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안 그래도 비싼 숙취해소제, 기능성 입증하면 더 오르나

내년부터 인체적용시험 결과 제시해야 '숙취해소' 문구 사용…가격 인상 불가피

2024.08.08(Thu) 17:55:55

[비즈한국] 엔데믹을 거치며 숙취해소제 시장이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스틱형 겔(젤리) 형태가 젊은 층에게 인기를 얻으며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정부는 내년도부터 ‘숙취 해소’ 문구를 표시하거나 광고하려면 인체적용시험 결과에 따른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자료를 갖춰야 한다고 발표했다. 입증 책임이 강화되면서 현재도 비싼 가격을 ​제조사들이 ​더 인상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 시내 편의점에 스틱·환 종류의 숙취해소제가 진열돼 있다. 사진=김초영 기자


#‘스틱형’ 제품으로 판매액 전년 대비 ​10% 증가

 

숙취해소제 시장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아이큐(NIQ)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숙취해소제 판매액은 약 3500억 원으로 2022년 대비 약 10% 늘어났다. NIQ코리아 ‘2023 하반기 일용소비재(FMCG) 트렌드 리포트’는 코로나19로 주춤했던 숙취해소제 시장이 2022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회복세에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NIQ코리아는 “숙취해소제 주 소비자층이 여성과 청년층까지 확대되며 신규 고객층을 중심으로 스틱형 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2022년 하반기 판매액과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8.1%, 48.3% 증가했고, 지난해 연간 누적 매출액(MAT)은 2022년(3144억 원) 대비 10.4% 늘어난 3473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일용소비재 및 식품 시장 매출액 증가율이 각각 0.1%, 0.3%에 그친 것에 비하면 눈에 띄는 성적이다. 특히 스틱형 제품은 전체 판매액 비중이 2021년 하반기 5.1%에서 2022년 하반기 14.9%, 지난해 하반기 21.1%로 약 4배가량의 성장세를 보였다. 

 

숙취해소제가 시장에 처음 나온 것은 1992년이다. 당시 HK이노엔은 3040세대 직장인을 타깃으로 하는 숙취해소제 컨디션을 출시했고, 이후 여명808(1998), 모닝케어(2005), 헛개파워(2012), 레디큐드링크(2014) 등 음료 형태의 제품이 연이어 나왔다. 컨디션환(2012)과 상쾌환(2013) 등 환(둥글게 빚은 약재) 형태를 거쳐 2019년부터는 스틱형 겔(젤리) 형태가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에는 필름형 또는 주류에 꽂는 침출차 등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 

 

#건기식 아닌 ‘식품’…식약처 “25년도부터 인체적용시험 요구”

 

제조사들은 숙취 원인 물질로 알려진 아세트알데히드의 체내 분해를 돕는 성분을 담았다고 내세우지만 숙취 해소 기능을 인정받은 제품은 없다. 이 제품들은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식품’으로 분류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안전나라에 주요 숙취해소제를 검색하면 음료 제형은 △혼합음료(컨디션·상쾌환BOOSTER·모닝케어·헛개파워) △액상차(여명808) △과채음료(레디큐드링크) △탄산음료(깨수깡·레디큐커큐민스파클링) 등으로 확인된다. 

 

시중에 판매되는 음료 형태의 숙취해소제는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라 △혼합음료 △액상차 △과채음료 △탄산음료 등으로 등록돼 있다. 사진=김초영 기자

 

이 밖에 환 종류는 기타가공품(컨디션환·상쾌환)으로, 겔(젤리) 종류는 캔디류(컨디션스틱·레디큐스틱)와 과채가공품(상쾌환스틱)으로 등록돼 있다. 일부 제약사에서는 숙취해소제와 같은 브랜드로 건강기능식품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런 제품은 즉각적인 숙취 해소보다는 간 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한다. 동아제약의 ‘모닝케어 간 솔루션’이 대표적이다. 건강기능식품인 이 제품은 알코올성 손상으로부터 간을 보호하고 기억력을 개선해준다. 

 

숙취를 해소하는 건강기능식품이 아님에도 숙취해소제의 가격은 싸지 않아 성분에 비해 판매가가 과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겔(젤리) 형태의 제품이 등장하며 가격대가 낮아졌지만 음료 형태의 경우 여전히 5000원 선으로 높은 편이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음료 제형은 편의점 판매가가 5000~5500원으로, △사이다(3200~3900원) △에너지음료(1600~2400원) △이온음료(2200~2500원) △단백질음료(2000~3300원)보다 높다. 

 

여기에는 첫 숙취해소제인 ‘컨디션’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제품은 1992년 당시 1병(75ml)에 2500원이라는 비싼 가격에 출시됐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존 가격대가 5000원인 경우 소비자는 ‘이 정도 기능성 음료는 일반 음료보다 1.5~2배 비싸다’ 등의 주관적인 지각 기준이 생기게 된다. 이것보다 너무 저렴해지면 소비자는 지각 기준을 바탕으로 품질이 떨어진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가격이 내려가면 좋은 거 아닌가 생각할 수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품질을 의심받느니 차라리 가격을 높여놓고 프로모션을 해서 팔겠다’는 전략을 취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숙취해소제에 ‘기능성 입증’ 측면으로 접근할 방침이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5년 1월부터 숙취해소제에 ‘숙취 해소’를 표시하거나 광고하려면 인체적용시험 또는 인체적용시험 결과에 대한 정성적 문헌고찰을 통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자료를 갖춰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제조사들은 원료의 숙취 해소 기능성을 입증하기 위한 인체적용시험을 진행 중이다. 정부가 관련 논의를 오랫동안 이어온 만큼 제조사들이 입증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핫클릭]

· 글로벌세아그룹 김웅기 회장 2세 체제 가시화, 지분 확보까진 '먼 길'
· LIG넥스원 비궁, 미국 수출길에 도사린 두 가지 변수
· 신도림 접고 청주·부산·광주로…현대백화점 지방 출점 나서는 까닭
· [K팝: 이상한 나라의 아이돌] '동방신기 사태' 이후, 무엇이 달라졌나
· [단독] '현대가 상부상조' KCC글라스, HN그룹 장충동 사옥 470억 매입 논란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