 보장 등에 내용도 모두 ‘권고’ 수준에 그친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관계자는 “판례상으로도 연예인은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한 상황이다. 미성년자일 경우에 학습권, 수면권 등이 (노동법에) 충족할 수 있게 권고는 하고 있지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강제)적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아이돌이나 연습생의 경우 용역의 기준이 모호한 부분들이 있다. 지난 국회 때 용역 시간을 줄이고, 용역 범위를 시행령으로 규정하자는 논의를 했지만, 현장의 반대로 개정이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문체부에서는 자발적인 연습이 아닌 기획사에서 요구하는 연습시간은 용역 시간으로 해석하고 있기는 하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연습생인지, 이들의 건강권과 학습권 등이 지켜지고 있는지는 제대로 파악하기도 어렵다. 

 

학교보건법에 따라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은 ‘건강검사’를 받아야 한다. 아이돌, 연습생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교육부는 건강검사에 불참하는 인원은 파악하지 않는다. 연습생 현황도 마찬가지. 문체부가 2년에 한 번 실태조사를 벌이지만, 국내 등록된 엔터테인먼트 회사 중 설문조사에 응답한 회사의 현황만 알 수 있다.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에 따라 기획사는 연습생과 아이돌에게 전문기관이 실시하는 성교육 및 성폭력·성매매·성희롱 예방교육을 받게 해야 하지만, 실제로 하는지는 알 수 없다. 

 

이는 지난 2020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대중문화예술산업 표준계약서 활용성 제고를 위한 개선방안 연구’에서도 드러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대중예술인들의 52.6%는 성희롱·성폭력과 관련한 어떤 교육도 경험하지 못했다고 응답했지만, 기획사는 24.5%만 교육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기획사로부터 인성교육 또는 정신건강 관련 지원을 받지 않고 있다고 응답한 대중예술인은 67.6%였지만, 기획사는 35.6%만 지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문체부 관계자는 “예술인 같은 경우 별도 등록제도는 없다. 정확히 통계를 낼 수는 없지만 2년에 한 번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설문을 통해 현황은 파악하고 있지만, 실사를 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다음 편에는 미국인이 K팝 지망생으로 살아남는 법에 대한 기사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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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전현건 기자

rimsclub@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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