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1일 인천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주차된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해 엄청난 피해를 남겼다. 주변 차량 140여 대가 불에 탔고 정전이 발생해 주민 120여 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초기 화재 진압이 쉽지 않아 8시간 후에야 진화가 완료됐다. 이처럼 최근 전기차 화재가 잇따르면서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 공간에 별도의 소방시설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차 화재 늘어나지만 진화 쉽지 않아
최근 전기차 화재는 늘어나는 추세다. 송언석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소방청에서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총 161건에 이른다. 2017년 1건이었던 것이 △2018년 3건 △2019년 7건 △2020년 11건 △2021년 24건 △2022년 43건 △2023년 72건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이번 사고처럼 주차나 충전 중에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2021년 10건에서 △2022년 18건 △2023년 34건으로 3년간 3배 이상 늘었다.
전기차 화재는 진압하기 어렵다. 화재 원인으로 지목되는 배터리가 차체 바닥에 부착돼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내부에서 화학 반응이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는 ‘열폭주’가 일어나면 내부 온도는 1000도까지 치솟으며 연소가 확산하는데, 화재 원인 물질인 배터리가 차체에 둘러싸여 진화가 쉽지 않다. 진화 과정에서는 배터리 폭발이나 유독성 가스, 고압 전류 노출로 2차 사고가 발생할 위험도 크다. 미국 테슬라 리포트에 따르면 내연기관 대비 전기차의 화재 진압시간은 8배, 진압 인력은 2.5배, 필요 소화수는 100배에 달한다.
박재성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전기차는 일반적인 화재 가연물이 아니기 때문에 화재의 확산 속도도 빠르고 화재가 발생했을 때 진압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하부에 있는 배터리는 화재 발생 시 사실상 물에 완전히 잠겨야만 소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대용량 스프링클러와 수조 필요
우리나라 대다수 공동주택과 다중이용시설에는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가 의무화돼 있다. 친환경자동차법에 따라 100세대 이상 공동주택이나 주차면수가 50면 이상인 공중이용시설에서는 전체 주차면수 5%(2022년 1월 이전 건축허가 시설 2%) 이상에 전기차 충전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주택건설기준규칙에 따라 현재 30세대 이상 공동주택에서도 총 주차대수 7% 이상(이전 4%이상)에 이동형 충전기 콘센트를 설치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반면 현재 전기차 충전시설에 필요한 소방시설 규정은 별도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현행 소방시설법에 따르면 주차 용도로 사용되는 면적이 200㎡ 이상인 건축물 실내 주차장에는 물분무 등 소화설비나 이를 대체할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앞선 전기차 충전시설에 대한 별도 소방시설 규정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현재 전기차 화재 진압을 위한 소방시설을 별도로 규정한 법령은 없다. 공동주택 등 건물 실내 주차장에는 일반 스프링클러가 설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화재 특성상 전기차 충전시설에 별도 소방시설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재성 교수는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면 급속도로 연소가 확대되기 때문에 전기차 충전시설이 설치되는 공간에는 다른 시설보다 소화설비를 보강할 필요가 있다. 스프링클러 살수 밀도를 높이거나 소화 수조 용량을 늘려 소화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도 “대용량 스프링클러를 설치해 소화 능력을 높이거나 방화구획을 설치해 화재가 주변에 전기차로 옮겨붙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전기차 화재 사고 발생 이후 국회에서도 법 개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일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시설에 소방용수시설이나 소화수조 등 소방시설을 설치하는 내용의 주차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9일 전기차 충전시설에 살수장치나 전기차 전용소화기, 소화덮개 등을 비치(설치)하고, 실내 충전시설의 경우 소화수조나 방화 셔터 등을 추가로 설치하도록 하는 소방시설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송언석 의원은 “인천 청라 아파트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전기차 화재에서 볼 수 있듯이, 건물의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대형 인명사고와 재산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전기차 충전시설 보급 확대와 더불어 국민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도록 개정안 통과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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