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올해 이동통신3사는 굵직한 법적 분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만 3년을 넘긴 5G 품질 소송부터 카드업계가 제기한 2600억 규모 부당이득반환 소송, 9개 기관의 ‘입찰담합’ 손해배상 소송 등 주요 송사가 예고돼 소송 리스크가 부각되는 모습이다. 통신3사는 소송결과에 따른 재무적 영향을 각기 다르게 예상하고 있지만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SKT가 피소된 5G 관련 소송은 단위가 작은 편이나 패소 시 업계 줄소송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고, 카드업계와의 소송 결과는 향후 통신비 제휴 조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KT·LG유플러스 피소 소송 각각 100건 이상, SKT는 미공개
KT와 LG유플러스가 피소돼 진행 중인 소송사건은 올 6월 말 별도 기준 각각 125건, 108건이다. KT는 지난해 말 125건 대비 2건 늘었고, 소송가액 총계도 1347억 9100만 원에서 1372억 700만 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소송 관련 충당부채는 215억 9000만 원으로 42억 원가량 줄었다. KT는 3사 중 유일하게 소송사건 건수와 소송가액, 법정소송 충당부채를 모두 공시했다. 충당부채는 지출 시기나 금액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발생확률이 높은 채무를 말한다. 소송에 패소할 경우 채무 증가로 재무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2022년 말 111건을 기록한 뒤 2년째 소송 건수 100건 이상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에는 122건으로 가장 많이 피소됐다. 소송가액은 2022년부터 공개하지 않았다. 과거 소송 규모를 보면 △2021년 95건 151억 원 △ 2020년 100건 159억 원 △2019년 65건 131억 △2018년 80건 171억 원 △2017년 76건 101억 원 △2016년 88건 154억 원 △2015년 103건 1061억 원이었다. 이 같은 규모를 고려하면 올 상반기 소송가액 역시 150억 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LG유플러스는 소송 충당부채를 별도로 공시하지 않고 “일부 소송과 관련해 소송결과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경제적 효익이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항목에 대해 부채를 인식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피소된 소송 건수와 소송가액, 관련 충당부채 모두 공개하지 않는다. SKT는 매해 감사보고서에 “다양한 소송사건에 계류 중이며 이러한 소송사건과 관련해 설정된 충당부채는 중요하지 않다. 당사 경영진은 충당부채가 설정되지 않은 소송사건과 관련해 현재의 의무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힌다. 소송사건의 결과가 재무상태나 영업성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공시 의무가 없는 소송 현황을 미공개하겠다는 취지다.
#5G 불만 첫 판결 주목, 국가 기관 9곳·카드사 8곳과 상대
일반 소비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소송은 단연 5G 서비스 품질 관련 손배다. 5G가 상용화된 지 5년이 지났지만 품질에 대한 소비자 불만은 끊이지 않고 있다. 5G 소비자 230여 명이 SK텔레콤을 상대로 낸 집단 소송 결과는 경쟁사 역시 줄줄이 걸려 있는 유사한 소송의 판례가 되는 만큼 업계도 주목하고 있다. 소송에 나선 이용자들은 고가의 5G 요금제를 이용 중 네트워크 불안정 및 끊김 현상이 지속됐다며 과장 및 허위 광고에 대한 소비자 기만 문제를 따져 묻고 있다. 요구사항은 납부한 5G 요금 반환에 위자료 추가 지급이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술 혁신이 부족한 채 유지관리 수준으로만 운영해온 통신사업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소송에서 산정된 원고 1인당 인지액은 47만 원, 원고소가는 1억 2000만 원 정도로 회사 입장에서는 큰 액수가 아니지만 연쇄 소송으로 번지면 보상 부담은 늘어날 전망이다.
2021년 4월 시작된 법정 다툼은 장기전이 됐다. 지난 4월 25일 예정됐던 1심 판결 선고기일이 취소, 변론 재개되며 다시 늦춰졌기 때문이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통신3사가 5G 서비스를 과장 광고했다며 △SK텔레콤 168억 2900만 원 △KT 139억 3100만 원 △LG유플러스 28억 5000만 원 등 과징금 총 336억 원을 부과한 바 있다. 3사는 이에 불복해 현재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국가사업 입찰 담합에 대한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결정도 송사 후폭풍을 몰고 왔다. 2019년 공정위는 2015년부터 2년여간 통신3사가 국가발주 공공분야 전용회선 사업 12건에서 답합한 사실을 적발하고 과징금 133억 원과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통신사들은 입찰 전 낙찰 예정사와 들러리 회사를 정하거나 수의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공정위 판단이 나온 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시작으로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 기상청, 우정사업본부, 한국마사회,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병무청,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총 9개 기관이 소송을 제기했다. 손해액을 기존 10억 원으로 책정했던 고용부가 60억 원대로 변경하는 등 개별 소송의 손해배상액이 상향 조정되는 사례가 나오며 전체 배상액 규모도 불어나는 상황이다.
국내 8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BC·하나·NH농협카드)가 통신3사에 낸 2500억 원 규모의 소송을 두고도 법리 다툼이 치열하다. 지난해 7월 카드사들은 서울중앙지법에 통신3사를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022년 정부가 카드 통신비 할인액은 부가가치세 과세 대상이 아니라고 유권해석을 내린 후 통신3사는 경정청구를 통해 2016년부터 약 5년간의 부가세를 국세청으로부터 돌려받았다. 통신비 할인액을 자신들이 지원했으니, 환급액을 돌려달라는 게 카드사 측 주장이다. 카드사들은 SK텔레콤에 1022억 원, KT에 861억 원, LG유플러스에 789억 원을 청구했다. 두 번째 변론기일은 오는 22일로 예정돼 있다.
이 밖에도 통신업계는 공정위로부터 4조 원 이상 과징금 추징이 가능한 휴대폰지원금 담합사건을 두고 고심 중이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통신업의 특성상 얽혀 있는 이해관계자와 사업 영역 저변이 넓다보니 여러 소송전에 연루되는 양상을 보인다”며 “지속적으로 공정위 제재를 받는 상황은 모럴 해저드 측면에서도 좋지 않은 신호다. 법률 리스크 최소화와 윤리 경영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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