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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지금 우리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3대 안보 쟁점'

해외 정보작전 복원, 수출 성과 집착 경계, 인지전 역량 확보…당장 이익보다 장기적 안목서 준비해야

2024.08.19(Mon) 11:20:55

[비즈한국] 윤석열 정부 집권 중반, 국방 사령탑이 또 한 번 바뀌었다. 그 어느 정부보다 국방 이슈가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서 있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진짜 국방 현안에 대한 문제 제기와 토론이 부족한 현실이다.

 

이 때문에, 현재 방위산업을 포함한 국방 현안 중 우리를 놀라게 할 수 있는 이슈가 무엇인지 미리 정리하고, 왜 이런 이슈가 중요해지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일종의 ‘예방주사’ 개념으로 간단히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필자는 ‘3대 안보 쟁점 점검 리스트’를 뽑아봤다.

 

인지전을 형상화한 그래픽. 사진= 나토 이노베이션 허브 출처

 

첫 번째 이슈는 해외 정보수집 재건에 대한 것이다. 일명 ‘정보사 블랙 요원 유출’ 사고와 정보사 내 송사 관련 이슈가 연일 화제가 됐지만, 유출에 대한 사실에만 집중하고 앞으로 무엇을 할 지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현재도 해외 정보작전 활동과 이를 위한 해외파견 비공개 인원들은 현장에서 열심히 활동 중이다. 원래 해외 정보작전 활동 자체가 국가정보원과 정보사령부가 서로 역할을 분담하거나 나눠서 임무를 수행해 왔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재 해외정보 수집 활동을 하는 비공개 인원, 즉 ‘블랙 요원’들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국정원과 정보사로 이원화된 비공개 정보수집 활동이 사실상 일원화된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해외 정보작전은 말이 작전이지 사실은 정보를 얻기 위해서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시도하고 실행한다. 스파이 영화에서의 첩보작전은 과장된 것이 많지만, 영화 속 스파이의 행동은 과장된 것보다 생략된 것이 더 많다. 정보 획득을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많이 하는지에 따라 정보의 신뢰성이 달라지고, 정보의 획득 타이밍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한 정보작전 중에서도 해외 정보작전은 정보의 획득 량 뿐만 아니라 신뢰성 확보가 중요하다. 그리고 이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 서로 다른 분리된 주체들이 상대방의 정보수집 활동을 모른 채로 독립적으로 정보작전을 벌이는 것이다. 인사권이 다른 조직은 정보작전의 성향이나 행동도 판이하게 달라지고 이럴수록 상대방은 방첩(Counter-Intelligence) 임무가 어려워진다. 

 

문제는 이런 사정을 외면하고, 단일한 조직이 해외 정보수집 업무를 전담하게 됐을 때 상대방에게 역추적, 조작, 역공작을 당하기 쉽다는 점이다. 지금 해외 정보작전을 위한 인력확충, 즉 ‘블랙 요원’을 늘리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국가정보원으로 해외 첩보 임무 및 비공개 작전 요원 육성을 일원화시키는 것이지만, 이는 명백히 큰 실수다.

 

물론 정보작전의 출처가 여러 곳일 경우 내부 이권 및 권력 문제로 서로 견제가 심각해지면 정치적 다툼도 생기기도 한다. 해외의 경우 영국처럼 해외와 국내가 일원화된 곳도 많다. 하지만 우리 실정과 이런 방식은 잘 맞지 않아, 일원화됐을 때 우리는 많은 문제를 경험한 바 있다.

 

따라서 무작정 해외정보 수집의 루트를 한가지 기관으로 유지하는 것 대신, 다중 경로로 해외 비공개 정보수집 활동을 하는 요원을 육성하고 인사권이 서로 분리된 조직들이 협력과 상호 검증하는 방향으로 이번 ‘정보사 블랙 요원 유출사태’의 해결법을 찾아야 한다.

 

두 번째 안보 쟁점은 ‘방산수출 200억 달러’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다. 대한민국 방산 수출은 최근 10여 년간 30억 달러의 벽을 넘지 못하다가, 2021년 73억 달러, 2022년 173억 달러로 급증했으나 2023년 130억 달러로 상승세가 다소 꺾였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 정부는 올 초부터 ‘2024 방산 200억 달러 수출’ 목표를 걸고 대통령실 주도로 방산수출을 위한 ‘전력투구’를 정부와 방위산업체들에서 주문하는 실정이다. 이미 지난 6월에 대통령실이 ‘제5차 방산수출 전략평가회의’를 주재하고, 방산기업의 해외시장 판로개척을 전략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공개선언 한 바 있다.

 

‘방산수출 200억 불’이 우리나라 국방력 증대나 방위산업 발전을 위한 수치가 아닌 것 같다는 의심이 자꾸 든다.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방위산업의 근본 목적이다.

 

방산수출의 목적은 국내 시장만으로는 수주물량과 채산성이 부족한 한계를 깨고, 방위산업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다. 또한 우리의 우수한 무기체계로 우리의 동맹국 혹은 협력국이 안전을 보장받고 국제평화에 기여하는 것이 두 번째다. 마지막으로 수출을 통해 경제성이 확보되고 업체의 자체 R&D능력이 향상되면 결과적으로 우리 군에게 좋은 무기를 저렴하게 제공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방산수출 확대를 위해서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정부와 기업이 한 뜻을 모아 수출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은 좋지만 국제질서 안에서, 사법적 문제가 될 수 있는 거래를 피하면서 방산수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우리가 방위산업에 올인하는 것은 방위산업의 성장과 국가의 안보를 지키기 위한 것이지, 방산수출로 우리 방위산업이나 국가의 안보에 역효과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필자는 평소에 방산추출을 위해 수출국의 상황을 배려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을 꾸준히 해 왔으며 이것이 국내 일부 여론에 반하더라도 추진해야 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 폴란드나 인도네시아의 방산협력에서 우리 국민들이 비판하는 ‘한국의 불리한 거래 조건’ 상당수는 사실 우리 말고 다른 나라들도 수출할 때 자주 겪는 일이다. 그러나 국제규범을 지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런 선을 지키지 않는 대표적인 국가가 중국이고, 중국의 무리한 방산수출은 서방 국가들과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자신의 외교적 입지를 줄이는 역효과를 낸 바 있다. 가령 중국이 중동 국가에 미사일 기술을 불법적으로 이전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2021년 12월 미국 CNN이 이를 보도하면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에 관여한 기관을 제재하겠다고 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주목해야 할 안보 쟁점은 인지전 관련 이슈이다. 인지전(Cognitive Warfare)은 심리전(Psychological Warfare)과 종종 혼동되는 새로운 개념의 전쟁 방법인데, 인간의 심리와 관련된 군사작전이라는 점에서는 심리전과 인지전은 비슷하지만, 많은 부분이 차이점이 있다.

 

인지전의 핵심 개념은 현재 우리의 인지과학과 심리학, 뇌 과학으로 사람의 행동과 마음을 조종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 전쟁이 일어나기 전이든 일어난 후든 가리지 않고 우리 측에 유리하게 인간의 인식과 판단을 바꾸고, 적에게 불리하게 인간의 인식과 판단을 바꾸는 행동을 의미한다.

 

쉽게 말하면 발달한 마케팅 기법, 조직문화 경영기법을 전쟁과 전투에 사용하자는 이야기다. 가령 현재 수행되는 인지전은 적의 사기를 꺾기 위해서 적 지도부의 신뢰를 떨어트리는 정보, 적에게 우리의 군사력을 과장되게 설명해서 공포를 유발하는 정보, 적의 군사 지휘부가 잘못된 판단으로 필요 없는 작전을 유발하거나 진짜 중요한 전략을 실행하지 못하게 결정을 방해하는 정보를 생산하고, 대량으로 살포해서 이런 정보가 진짜인 것처럼 적이 믿게 만든다. 

 

인지전 개념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제창됐다. 미국 적대국들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시에 가장 유명한 인지전의 경우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하기 위해 가짜정보를 소셜 네트워크에 퍼트린 것이다. 지금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서도 인지전이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우리 군도 최근 이런 인지전 동향에 주목해 많은 연구와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이 인지전이 개념이 심리전과 달라서, 적국이 아닌 아군에게도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인지전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아군의 중요성과 활약을 국민 상대로 홍보해야 하는데,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후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가 인터넷 라이브 방송으로 수도 키이우 거리를 걷는 모습을 공개하여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한 바 있다.

 

문제는 이것이 정치와 연계돼 있어, 신중한 선택과 행동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가령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서 이스라엘은 소셜 네트워크에 광고비를 지급하고 하마스의 공격으로 고통받는 국민의 영상을 보여줘서 인지전에서 큰 활약을 보였으나, 현재는 하마스에 형편없이 밀리고 있다.

 

전쟁 초기 전 세계에서 친 이스라엘 시위와 반 이스라엘 시위가 팽팽했던 반면, 현재는 반 이스라엘 시위가 전 세계에서 확산되고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세계 각국 정부들도 이스라엘에 쉽게 동조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초기에 인지전에서 우세하던 이스라엘이 결국 팔레스타인에서 밀린 이유는 간단하다. 전쟁 수행이라는 전쟁 목표 대신 정권 안보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이스라엘의 피해와 어려움을 이야기해야 하고, 정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극우세력에게 이 전쟁이 매력적이라는 것을 설득해야 한다. 전자가 아닌 후자로 인지전의 촛점을 맞추다 보니 팔레스타인 시민들의 분노와 국제사회의 분노를 이스라엘이 받고 있는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 우리도 이런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지금 우리가 당면한 3대 안보 쟁점을 정리했다. 세 가지 이슈는 따로 분리된 내용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서로 연관돼 있다. 당면한 이슈와 당장의 목표에만 집중하면 결과적으로는 우리 국익이 크게 손상받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우리 안보정책이 이뤄졌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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