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검찰 내에서 통용되는 격언이 있다. ‘기업 수사는 빠르게 끝낼수록 잘한 수사’라는 것이다. 회사 직원들의 먹고사는 문제부터 관련된 기업들의 피해까지, 경제적 파장이 상당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수사를 끝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최근 검찰 수사 중 이런 흐름을 제대로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바로 티몬과 위메프 사건 수사팀의 흐름이다. 지난 1일 큐텐과 티몬·위메프 사무실 등 10곳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하면서 수사의 시작을 알렸는데, 이르면 이번주부터 핵심 인물들의 소환 가능성이 점쳐진다. 특히 검찰 안팎에서는 구영배 큐텐 대표는 ‘영장 청구가 확정적’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검찰 ‘최강 화력’ 투입해 빠르게 수사 개시
티메프 사태와 관련해 검찰은 ‘최강 화력’으로 평가받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이준동)를 중심으로 전담수사팀을 꾸렸다. 지난 1일 압수수색을 시작한 데 이어 5일에는 티메프 모회사인 큐텐의 구영배 대표 자택과 사무실, 큐텐 테크놀로지 사무실, 티몬 본사, 위메프 사옥 등에 동시다발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 조사도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2일에는 티몬과 위메프 재무 상황의 ‘키맨’으로 알려진 이시준 큐텐그룹 재무본부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으며 7일에는 류화현 위메프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의 휴대전화와 노트북 포렌식도 진행했다. 9일에는 권도완 티몬 본부장, 황준호 위메프 파트너성장지원팀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구영배 대표 등의 혐의를 1조 원대 사기와 400억 원대 횡령으로 보고 있다. 압수수색 당시 영장에 이같이 적시했는데 검찰은 티몬과 위메프 측이 거래 당시 약정 의무를 이행할 의사와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고의로 상대방을 속였다면 사기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티몬과 위메프의 기업회생 신청 또한 사기의 고의성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게 수사팀의 판단이다. 구 대표가 사재를 출연하겠다고 밝힌 직후 법원에 회생 절차를 신청한 의도를 고려할 때 ‘지불할 의사나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최근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한 이들에게 정산 지연 사태 인지 시기, 티몬과 위메프 및 큐텐의 자금 흐름 및 이에 대한 지시 여부, 기업 회생 신청 경위, 미국 이커머스 업체 ‘위시’ 인수 경위 및 관련 자금 동원 과정 등을 물었다고 한다.
#구영배 대표 측 로펌 선임, 티몬·위메프 합병도 추진
문제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들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광진 티몬 대표와 류화현 위메프 대표는 지난 7일 포렌식 참관을 위해 검찰에 출석하며 ”구 대표가 위메프 인수 후 상품권 사업과 디지털·가전 사업 부문을 티몬에 넘기라고 지시했다“는 취지로 유사하게 답변했다.
검찰도 이 지점을 주목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정산 능력이 안 되는데도 물건을 왜 팔았는지, 판매 대금을 용처에 맞게 집행했는지 등을 수사하고 있다”며 “구체적 수사 범위 및 내용을 두고 경찰 측과 협의도 진행했다. 주요 인물 수사는 검찰에서 맡을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르면 이번주부터 주요 피의자와 참고인 소환조사를 병행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구영배 대표 외에 아직 피의자로 전환되지 않은 참고인 중 일부는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각 기업 대표와 자금 흐름을 담당했던 큐텐 임원 중 일부는 처벌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소환 조사 후 곧바로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특히 구영배 대표의 경우 소환조사 후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는 게 검찰 내 공공연한 전망이다.
구영배 대표도 검찰 수사에 맞서 대형 로펌을 선임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구 대표는 검찰 출신인 이선봉 변호사가 이끄는 화우 형사대응그룹 소속 변호사들을 최근 선임했다. 티몬과 위메프의 대규모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두 플랫폼의 합병도 추진하고 있다.
큐텐은 지난 8일 티몬과 위메프를 합병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KCCW(K-Commerce Center for World)’라는 명칭의 신규 법인 설립을 법원에 신청했다. 이를 위한 1차로 설립자본금 9억 9999만 9900원을 출자했다. 티몬과 위메프의 합병은 법원 승인이 필요한 사안이라 우선 신규 법인을 설립해 합병 준비 작업과 사업 정상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구 대표가 구속영장 청구 시 ‘피해 복구를 위해 노력 중’이라는 점을 법원에 강조하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건 흐름에 정통한 법조인은 “구영배 대표가 국회에 출석해 ‘도와주시면 살려낼 수 있다’는 취지로 얘기를 하거나 자금 흐름에 대해 이야기한 것을 수사팀은 모두 다 염두에 두고 있다”며 “엄청난 규모의 피해를 야기한 사건의 정점에 있는 인물이기에 소환조사 직후 어떤 진술을 하더라도 영장을 청구하지 않겠냐”고 귀띔했다.
특수통 검사 출신 변호사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얘기한 적이 있는데, 특수통들 사이에서는 ‘압수수색부터 대표 소환까지 한 달 안에 끝나면 잘한 수사’라는 얘기가 있다”며 “이번 사건의 경우 워낙 국민적 관심과 분노가 높은 사건이다 보니 검찰도 최강 화력의 수사팀을 동원해 최대한 빠르게 수사를 끝내려 할 것이다. 이르면 이달 안에 구영배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고 그 다음날 곧바로 영장을 청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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