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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의사 셋을 경찰 40명이 에워싸더니…' 의료개혁 반대 집회서 벌어진 일

경기도의사회, 3주 째 대통령 출근 길목에서 집회…경찰, 집시법 아닌 대통령 경호법으로 대응

2024.08.20(Tue) 18:27:14

[비즈한국] 의료개혁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은 언제쯤 끝나게 될까. 경기도의사회가 지난 5일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출근길에 집회를 열고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는데, 경찰이 집회 참가자들을 지나치게 제지해 대통령 심기 경호에 나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연 어느 정도길래 이런 말이 나오는지 20일 집회 현장을 직접 지켜봤다. 

 

20일 경기도의사회가 주최한 ‘의대 교육 정상화 촉구’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경찰에 제지를 당하고 있다. 사진=김초영 기자

 

#손까지 들어 보였지만…결국 제지당한 경기도의사회장

 

20일 오전 7시, 낮 최고기온이 36도까지 올라간다는 예보에도 ‘의대 교육 정상화 촉구’ 집회는 어김없이 시작됐다. 이날 발언을 맡은 소군호 경기도의사회 부회장은 피켓을 들고 “한 번 파탄난 의료는 돌이키기 쉽지 않다”며 정부의 의료개혁 재검토를 촉구했다. 소군호 부회장은 “자긍심 하나로 필수과목을 하던 레지던트들이 떠나고 있다. 상상 이상의 혼란은 자연스런 수순”이라며 “학년별로 배워야 할 커리큘럼이 순차적으로 있기에 내년에 2년 차가 올라와도 3년 차 일은 할 수 없다. 결국 후손들은 의료의 수준이 떨어진 상태로 진료를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3시간가량 이어진 집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출근 시간대에는 집회 참가자와 경찰 간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기도의사회에 따르면 지난 5일 집회를 시작한 이후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은 끊이지 않았다. 이날도 오전 9시께 경찰 40여 명이 마이크를 잡은 참가자 3명을 둘러싸며 “대통령 경호법에 따라 인적‧물적 제재가 있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건너편에 있던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은 “저에게는 대통령에 위협이 될 만한 것이 없다”며 손을 들어 보였으나 경호 인력에 의해 결국 길 안쪽까지 밀려났다. 

 

20일 오전 9시 4분께 집회 참가자를 둘러싼 경찰 인력. 사진=김초영 기자

 

이후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은 “아이들이 학교에 가서 공부할 수 있게 간곡히 호소하는 것뿐이다. 우리마저 침묵한다면 돌아오지 못하는 1만 8000여 명의 운명은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며 “소규모 집회에 총경인 서장이 출동하고 대규모 경찰 인력이 투입되는 게 맞다고 생각하나. 오늘 용산경찰서에 소장을 접수하겠다”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며 세금으로 관저를 옮겨 놓고 출근길에 집회를 막는 것이 국민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냐”,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갈 때까지 집회를 멈추지 않겠다” 등의 발언에 박수로 호응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했지만 지금은 실망스러워”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새벽 4시에 일산에서 출발했다고 밝힌 이금옥 씨(70)​는 기자에게 “증원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진행했으면 한다. 전문의를 포함해 의료계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검토하기를 바라는 것”이라며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직무정지를 내렸을 당시 나는 엄동설한의 날씨에도 반대 집회에 나갔고, 지난 대선에서도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다. 하지만 젊은 청년들의 미래를 망가뜨리는 지금 윤 대통령의 모습은 실망스럽다. 실수는 할 수 있으니 지금이라도 다시 본인의 모습을 되돌아봤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경호 인력에 의해 길 안쪽까지 밀려난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 사진=김초영 기자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은 인터뷰에서 “의대정원 증원 사태가 장기화하는 현 상황에서 해결권자는 윤석열 대통령밖에 없다.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집회를 진행하게 됐다.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멈추지 않을 예정”이라며 “1만 8000여 명의 학생들이 7개월째 학교를 못 가고 있다. 국가적으로도 손실이 너무 큰데 집회 현장에서 경찰들이 카메라를 뺏고 둘러싸 폭행을 하는 등 무조건적으로 의견 표명을 막는 것을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한다. 윤 대통령이 결자해지의 지도자다운 면모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경기도의사회 측은 집회 참가자와 경찰 간 물리적 충돌이 반복되는 점이 우려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봉수 경기도의사회 총무부회장은 “초반에는 집회를 한두 번만 상징적으로 하려고 했다. 그런데 경찰들과 나날이 부딪히며 협박을 당하다 보니 집회를 계속 진행해야겠다고 마음을 돌리게 됐다”며 “첫날 집회를 도와주신 분은 갈비뼈 두 개가 부러졌고, 최근에는 경기도의사회 직원 일부가 경찰과 대치하다 허리를 삐끗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이 처음에는 집시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을 말하다 이제는 대통령 경호법을 내세우며 집회를 방해한다”고 주장했다.

 

강 총무부회장은 “경찰들이 집회 참가자들을 밀고 위협을 가하면서 ‘때리지 마세요’라고 말한다. 영상이 없으면 마치 집회 참가자들이 문제 행동을 한 것처럼 보이게 한다”며 “지나가는 사람들도 스마트폰을 들고 있고 차량들에도 블랙박스가 달려 있는데 집회 참가자들에게만 ‘대통령이 출근하는 길이 실시간으로 나가면 테러 위협이 증가한다’며 카메라를 돌릴 것을 요구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수요 집회도 계속하고 있고 현수막도 걸었는데 정부가 계속 불통이다. 가장 중요한 대통령의 뜻이 그대로인 것으로 보아 의료계의 입장이 제대로 보고가 안 되는 것 같으니 대통령이 직접 볼 수 있게끔 집회를 계속해서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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