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부실 대출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우리은행이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계자가 전·현직 대표나 대주주로 있는 업체에 대출을 실행하면서 절차를 지키지 않았거나 손실을 본 것이 핵심으로, 금융감독원의 조사 발표로 세간에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제재 조치와 사후 대책을 설명하며 수습에 나섰는데, 향후 손 전 회장의 개입 여부에 따라 사태의 향방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Character(인물)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1959년 5월 16일 광주에서 태어났다. 전주고등학교, 성균관대 법학과, 서울대 대학원 법학 석사, 헬싱키대 경제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손 전 회장은 1987년 우리은행의 전신인 한일은행에 입행하며 우리금융과 연을 맺었다. 직원으로 시작해 30년 이상 은행에서 경력을 쌓으며 은행장, 그룹사 회장까지 역임한 ‘샐러리맨 신화’로 불린다. 손 전 회장은 우리은행 재직 당시 글로벌 전문가로 꼽혔고, 담당 분야에서 목표 이상의 성과를 거두는 등 업무 능력이 탁월했다는 평을 받았다.
#Career(경력)
손 전 회장은 우리은행 내에서 전략 기획, 영업, 글로벌 분야를 두루 거쳤다. 2003년 우리은행 전략 기획부 부장을 거쳐 2006년 우리은행 LA지점 지점장으로 4년간 근무했다. LA에서 돌아온 후 2010년 우리금융지주 상무대우, 2012년 우리은행 관악동작영업본부 영업본부장으로 재직했다. 2014년에는 우리은행 자금시장 사업단 상무와 글로벌사업본부 부행장을 거쳤다. 2015년부터 우리은행 글로벌 그룹장으로 재직했다.
2017년 11월 채용 비리 의혹으로 사퇴한 이광구 전 우리은행 은행장을 대행했고, 경영 능력과 리더십을 인정받아 그해 12월 51대 우리은행 은행장에 선임됐다. 우리은행이 2018년 6월 지주사 전환을 의결하고 2019년 1월 우리금융지주 법인을 설립하면서, 손 은행장은 지주 초대 회장을 겸직했다.
2020년 3월 제1기 우리금융지주 정기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와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지주 회장직 연임에 성공했다. 2월 금융감독원이 우리은행의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손 전 회장에게도 문책 경고의 중징계를 내렸지만, 손 전 회장은 집행정지와 징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회장직을 이어갔다. 2023년 1월 연임 도전을 포기해 그해 3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Capability(역량)
손태승 전 회장은 지주사 전환과 재출범, 완전 민영화 등 우리은행의 주요 기점마다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손 전 회장은 우리은행 재직 당시 우리금융이 2001년 국내 최초 지주사로 출범할 때 기여한 공로로 전략 기획부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정부가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우리금융은 다시 은행 체제로 바뀌었다가, 2019년 1월 우리금융지주로 재출범했다. 당시 은행장을 겸직하던 손 전 회장은 동양자산운용(현 우리자산운용), ABL글로벌자산운용(현 우리글로벌자산운용), 국제자산신탁(현 우리자산신탁) 등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한 인수합병(M&A)을 주도했다. 이듬해 아주캐피탈(현 우리금융캐피탈)과 아주저축은행(현 우리금융저축은행)까지 품었다.
회사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2020년 우리금융지주 임원후보자 추천위원회는 “경상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고, 업계 최고 수준의 자산건건성 비율을 달성했다”며 “글로벌 수익 비중 10%를 초과하는 등 질적 성장을 이뤘다”라고 평가했다.
2021년에는 우리금융의 숙원이던 완전 민영화를 이뤘다.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하던 우리금융 잔여 지분 9.33%의 매각을 선언하면서다. 2021년 12월 손태승 전 회장은 “완전 민영화를 계기로 한층 투명하고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더 나은 금융서비스로 보답하겠다”라는 메시지를 냈다.
#Critical(비판)
손태승 전 회장이 우리은행장을 맡았던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대규모 손실 사태가 발생했다. DLF는 독일 국채 금리 등이 일정 수준으로 내려가면 원금 손실을 보는 고위험 상품이다. 우리은행은 2018~2019년 고객에게 DLF를 안전자산이라며 판매하거나, 원금 100% 손실 가능성을 알리지 않는 등 불완전판매를 한 사실이 적발돼 2020년 3월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았다.
금융당국은 부실한 내부통제를 이유로 손 전 회장에게도 책임을 물었지만, 법원은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해 징계처분 취소를 인정했다. 다만 우리은행이 고객에게 입힌 손실이 500억 원에 달해 시민단체 등은 “경영진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손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손 전 회장은 DLF 징계를 두고 금융당국과의 싸움에서 이겼지만, 퇴임 후에도 갈등은 끝나지 않았다. 올해 8월 12일 금감원은 “2020년 4월~2024년 1월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차주를 대상으로 부실 대출이 실행됐다”며 수시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실행된 대출은 42건(616억 원)으로, 금감원에 따르면 이 중 28건(350억 원)이 대출 심사와 사후관리 과정에서 통상 기준이나 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며 19건(269억 원)은 부실이 발생했거나 연체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출이 실행된 기간이 손 전 회장이 지주 회장으로 재임한 직후라는 점에서 세간의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Challenges(도전)
손 전 회장은 친인척 관련 부실 대출 사건과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손 전 회장의 대출 인지 및 개입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금감원은 “금융관련법령을 위반했는지 검토하고, 대출 차주 등의 위법 혐의는 수사기관에 통보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번 사건을 두고 현직 회장까지 수습에 나섰다. 8월 12일 우리금융과 우리은행 임원이 참석한 긴급회의에서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우리금융을 신뢰한 고객에게 진심으로 송구하다”, “금년 초 문제를 인지하고 자체적으로 바로 잡으려 했으나 상황이 확대돼 송구스럽다”며 “경영진의 피할 수 없는 책임이다. 수사 과정에 최대한 협조하고 채권 회수를 신속하게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우리은행도 즉각 대응에 나섰지만 파장은 커지는 모양새다. 우리은행은 지난 1~3월 중 자체검사를 통해 대출 사실을 적발해 관계자를 면직하는 등 제재했다고 밝혔지만, 금감원이 민원을 받고 조사에 나서기 전까지 신고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우리은행은 이에 “부실한 취급 여신은 금융사고로 보지 않는다는 규정에 근거했다”고 해명했다. 더불어 우리은행은 직위에 상관없이 부당한 지시를 내부 제보할 수 있는 절차와, 여신 심사 절차 등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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