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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가사관리사 시급 1만 3700원에 국내 이모님들 "급여 인상 좀"

육아 커뮤니티 "시급 1만 6000원 한국인 도우미 급여 올려야 하나" 고민 올라와…"육아 부담 완화 취지가 부작용 낳는 듯"

2024.08.14(Wed) 13:39:39

[비즈한국] 9월부터 서울시 가정에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이 투입된다. 정부는 양질의 외국 인력을 저렴한 비용에 국내 가정에 공급하겠다는 취지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업 시작 전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임금이 높게 책정되며 고소득층만을 위한 정책이라는 비난이 들려오고, 자칫 국내 도우미 시장의 단가까지 상승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지난 6일 아침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뒤 버스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제공

 

#한국인 1만 6000원, 필리핀 1만 3700원…사용료 부담 지적 이어져

 

6일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이 입국했다. 이들은 24~38세로 대부분 4년제 대학 출신자다. 필리핀 정부가 공인한 돌봄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으며, 영어와 한국어 능력 평가를 모두 통과했다. 4주간 국내에서 교육을 수료한 뒤 9월 3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서울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의 신청 가정 조건이 12세 이하 자녀가 있거나 출산 예정 가구인 만큼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업무 영역은 아이 돌봄에 집중된다. 아기 옷 입히기, 목욕 시키기, 기저귀 갈기 등 육아 전담 도우미 역할이다. 세탁과 설거지, 간단한 청소 등도 가능하긴 하나 주 업무는 아니다. 쓰레기 배출, 어른 음식 조리, 손걸레질, 수납 정리 등은 업무 영역에서 제외됐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업무 영역이 한정되면서 논란도 커지고 있다. 경기도에서 직업소개소를 운영하는 A 씨는 “요즘 가사도우미들도 음식을 조리하는 일은 거의 하지 않는다. 추가금을 줄 경우만 가능하다”며 “하지만 그 외의 집안일은 대부분 처리한다고 볼 수 있는데, 필리핀 도우미의 경우 범위가 한정적이지 않나. 가사관리사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 측은 돌봄, 육아가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주 업무인 만큼 가사 노동에 대한 부담은 줄였다는 설명이다. 서울시 여성가족실 관계자는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주요 업무는 돌봄이다. 12세 이하 아동을 돌보는 일이 주 업무이다 보니 아이를 돌보면서 가사까지 하기 쉽지 않다”며 “돌봄 중 가사를 하느라 아이가 다치는 일이 발생한다면 책임이 업체와 서울시 등으로 오지 않겠나. 때문에 기본 업무를 돌봄에 두고 가능한 선에서만 가사 제공을 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사용료다. 정부가 밝힌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사용료는 시간 당 1만 3700원(최저시급, 4대 보험, 주휴수당 등 포함)이다. 하루 4시간 고용 시 월 119만 원을 내야 하고, 8시간 고용 시에는 월 238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 현재 인력사무소를 통해 구할 수 있는 가사도우미, 시터 등의 평균 시급은 1만 6000원 선이다.

 

정부는 저렴한 가격에 육아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로 외국인 가사관리사 도입을 추진한 바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022년 “한국에서 육아 도우미를 고용하려면 월 200만~300만 원이 드는데 싱가포르의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월 38만~76만 원 수준”이라며 외국인 도우미 도입을 추진했다. 하지만 국내 최저임금이 이들에게도 적용되면서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급은 예상보다 올랐다. 정부는 국내 인력보다 30% 저렴한 가격에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사용자들은 가격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이 아무개 씨는 “정부에서 필리핀 도우미를 데려 온다더니 ‘모시고’ 온 것 아니냐. 비용이 평범한 맞벌이 가정에서는 지불하기 부담스러운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7월 서울시청에서 열린 외국인 가사(육아)인력 도입 관련 전문가 토론회에 참석한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서울시 제공

 

#외국인 도우미가 저출생 대책? “궁극적인 해결책 될 수 없어”

 

필리핀 가사도우미 도입으로 인해 국내 도우미 시장까지 술렁이면서 자칫 시장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가사관리사 인력 시장에서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받는 시급 이상을 요구하는 흐름이 생기고 있어서다.

 

서울에 사는 B 씨는 “필리핀 가사도우미 뉴스가 나온 뒤, 집에서 근무하시는 도우미 분이 시급 인상을 요구했다. 현재 시급 1만 3000원을 받는데 필리핀 도우미보다 낮으니 올려 달라는 것이었다.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부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도 비슷한 고민이 공유되고 있다. 한 회원은 “현재 고용 중인 한국인 이모님의 눈치가 보인다. 필리핀 도우미보다 급여를 더 많이 줘야 할 것 같아 시급을 올려야 하는 건가 싶다”며 고민을 토로했고, 또 다른 회원도 “필리핀 도우미 때문에 한국 시터 시급이 오를 것 같다. 육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취지가 오히려 부작용을 낳는 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필리핀 가사관리사 사용료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현재 필리핀 가사관리사는 E-9(비전문취업) 비자를 발급 받아 최저임금을 적용 받는다. E-7(특정활동) 비자를 신설해 발급 받으면 최저임금을 적용 받지 않고 인력소개소를 통한 개별 계약이 가능해져 사용료를 낮출 수 있다. 서울시는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급을 낮추기 위해 법무부와 별도 비자 부여 방안을 협의 중이다.

 

정부는 외국인 도우미를 투입해 여성의 육아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인데, 전문가들은 저출생 문제의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사진=박정훈 기자

 

필리핀 가사관리사 투입이 저출생 대책이 될 수 있는가에도 의구심이 생기고 있다. 정부는 저렴한 가격에 도우미를 공급해 육아 부담을 줄이고, 장기적으로 저출산 문제 해결도 기대했다. 하지만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일부 고소득층만 이용할 수 있는 보조 영어교사로 전락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실제 서울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신청한 751가구 중 43%인 318곳은 강남, 서초, 송파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여성의 육아 부담을 줄여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외국인의 도움을 받기보다는 가정 내 남자의 역할이나 책임 등을 강화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며 “시범사업을 통해 어떤 영향이 있는지를 분석하고, 그 결과에 기반해 정책을 확대하거나 축소, 변경할지 등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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