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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이커머스, 누구라도 '제2 티메프' 될 만한 상황

타 플랫폼도 '돌려막기식' 쿠팡·네이버 빼면 대부분 적자…"경영 전략 완전히 바꿔야"

2024.08.08(Thu) 18:14:07

[비즈한국]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와 관련해 정부와 여당이 6일 내놓은 재발 방지책의 핵심은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계 대상 정산기한 규제와 판매대금 별도 관리 의무화다. 판매액 기준 상위 10위권에 드는 티메프(티몬+위메프)의 취약한 재무구조와 ‘돌려막기’식 정산 행태가 사태의 근간에 있는 만큼 제도를 통해 사각지대를 관리하고 업계 부실을 단속하겠다는 취지다. 티메프 사태는 이커머스 업계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로 옮겨붙었다. 주요 이커머스사의 유동성 현황을 살펴봤다. 

티몬과 위메프의 미정산 사태가 이커머스 업계 전반의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로 번지고 있다. 지난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 사진=박정훈 기자


이번 대규모 정산지연 사태는 결제대행업무(PG)를 겸영하는 이커머스 기업에 대한 부실한 감독·관리에서 비롯됐다. 그동안 이커머스 기업과 PG사는 법령상 규정 없이 자율적으로 정산기한을 설정하고 대금을 관리해왔다. 티몬과 위메프도 소비자의 결제액을 직접 받는 PG사의 역할을 겸한다. 

하지만 두 회사는 유동성 문제를 겪으며 자금경색 ‘외줄타기’를 이어왔다. 양 사가 1년 내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 규모는 유동자산의 5배가 넘는 수준이다. 재작년 티몬의 유동부채는 7190억 원으로 유동자산(1310억 원)의 5.5배였고, 지난해 위메프의 유동부채(3094억 원)는 유동자산(584억 원)의 5.3배였다. 자본 잠식 상태인 티몬이 판매 대금을 70일까지 유용해도 이를 파악해 감독할 방도가 없었던 셈이다. 

재무건전성 문제는 이커머스 업계가 안고 있는 고민이다. 각 사 감사보고서, 사업보고서 등에 따르면 든든한 모기업이 있거나 상장 등으로 자금 여력을 갖춘 기업은 양호한 흐름을 보였지만 패션 플랫폼 등은 미처리 결손금이 있거나 자본잠식 상태에 놓인 것으로 파악됐다. 

#대규모 누적 결손금은 ‘공통 분모’…대형사 비교적 양호

지난해 7월 기준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은 쿠팡(24.5%)과 네이버 쇼핑(23.3%)이 주도하고 있고, 나머지 시장은 점유율 10%의 신세계그룹(G마켓·옥션·SSG닷컴)과 중소형 이커머스가 차지하고 있다. 

지난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 건물에 피해자들의 항의문 등이 붙어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점유율 최상위 기업인 쿠팡과 네이버는 비교적 양호한 지표를 보였다. 네이버는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3조 5764억 원을 보유하고 유동비율(부채 대비 자산 비율) 133%도 최상위 수준으로 안정적인 구조다. 네이버의 간편결제, 종합 금융 플랫폼 사업을 이끄는 네이버파이낸셜은 계열사의 유동성 지원책 역할을 하고 있는데 4년째 수백억 원대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견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업계 1위인 쿠팡은 지난해 기준 누적 미처리 결손금액이 3조 8675억 원으로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있지만 기업공개(IPO)로 숨통이 트인 상태다. 기업의 단기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순운전자본은 지난해 -1조 4942억 원이었다. 순운전자본은 유동가능한 자산과 부채의 합으로, 플러스여야 건전한 지표다. 다만 쿠팡은 연간 흑자를 기록하며 물류센터 투자 등으로 인한 누적 적자를 개선 중이고 결손금도 감소 추세다. 자본총계(2조 9834억 원)도 전년 대비 4배가량 증가했다. 쿠팡페이의 현금 보유 비율은 81%로 무신사페이먼츠(86%)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지마켓 등 대다수 이커머스는 매출원가와 관리비 합이 매출액보다 많다. 적자가 불가피한 구조다. 지마켓은 유동비율(112%)과 순운전자본(414억 원) 면에서는 안정적인 모습이다. 다만 2020년 850억 원대 영업이익을 내다가 신세계그룹에 인수된 후 수백억 원대 영업 손실을 기록하며 매해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SSG닷컴도 유동비율 69%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전자금융업의 경우 유동비율이 50% 이상이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사업 부문인 롯데온 역시 그룹의 자금 동원력이라는 안전장치가 있지만 2020년 출범 후 매년 1000억 원 안팎의 적자를 내고 있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856억 원이다. 

#중소형 버티컬 ‘불안’…“저성장 돌입, 내실 경영 전환해야”

상장에 실패한 후 매각으로 노선을 변경한 11번가는 지난해 순운전자본이 -1065억 원으로 나타났다. 유동비율은 91%다. 반면 단기상환 가능한 현금 비율은 16%에 불과해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티몬과 위메프의 경우 이 지표가 각각 1%, 2%였다. 11번가는 2020년 이후 4년간 적자가 쌓이고 있는 데다 IPO 지연에 따라 투자 자금 회수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지난 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티메프 사태 피해 판매업체 긴급 간담회 현장. 사진=박은숙 기자


상장에 재도전할 것으로 전망되는 컬리는 지난해 말 기준 2조 2615억 원의 누적 결손금을 안고 있다. 설립 이래 대규모 적자 행진을 이어온 탓이다. 비용 절감 등으로 올 1분기 영업이익 5억 원 전환에 성공했지만 순손실이 늘면서 결손금 억제에는 실패했다. 

무신사페이먼츠와 카카오스타일의 지그재그를 제외하면 중소형 규모의 버티컬 플랫폼(특정 카테고리 중심)이 처한 현실은 더욱 녹록지 않다. 무신사는 유동비율 103%로, 유동부채 대비 현금성 자산의 비율도 86%을 기록하고 있다. 지그재그는 성장 지표를 그리고 있지만 적자를 지속 중이다. 지난해 최대 매출(1650억 원)과 함께 적자(198억 원)를 전년 대비 320억 원 줄이면서 4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여성 패션 앱 에이블리는 2015년 설립 이후 7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결손금 2042억 원을 누적하고 있다. 3대 명품 플랫폼 발란·트렌비·머스트잇도 누적 결손금을 각각 785억 원, 654억 원, 236억 원 규모로 쌓아두고 있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재발 방지책이 시행되면 이커머스사가 자율로 정하던 정산기일은 규제가 적용되고, 정산 대금 관리 역시 제도화된다. 돌려막기가 불가능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지급 안정성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면서도 “기존에 문제없이 정상 운영해왔던 업체도 정산기일 규제로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에 앞서 업황 부진에 따라 비용을 줄이고 수익성 개선을 꾀하고 있다. 재무 건전성 개선에도 집중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서용구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 재발방지책은 최장 정산주기 기준 등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형태가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커머스는 오프라인 소매업 파이를 차지하며 성장한 업계로 이제는 성장률이 떨어져 중·저성장 단계에 도달했다. 기업 가치도 매출액보다는 영업이익 등 다양한 지표를 따져야 하고, 기업도 내실 경영, 비즈니스 모델 안정화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짚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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