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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집단사직 반년, 현직 간호사 목소리 들었다

"비인기과는 이전부터 업무 과중, 새 간호사 안 뽑고 기존 간호사는 무급휴직 또는 과로"

2024.08.13(Tue) 16:04:54

[비즈한국]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의료공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간호계 역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전부터 과중한 업무에 시달려온 간호사들은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업무가 크게 늘어난 데다 강제 무급휴가 등도 겪고 있다. 통상 일 년 전부터 올라오는 신규 간호사 채용 공고도 자취를 감췄다. 최근 일 년 사이 간호사들이 무슨 일을 겪었는지 현직 간호사에게 얘기를 들었다.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지난 2월 19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인구당 간호사 비율, OECD 회원국보다 훨씬 낮아

 

“전공의가 인기과 위주로 몰리다 보니 간호사의 과로 문제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간호사 A 씨의 설명이다. A 씨는 “의료 현장에서 의료진 수는 항상 부족했다. 비인기과의 경우는 전공의가 없어 다른 과보다 ​간호사한테 ​의사 업무를 ​더 많이 ​​시켜왔다”며 “인기과에 대거 있던 전공의들이 떠났다고 비인기과에서 일하던 전담 간호사들을 투입할 수는 없으니, 일반 간호사들이 이곳에 투입되면서 전반적으로 업무가 늘어나게 됐다”고 말했다. 

 

A 씨는 간호사-환자 비율을 지적한다. A 씨는 “우리나라는 간호사 1명이 12명 정도의 환자를 돌보고 있는데, 이 비율 자체가 이미 외국과 비교하면 2~3배 많은 것이다. 휴가조차 편하게 쓰지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 1000명당 간호사 수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최하위 수준이다. 통계청이 발간한 ‘한국의 SDG 이행보고서 2024’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간호사 수는 4.6명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OECD 회원국 평균(8.4명)보다 낮다. 

 

2월 말부터 시작된 강제 무급휴가도 문제다. A 씨는 “전공의들이 있던 병원은 대부분 대형 병원인데, 이곳들이 신규 환자들을 받지 않으니 수술 건수가 줄고, 경증 환자들이 입원해 있던 병실도 환자들이 치료를 받아 퇴원한 후 새로운 환자가 들어오지 않으면서 병상 회전율이 전체적으로 떨어졌다. 업무가 줄어든 부서를 중심으로 간호사에게 무급휴가나 연차 사용이 강요됐다”고 말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에 따르면 전공의 집단사직 직후 전국 10개 대형병원에서 29개 병동이 통폐합됐는데, 이 병동에 있던 간호사들은 400여 명에 달한다. 

 

#“​합격한 간호사도 7개월째 발령 대기, 졸업반은 다른 직무 고려”


A 씨는 7개월째 발령 대기 중인 후배 간호사들을 걱정했다. A 씨는 “간호사 국가시험이 1월에 치러지고 2월에 합격자 발표를 하면 2월 말부터 순번에 따라 발령을 받아 병원에서 일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이 모든 게 멈췄다. 1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며 “이렇다 보니 지금 4학년 학생들도 불안해한다. 이들을 대상으로 대형 병원들이 간호사 모집에 들어가야 했는데 모집 공고도 나지 않으니 보건계열 ​다른 ​직무를 알아본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현재 채용을 진행하는 병원은 중앙대병원과 강원대병원 정도다. 

지난 5월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간호사들이 모여 21대 국회 종료 전 간호법 통과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간호사들의 가장 큰 어려움을 뭘까. A 씨는 간호사의 업무 범위 모호와 보상 체계 미흡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A 씨는 “현재 간호사 업무는 ‘진료 보조’라는 말로만 묶여 있고 의료법 시행규칙에서도 명확히 규정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 해석에 의존하다 보니 담당 공무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 애초에 업무가 명확히 안 나눠 있는 데다 해석하기에 따라 달라지니 불법과 합법으로 오가며 불법에 몰리는 상황이 끊임없이 발생했다”고 토로했다. 

 

A 씨​는 보상 체계가 미흡한 것도 지적했다. A 씨는 “우리나라 수가체계는 의사를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다. 간호사에게 유일하게 있는 게 입원료 25%를 간호사를 얼마나 쓰는지에 따라 차등으로 주는 ‘간호관리료’다. 의사들은 이미 행위별로 수가체계가 다 마련돼 있음에도 입원료의 40%가 ‘의학관리료’로 의사에게 간다. 그동안 의사를 중심으로, 간호사들은 업무 범위가 설정도 안 돼 있는 상황에서 보상도 없이 과도한 업무에 내몰렸다”고 주장했다. 

 

최근 여야는 임시국회에서 간호법 등 민생법을 처리하는 데 합의했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8일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와의 회동 이후 “구하라법이나 간호법의 경우 지금 국민의힘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런 것은 충분히 여야 합의 처리할 수 있다”며 “전세사기특별법은 조금 쟁점이 남은 게 있어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간호사의 지위와 권리를 명시하고, 진료지원(PA) 간호사의 업무 범위 등을 담은 간호법이 8월 안에 통과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최근 이를 두고 의협과 전공의 사이의 갈등이 다시 불거진 상황이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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