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현대가 2세 정몽익 회장이 이끄는 KCC글라스가 HN INC의 장충동 사옥을 470억 원에 사들인 사실이 비즈한국 취재를 통해 뒤늦게 확인됐다. HN INC의 최대주주는 정몽익 회장의 5촌 조카인 현대가 3세 정대선 사장이다. 정 사장은 노현정 전 아나운서의 남편으로도 유명하다. 하필 거래 시점이 HN INC가 서울회생법원에 법인회생을 신청하기 직전이라 정몽익 회장이 5촌 조카 정대선 사장을 돕고자 회삿돈을 쓴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KCC글라스 측은 “선제적 투자”라고 밝혔다.
정몽익 회장이 이끄는 KCC글라스가 HN INC가 보유한 아도라타워 지분(72개 오피스텔)을 지난해 3월 2일 467억 700만 원에 매입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KCC글라스는 HN INC의 자회사 BSP자산이 보유하던 아도라타워 지분(1개 오피스텔)도 같은 날 3억 8350만 원에 사들였다. 매매 계약은 2022년 12월 12일 체결됐으며, 2023년 3월 2일 잔금 납입과 동시에 소유권이 KCC글라스로 이전됐다. HN INC의 최대주주는 지분 81%(530만 3344주)를 보유한 정대선 사장이다. 정몽익 회장이 5촌 조카 정대선 사장의 오피스텔을 470억 9050만 원에 사들인 셈이다.
정몽익 회장은 현대그룹 창업주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막냇동생 고 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둘째아들이며, 정대선 사장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넷째아들 고 정몽우 전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셋째아들로, 두 사람은 5촌지간이다.
거래 시점도 공교롭다. HN INC는 부동산 PF 위기로 자금 유동성에 어려움에 생겨 2023년 3월 21일 서울회생법원에 법인회생을 신청했는데, 바로 직전에 KCC글라스에 빌딩을 매각했다. 이에 정몽익 회장이 5촌 조카를 돕고자 회삿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비슷한 시기에 현대가 2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HD현대 대주주)도 5촌 조카 정대선 사장을 도우려 사비 100억 원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8월 1일부로 HN그룹 관계사가 전부 다른 곳으로 사무실을 이전했다. KCC글라스의 입주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아 아도라타워의 공실률이 한동안 90%대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예전부터 공실률이 높았던 건물이라 KCC글라스가 오피스텔 지분을 사들인 게 의아하다. 일찍 아버지를 여읜 정대선 사장을 삼촌 정몽익 회장이 도운 것 아니겠냐”고 짐작했다.
이에 대해 KCC글라스 측은 “서울 중구에 매장과 영업거점을 마련하기 위한 선제적 투자 목적으로 아도라타워 지분을 사들였다. 현재 기존 입점 계약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 아도라타워를 비워뒀으나, 향후 홈씨씨인테리어 매장 및 영업사무소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다”라면서 “정몽익 회장과는 무관하며, 거래가격이 공시기준에 미치지 않아 공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대선 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HN INC는 ‘썬앤빌’, ‘헤리엇’ 등의 브랜드를 가진 중견건설사다. 428세대 규모의 주상복합단지 동탄역 헤리엇의 입주 거부 사태, 214세대 규모의 테라스하우스 ‘속초 헤리엇 THE228′의 미분양 등이 회생절차를 밟게 된 배경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12월 SM그룹이 HN INC를 스토킹호스(Stalking Horse) 방식을 통해 인수했고, 서울행정법원은 5월 10일 회생 절차 종결을 결정했다.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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