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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수가 늘렸는데 '분만 중단' 왜 계속 늘어나나

전국 250개 시군구 중 산부인과·분만실 없는 지역 72곳 달해…내년 레지던트 지원자도 '미달'

2024.08.16(Fri) 17:25:06

[비즈한국] 최근 문을 닫거나 분만 진료를 중단하는 산부인과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광주광역시 소재 문화여성병원을 시작으로 성남시 곽여성병원, 경상남도 창원시 예인여성병원 등 지역에서 터줏대감 역할을 해오던 병원들이 줄줄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리면서 지역사회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분만수가 개선에 나섰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2015년 개원한 서울 서대문구 소재 제이여성병원이 산모 수 감소 등으로 이달 1일부터 분만실과 산후조리원 운영을 종료했다. 사진=김초영 기자

 

#분만 가능 의원 수, 10년 사이 절반 넘게 줄어

 

이달 1일 자로 서울 서북부 지역 산모들의 분만을 책임지던 제이여성병원이 분만 진료를 중단했다. 2015년 문을 연 이 병원은 분만실과 산후조리원을 운영하며 ‘365일 24시간’ 분만이 가능했다. 하지만 산모 수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현재는 분만실을 비롯한 내과와 소아청소년과 진료가 종료됐다. 12일 방문한 병원 1층 엘리베이터 옆에는 “출산을 제외한 초기, 중기 산모 진료 및 산부인과 외래는 그대로 운영합니다”라고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지난해 9월에는 광주광역시에서 가장 큰 산부인과인 문화여성병원이 폐업했다. 2006년 개원한 이 병원은 홈페이지에 “지속적인 분만 감소로 폐업 예정입니다”라며 소식을 알렸다. 전국 분만 건수 1위에 올랐던 성남시 소재 곽여성병원과 경상남도 창원시의 예인여성병원은 올해 폐업을 결정했다. 이 병원들은 모두 경영난을 호소했다. 

 

제이여성병원 관계자는 “2년 전부터 분만 진료 중단을 고민해왔다. 구체적인 숫자를 말하기는 어렵지만 상당히 큰 폭으로 산모 수가 줄어 경영난이 있었다”며 “상황이 나아지면 진료를 재개할 수도 있겠지만, 원장님도 버티다가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인 만큼 현재로서는 다시 분만 진료를 시작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 병원은 지난해 출산 및 진료 후기 이벤트를 여는 등 산모 수 감소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분만 가능한 병원 수는 계속해서 줄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에서 분만을 받는 산부인과 수는 463개로, 2013년 706개 대비 243개(34.4%) 줄었다. 의원급의 경우 감소세가 더 뚜렷하다. 의원급 산부인과는 2013년 409개에서 지난해 말 195개로 감소했다. 전국 시군구 250곳 가운데 ​산부인과나 분만실이 없는 지역도 ​72곳에 달한다. 산부인과가 없는 지역이 22곳(경북 6곳·강원 5곳·전북 4곳·전남 3곳·경남 2곳·충북 1곳·대구 1곳), 분만실이 없는 지역은 50곳이나 된다. 

 

#수가 신설했지만…산부인과의사회 “현장 목소리 안 담겨”

 

산부인과 의사들은 분만수가 현실화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0월 ‘필수의료 지원대책에 따른 분만수가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특별·광역시 등 대도시를 제외한 전 지역의 의료기관에 분만 건당 55만 원 보상(지역수가) △산부인과 전문의가 상근하고 분만실을 보유하는 의료기관에 분만 건당 55만 원 보상(안전정책수가) △산모가 고령이거나 합병증이 동반되는 경우 적용되는 고위험분만 가산을 최대 200%까지 확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연간 2600억 원의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되는 이 방안은 지난해 12월부터 적용됐다. 

 

서대문구 제이여성병원은 365일 24시간 분만이 가능한 병원으로 서울 서북부 지역 산모들을 책임져 왔으나 산모 수 감소로 지난 1일 분만 진료를 중단했다. 사진=김초영 기자

 

하지만 개선책 도입 이후에도 의원급이 분만 진료를 중단하는 사례가 줄지 않자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앞서 정부 발표 직후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2월 정부가 ‘산부인과 분만 정책 수가 개선안’을 발표한 후 본 회는 9개월 동안 의견조회, 회의, 토론회 등에 참여하며 분만 의료기관의 어려움과 분만 인프라 붕괴의 위험을 주장했지만 개선 방안에는 본 회의 주장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결국 현장의 목소리는 전혀 귀 기울이지 않고 굶어 죽지 않을 정도의 지원만 해주는 결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불가항력적인 분만사고 부담도 분만 진료를 어렵게 하는 부분이다. 성원준 칠곡경북대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지난해 발표한 ‘산과 의료소송 분석’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분만사고 관련 손해배상 청구 금액은 평균 5억 3800만 원으로, 최소 2300만 원부터 최대 51억 9000만 원으로 나타났다. 실제 배상액은 평균 2억 2900만 원으로, 이는 지난 2005년부터 2010년 사이 평균 배상액이 7000만 원이었던 것과 비교해 3.3배 늘어난 수치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7월에는 법원이 뇌성마비 신생아 분만을 담당한 산부인과 의사에게 12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해 논란이 됐다. 

 

#상반기 레지던트 지원율 ‘67.4%’로 작년 이어 또 미달

 

이렇다 보니 산부인과 전문의를 배출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4년도 상반기 레지던트 1년 차 전기모집 결과에 따르면, 산부인과는 모집정원 181명 중 122명(지원율 67.4%)이 지원하며 미달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 지원율인 71.9%에서 4.5%포인트 감소한 숫자다. 지원자 숫자만 보면 전년도 133명에서 122명으로 11명이 줄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나눠서 보면 수도권은 지원율 79%, 비수도권은 절반도 못 미치는 45.2%로 집계됐다. 

 

정부는 최근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산하 의료사고안전망 전문위원회 회의에서 최고 3000만 원 수준인 무과실 분만 사고의 국가보상 한도를 실제 민사배상 수준을 고려해 증액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2월 발표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에도 담긴 내용이다. 현행 보상한도는 △태아 사망 1500만 원 △신생아 사망 2000만 원 △산모사망·신생아 뇌성마비 3000만 원으로 책정돼 있다. 일본의 경우 최대 3억 원을 보상한다. ​ 

 

오상윤 대한분만병의원협회 사무총장은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의료분쟁조정법은 ‘​불가항력 의료사고’​라는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의사가 아무리 의무를 다했더라도 결과가 안 좋을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불가항력 의료사고를 누가 책임질 것인가에 대한 논의부터 시작해 산부인과 전문의들의 사법적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며 “​정부가 참고할 것으로 예상되는 일본은 이미 12년 전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3억 원’​이라는 배상액을 책정한 것인 만큼 정부는 당사자 및 국민과 반드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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