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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들 진술에 발목 잡혔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구속기소 뒷얘기

김 위원장이 SM 인수 직접 지시…검찰 공소장에 '김범수식' 경영 드러나

2024.08.19(Mon) 09:51:03

[비즈한국]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장대규 부장검사)가 지난 8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 등을 구속기소하면서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 내용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그동안 ‘검찰이 김범수 위원장에 대해 확보한 증거가 차고 넘친다’는 얘기가 공공연했는데, 검찰이 핵심 임원들을 상대로 얼마나 많은 진술을 받아냈는지도 확인됐다는 평이 나올 정도다. 

 

검찰은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기 위해 시세조종에 적극적으로 개입·지시·승인했다고 판단했다. 7월 22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출석한 김범수 위원장. 사진=박정훈 기자

 

#검찰, ‘개입·지시·승인’ 모두 김범수 지목

 

검찰은 김범수 위원장이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기 위해 시세조종에 적극적으로 개입·지시·승인했다고 판단했다. 이를 뒷받침할 증거로 주요 회의에 참석했던 임원진의 진술을 제시했다.

 

검찰은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구속기소)가 5907억 원을 동원해 SM 주식 26.5%를 인수, 지난해 8월쯤 기업결합 승인을 완료하는 계획을 회의에 상정했고 이에 김기홍 전 CFO 등이 반대를 했지만 김범수 위원장은 “카카오엔터 입장에서 SM 경영권 인수가 좋은 기회”라고 승인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배 전 대표가 SM 창립자인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와 사이가 좋지 않던 경영진과 손잡고 인수하는 방안을 보고했고, 이를 김 위원장이 승인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또 검찰은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를 활용, 카카오가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1028억 원 상당의 SM 주식을 매집해 주당 13만 100원으로 상승시키는 과정이나 SM 주가가 인수 경쟁을 벌이던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 원보다 하락하자 투심위 회의를 열어 카카오 자금을 이용한 SM 주식 매집도 김범수 위원장이 최종 승인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리니언시’ 활용해 진술 얻어냈나

 

검찰은 구체적인 회의 일정과 장소, 대화 내용 등도 공소장에 특정했는데 이는 이미 구속기소한 배재현 전 대표 등을 포함, 회의에 참여한 임원들로부터 진술을 상세하게 받아낸 덕분이라는 평이 나온다.

 

특히 주가 부양 과정에서 실무를 맡은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력부문장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는데, 이를 놓고 플리바게닝(검찰 수사에 협조하고 기소여부나 형에서 혜택을 받는 것)이라는 말이 흘러나온다. 검찰은 지난 1월부터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리니언시)’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카카오 임원들에게 활용해 진술을 받아냈다는 것이다.

 

공소장 등에 따르면 이준호 전 부문장은 지난해 2월 27일 SM 주식이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 원 이하로 급락하자, 배 전 대표로부터 “주가가 빠지고 있으니까 (원아시아파트너스 측에게) 연락해서 빨리 SM 주식을 더 사달라고 얘기해라. 12만 원 이상 주가를 유지해야 한다”고 지시를 받았고 이를 원아시아 측에 전달했다. 

 

이에 이 전 부문장은 증권사 직원에게 “시세조종으로 발각되지 않도록 시세대로 받쳐가면서 사라. 종가가 제일 중요하니 마지막에 남아 있는 돈을 쏟아부어라” 등 불법에 해당하는 지시를 서슴지 않았다. 주가는 하이브 공개매수가보다 비싸게 거래됐고, SM은 결국 하이브가 아닌 카카오에 인수됐다.

 

이번 사건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카카오의 의사결정 과정을 검찰에서 다 파악하는 데 임원진의 진술이 주효했다”며 “검찰이 구속기소한 임원과 불구속기소한 임원, 기소하지 않은 임원을 나눠보면 핵심 개입 여부와 함께 검찰 진술 협조 여부도 알 수 있지 않겠냐”고 귀띔했다.

 

#카카오 주먹구구식 경영방식 더 드러날까

 

김범수 위원장에 대한 재판은 다음달 11일 처음 열릴 예정인데, 법조계에서는 ‘카카오의 주먹구구식 운영방식’이 드러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재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계열사 장악이나 내부 조직 운영이 다른 그룹들에 비해 좋게 말하면 자유롭고 나쁘게 말하면 산만하다는 평을 받았다”며 “결국 내부적으로 통제나 견제를 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 보니 주가조작도 벌어진 것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검찰의 수사는 여전히 남아 있어 김범수 위원장은 추가 기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카카오엔터의 드라마 제작사 고가인수 의혹,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의혹, 김 위원장과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관계사 임원들의 횡령·배임 의혹은 여전히 서울남부지검에서 수사 중이다.

 

앞선 변호사는 “윤석열 정부 들어 시작된 검찰의 기업 수사 중 가장 강도 높게 진행된 것이 카카오”라며 “카카오에 대한 검찰의 수사 의지가 강력할 뿐 아니라 금융감독원이 나설 만큼 정부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남아 있는 사건들 중 일부 의혹의 경우 김 위원장의 책임을 묻는 경우가 더 발생할 수 있다”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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