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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설까지…" 카카오엔터, 김범수 리스크에 나스닥 상장 좌절되나

SM 품고 고평가 노리던 IPO 과욕이 오히려 악재 불러…"리더십 재건, 신뢰 회복이 우선"

2024.08.09(Fri) 17:59:18

[비즈한국] 김범수 카카오 총수(경영쇄신위원장)의 구속 여파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기업공개(IPO) 기대감이 크게 낮아졌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카카오의 글로벌 진출 전초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며 유력한 차기 상장 주자로 꼽혔다.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국부펀드(PIF)와 싱가포르투자청(GIC)으로부터 유치한 약 1조 1600억 원에도 IPO가 조건으로 달렸다. 하지만 그룹에 악재가 이어지면서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최근 사법리스크가 고조되자 투자금 상환을 위해 상장을 포기하고 지분을 넘기는 매각설까지 거론된다. 경쟁사 네이버웹툰이 지난 6월 미국 나스닥에 입성하며 글로벌 사업 확장을 본격화하는 행보와 대조적이다.

 

김범수 카카오 총수의 구속 여파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기업공개(IPO)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 사진=박은숙 기자


#네이버는 나스닥 입성했는데 카카오는… 

 

카카오의 콘텐츠 부문은 실적이 제자리걸음 중이다. 카카오는 지난 8일 2분기 실적을 잠정 공시했다. 콘텐츠 부문 매출은 1조 496억 원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스토리(웹툰·웹소설)·뮤직·미디어 등이 포함된 콘텐츠 매출은 작년 3분기 1조 1310억 원으로 성장하다가 4분기 1조 420억 원, 올 1분기 1조 340억 원으로 2분기 연속 둔화했으나 소폭 개선되는 양상을 보였다. 콘텐츠 부문 내 스토리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 줄어든 2157억 원으로 집계됐다. 일본 웹툰 시장 경쟁 심화에 대응하는 픽코마의 전략적 마케팅 확대로 비용이 증가한 영향이다. 

 

네이버웹툰 나스닥 상장 등 웹툰 사세 확장 흐름을 타고 카카오도 본격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지만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재판에 넘겨지면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기존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021년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 합병으로 탄생한 카카오의 종합 콘텐츠 자회사다. 카카오엔터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이후 매출과 이익 지표 면에서는 성장했지만 각종 리스크에 휘말리면서 후폭풍을 맞고 있다.

 

업계 안팎에 남아 있던 IPO 기대감마저 꺾이는 분위기다. SM엔터 시세조종 논란이 법정으로 옮겨간 만큼 사법리스크가 해소될 때까지 상장 추진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사태가 장기화된 데다 총수가 구속된 상황에서 기업 가치 평가 절하가 예상되고, 시장 침체나 김 위원장 공백에 따른 의사결정 차원의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2021년 120조원에 달했던 카카오그룹의 시가총액은 김 위원장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된 지난달 23일 하루 만에 전날(36조 3830억 원)에서 1조 7120억 원(4.70%)이 증발해 24조 6710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1월 6만 1900원이었던 카카오 주가는 김 위원장 구속 이후 3만 8000원대까지 내려갔다. 

 

#SM엔터, 날개 삼으려다 족쇄 됐다 

 

카카오가 처한 위기의 본질은 플랫폼 본업 혁신보다 계열사 쪼개기 상장으로 자본을 축적하려던 경영 방식에 있다. 그 중심에는 ‘비욘드 코리아’ 전략과 카카오엔터가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성공 이후 유망 기업 인수로 외연을 넓혔다. 인수한 기업을 키우고 상장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식이다. 카카오엔터는 카카오게임즈에 이은 카카오의 차기 IPO 주자라는 평을 받으며 공식 출범 이후 꾸준히 상장설이 제기된 핵심 자회사다. 

 

카카오는 엔터 사업을 글로벌 진출 발판으로 삼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싱가포르투자청(GIC)에서 총 지분율 10.2%에 달하는 1조 1540억 원을 유치했다. 이번에는 SM엔터가 열쇠였다. 유명 아티스트와 음악 지적재산권(IP)을 보유한 SM엔터를 품어 상장 전 카카오엔터의 가치를 키우려 무리하게 움직였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IPO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임에도 업계 불문 기업들은 IPO는 시세차익을 가져다주는 기업의 성공 공식처럼 인식했다. 카카오 사태도 그 부작용에 따른 결과”라며 “신뢰 회복, 리더십 재건 등이 요구되며 당분간은 IPO 추진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경기 성남시 카카오 사옥. 사진=비즈한국DB


위기 상황 속 카카오게임즈, 카카오VX 등 일부 계열사와 함께 매각설도 불거지는 모습이다. 카카오는 지난 2021년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은 뒤 계열사를 줄였다. 2021년 6월 기준 158개였던 계열사는 5% 가까이 줄어 현재 124개 규모다. 다만 카카오 측은 매각설에 선을 그었다. 일부 계열사 ‘교통정리’는 시사했지만 특정 계열사의 매각 등에 대해서는 함구하는 상태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8일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하반기 중 카카오톡 플랫폼이나 AI와 사업적 연관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사업에 대한 효율화 작업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고자 한다”며 “현재 시점에서 상세한 내용을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검토 중인 방안이 구체화되면 시장과 소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분 매각 가능성이 거론된 것만으로도 카카오엔터로서는 불명예다. 카카오엔터는 프리IPO 단계에서 약속했던 계약 조건을 올해 말 재협의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엔터 관계자는 “상장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면서 “장기적으로 기업과 주주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에 맞춰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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