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같이의 가치’라는 말이 있다. 10여 년 전 한 기업의 이미지 광고에 등장한 말이다. 함께하는 힘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의미를 지닌 멋진 카피다. 같이 한다는 것은 공감 혹은 소통을 뜻하고, 이 힘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다. 예술도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을 때 가치를 지닌다. 공감은 시대정신과 보편적 예술 언어에서 나온다.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도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쉬운 미술 언어로 보여주고자 한다. 시즌 10을 맞으면서 공자가 말한 ‘좋은 예술은 반드시 쉬워야 한다’는 생각을 실천하려는 작가를 응원한다.
한국의 미감은 무엇인가. 이 물음에 많은 이들은 고졸함, 소박함, 은은함, 담박함 같은 말들을 떠올린다. 한국적 미감이 자연스러움에서 나온다는 생각에서 이런 판단을 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우리 미감의 한 축을 이루는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적 미감 모두를 이런 가치에만 묶어두는 것은 다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왜 한국적 미감을 이런 카테고리에서만 바라보게 됐을까. 한국 전통 예술(정확히 말하면 조선시대 예술)에서 이런 미감을 찾아낸 것은 일본의 민예연구가 겸 미술평론가 야나기 무네요시(1889-1961)다. 그는 일제시대 조선총독부 건축을 위해 광화문 철거가 논의됐을 때 적극 반대할 정도로 우리의 전통 예술에 애정을 갖고 있었다.
특히 조선시대 대표적 예술이었던 백자와 민화에 각별한 관심을 두었다. 백자의 무미한 미감에서 담박함, 고졸함 같은 미감을, 민화의 가치를 알아보고 소박한 미감을 찾아내 ‘조선과 그 예술’, ‘조선을 생각한다’ 같은 책으로 엮어냈다.
이러한 미감은 엄밀히 따져보면 조선 시대에 한정된 셈이다. 조선 500년을 이끌어온 성리학의 표현을 억제하고 이념을 치켜세웠던 가치관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야나기가 정리해준 미감은 21세기 들어서도 우리 미술을 이끌고 있다. 현재 한국 미술에서 명예와 가치를 거머쥐고 있는 것은 ‘단색화’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추상미술이다. 1960년대 미국을 중심으로 일어난 미니멀리즘으로 점, 선, 면, 색채 같은 회화의 기초 요소로 화면 전체를 채우는 극단적 추상화다.
미니멀리즘의 미감은 일본적 정서와 궁합이 잘 맞는다. 그래서 일본에서 유행했고, 1970년대 한국현대미술을 주도했던 일군의 젊은 화가들에 의해 우리 미술계에 이식되었다. ‘단색화’의 유래도 유럽에서 미니멀리즘을 이끌었던 이브 클라인이 창안한 ‘모노크로미즘’에서 나온 것이다.
단색화의 이론적 배경은 조선시대 백자의 무미함과 소박한 색조, 붓질의 단순함에서 온 셈이다. 즉 한국적 미감의 현대화라는 논리에 딱 들어맞는 회화가 된 것이다.
이런 흐름을 깨부수는 현상이 최근 세계인의 관심을 받는 대중문화에서 나타나고 있다. 화려한 색채와 동작, 감정을 분출하는 창법 등으로 한국미감의 본류를 보여주고 있다. ‘다이내미즘 미감’인 것이다.
김지숙의 회화는 한국미감의 표현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적 다이내미즘 미감의 회화다. 그는 색동옷의 다양한 색채로 동심의 정서를 동화적으로 보여준다. 색동옷을 입은 소녀가 등장하는 그림으로 어릴 적 작가가 가졌던 다양한 동심을 표현한다. 색동의 다채로운 색감으로 동심의 다양성을 담아냈고, 원색의 충돌이 빚어내는 표현력으로 한국적 미감을 주장하는 중이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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