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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통제 안 된다" 교육용 태블릿 '디벗' 우회 사용 논란

보안 프로그램 있지만 '뚫는 법' 암암리에 확산…교사에게 시스템 관리 및 모니터링 권한 없어

2024.08.06(Tue) 17:48:49

[비즈한국] 서울 광진구에 거주하는 이 아무개 씨(41)는 중학교 2학년 자녀가 이용하는 ‘디벗(교육용 태블릿 PC)’이 탐탁지 않다. 지난해에 자녀가 학교에서 디벗을 받아온 뒤 스마트폰을 쥐어주지 않으려 한 그동안의 노력이 허사가 됐기 때문이다. 하교 후에는 디벗을 거실이나 안방에 두도록 하고 있지만 숙제를 할 때마다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이 씨는 “아이도 잔소리가 답답하지 않겠나. 그런데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 빠져있는 걸 지켜보는 부모도 난감하다”고 말했다. 보안 프로그램도 비교적 쉽게 뚫린다. 이 씨는 “시간에 따라 잠금이 걸리지만 아이들 사이에는 시간제한을 피하면서 이용하는 방법이 있는 것 같다. 자제력이 부족한 시기인데 수업시간에라도 통제가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AI 디지털 교과서 추진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내년부터 초등3·4학년과 중등1, 고1(공통과목) 학년을 대상으로 ‘AI(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가 도입되는 가운데 스마트기기 휴대학습 확대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효과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반면 디지털 기기 과몰입 등의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시각이다.

 

디지털 교과서 시행은 1인 1디바이스를 기본으로 한다.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학습 효율성을 높이고 학생 개개인의 속도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하는 게 목표다.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앞서 각 시도교육청에 시행되고 있는 디지털 기기 보급 사업은 교육현장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서울의 경우 2년 전부터 중학교 1학년 학생에게 디벗이라는 이름으로 기기가 무상 지급되고 있는데 오·남용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탭 뚫는 법​ 공유하며 게임·유튜브용으로 

 

온라인 커뮤니티 등 SNS 상에는 ‘디벗 뚫는 법’ ‘학교 탭 뚫는 법’이나 ‘디벗 안전모드’ 등 기기에 설치된 보안 프로그램을 무력화하는 방법이 공유되고 있다. 게임 설치 후 10~20분 정도는 접속이 가능하다거나, 교육청 유해사이트 차단 솔루션을 껐다는 인증 후기, 어떤 우회 방법이 더 효과적인지 밝히는 글도 찾을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단말기 관리 MDM(Mobile Device Management) 시스템을 통해 시간 제어기능, 무력화 시도 등을 통제하고 있다. 학교의 자체적인 설정에 따라 저녁 시간대 사용을 일괄적으로 막을 수 있고 무력화 문제 등이 발생하면 담당 업체가 원격·현장 지원을 나서는 식이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연령제한을 두는 콘텐츠나 서비스는 이를 강제하는 도구의 도움을 받는데 완벽한 도구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아 우회 방법은 계속 발전한다. 어른들이 이 사실을 인지하고 기술적인 방법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게 우선과제”라고 강조했다. 

  

아무도 뚫지 못하는 보안 체계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현재보다 더 개선될 여지는 있다. 김 교수는 “디벗만의 문제가 아니다. 디지털교과서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하위 인프라 레벨에서부터 근본적으로 학교 교육용에 적합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교사에게 직접 관리 권한 없고 가정서도 교육 어려워  

 

현재 서울시교육청이 제공하는 중학교 디벗 5종은 삼성 갤럭시 탭(안드로이드), 애플 아이패드 9세대(iOS), 삼성 윈도우노트북, 크롬북, LG 웨일북 등 5개 운영 체제 기기로 구성된다. 당초 디벗은 하교 후 학습 지원을 위해 가정에서도 쓰게 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학부모 불만이 끊이지 않자 지난해 10월 디벗 사용 장소에 제한을 뒀다. 내년 디벗이 보급되는 초등학생들은 학교에서만 기기를 사용하도록 하고, 중·고등학생의 경우 각 학교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자율로 정할 수 있게 했다.   

 

2022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서울 서대문구 KT플라자 스마트기기 휴대 학습 ‘디벗’ 배부 현장에서 중학교 1학년 학생들과 시연해보고 있다. 사진=서울시교육청 제공


서울시교육청은 10월 말부터 서울 관내 중학교 400여 곳에 디벗 충전·보관함 3420대를 배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재 학교마다 보관장소 확보 여부는 제각각이다. 중학교 2학년 자녀가 있는 강 아무개 씨는 “자녀들의 스마트폰에는 사용 시간 제어프로그램을 깔아뒀지만 디벗을 사용하면 되니 의미가 없어졌다. 다행히 이번 방학 기간에는 디벗을 학교에 제출하고 왔는데, 주변을 보니 1학년 교실부터 순차 설치하고 있어 집으로 가져가라고 지도한 학교도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가처분 신청에 묶여 있던 충전·보관함 설치 사업은 최근 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아 재개될 예정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기존 1순위 업체 제품이 희망 규격에 부합하지 않아 다소 지체됐다. 9월부터 공급을 재개할 계획”이라며 “학생 수량에 맞게 충전함이 배급된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학교에서 다른 교사들의 AI 디지털교과서 활용을 돕게 될 선도교사 연수 등 교사 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어려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기를 학습용 교재가 학생들에게 보통 ‘놀이용’으로 인식되는 스마트 기기와 합쳐지자 제어의 어려움도 커졌다. 각 운영 체제마다 ‘집중 모드’와 같이 수업 집중도를 높일 수 있는 시스템 등을 갖추고 있지만 아직 구멍이 있다. 시스템 관리나 모니터링도 담임이나 교과 담당 교사에게 직접 주어지지 않는다. 

 

중학교 교사 A 씨는 “판서와 기존 방식으로는 아쉬웠던 부분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과거에도 책상 밑으로 몰래 메시지를 보내거나 딴짓을 하는 학생이 있었지만, 이제는 모든 학생이 수업용 교재를 보고 있어도 다른 콘텐츠를 이용하는 건 아닌지 눈빛과 표정을 읽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의 다른 관계자는 “점차 정교화해 나가는 과정이다. 올 하반기에는 서울시 교육청 단독으로 통합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보다 체계적으로 우회 행위 등을 방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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