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인천 청라 아파트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전기차 중고매물 가격이 급락하고, 일부 주차장에서 전기차 출입을 막는 등의 조치가 이루어지며 전기차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급기야 정부는 전기차 관련 대책 회의를 열고,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정보를 자발적으로 공개할 것을 권고한 뒤 향후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전기차 관련주가 변동성이 큰 모습을 보였다. 흔히 전기차 관련주라고 하면 2차전지와 모터 생산업체, 완성차업체 등 전기차와 관련된 종목을 말한다. 특히, 이 가운데 2차전지 관련주는 전기차의 핵심 부품으로서 전기차 관련 테마로 함께 움직여왔다.
지난해 국내 증시에서는 ‘2차전지’가 핫이슈였다. 2차전지주를 중심으로 과열 현상이 발생했고, 2차전지 대표주였던 에코프로가 100만 원을 넘어서며 황제주로 등극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들어 투자 심리가 냉각되며 2차전지 관련주들은 하락세를 이어갔다. 올해 들어서도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면서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에 빠진 업체들이 인천 화재로 인해 더욱 직격탄을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2차전지 관련주 목표가를 하향 조정하며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목표가는 37만~39만 원이 제시되었으며, 삼성SDI 목표가도 42만~48만 원 등으로 제시되는 등 줄줄이 하향 조정됐다.
오히려 이번 화재로 국내 배터리업체들의 안전성이 부각되며 저가 매수에 나서야 한다는 투자자들도 있다. 국내 2차전지 관련주들은 지난달 테슬라의 실망스러운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인천 화재까지 겹치면서 연중 최저 수준의 주가에 도달해 있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원가 절감 차원에서 장착된 중국산 배터리가 오히려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은 제품이라는 인식이 커졌기 때문에, 국내 배터리업체들의 몸값이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전기차 화재로 배터리의 원산지와 제조업체, 특정 전기차 업체로 비난이 집중되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리튬 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차는 배터리의 타입, 제조국과 기업에 관계없이 상대적으로 높은 화재 위험에 노출된다”며 “피할 수 없는 위험이기 때문에 이를 인정하고 최소화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짚었다. 한 연구원은 또 “전기차 시대가 재확산되기 위해서는 장애물들을 해결할 수 있는 정치적 리더십과 사회적 공감이 선결돼야 한다”며 “단기적으로 후퇴한 미국과 유럽의 육성 정책 방향이 전환되는 계기가 나타나면 전기차 시장이 재성장 모드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탄소 감축을 위한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은 인류에게 필수불가결한 과제다. 그동안 캐즘 구간에 접어든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세를 타개하기 위해 완성차와 배터리 업계는 가격 인하나 기술 개발 노력 등을 해왔다. 그러나 이번 화재로 인해 당분간 수요 회복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전망이다.
다만, 오는 11월 치러질 미국 대선 결과는 변수가 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의 석유와 가스 자원을 더 적극적으로 개발함으로써 전기요금을 비롯한 에너지 비용을 절반 이상 낮추겠다고 밝혔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과 전기차 중시 기조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예고다. 반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친환경 에너지 정책과 전기차 보조금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전기차를 둘러싼 여러 우려에도 장기적인 성장 전망은 여전히 밝다. 글로벌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세계 여러 나라의 정책은 계속 진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중단기적으로 투자 목표를 세우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수익을 내지 못한다면 공허한 메아리가 될 뿐이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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