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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편집숍 '한스타일' 사업 종료, 명품 플랫폼 '혹한기' 끝은 언제쯤…

트렌비·발란·머스트잇 모두 매출 감소·영업 손실…티메프 사태로 플랫폼 구매 꺼리는 분위기 '우려'

2024.08.06(Tue) 15:05:18

[비즈한국] 1세대 명품 편집숍으로 꼽히는 ‘한스타일’이 사업 종료를 결정했다. 최근 몇 년간 적자가 이어진 한스타일은 구조조정을 추진하며 비상경영에 돌입했으나, 경영 악화가 지속돼 사업을 정리한다. 업계에서는 명품 플랫폼의 거품이 꺼지면서 경영 상황이 위태로운 기업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2001년 문을 연 국내 1세대 명품 편집숍 한스타일이 사업 종료를 결정했다. 사진=한스타일 홈페이지

 

#“한스타일마저…” 업계 술렁

 

지난 1일 한스타일은 회원들에게 서비스 종료에 관해 공지했다. 한스타일 쇼핑몰이 8월 30일 문을 닫고, 이후 순차적 서비스를 종료해 10월 중 사업을 ​최종 ​종료한다는 내용이다. 한스타일이 공지한 안내에 따르면 상품 배송은 9월 4일, 고객 상담 및 회원 이용 서비스 등은 10월 4일 정리될 예정이다.

 

한스타일은 2001년 문을 연 국내 1세대 명품 편집숍이다. 프랑스 디자이너 브랜드 ‘이자벨 마랑’, 핸드메이드 스니커즈 ‘골든 구스’ 등의 브랜드를 국내에 처음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JW앤더슨, MSGM 등의 브랜드를 국내에 독점 론칭했고, 오랜 업력을 바탕으로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등에서 15개의 오프라인 매장도 운영 중이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사업을 크게 확장해온 터라 업계 충격이 크다. 한스타일은 2022년부터 해외 직구 상품을 빠르게 받아볼 수 있는 ‘새벽도착’ 서비스를 제공했다. 오후 11시까지 상품 주문 시 다음 날 새벽 7시 전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다. 지난해에는 국내 패션 브랜드를 대거 영입해 카테고리 확장에 나서기도 했다.

 

한스타일 고객 A 씨는 “메일을 받고 깜짝 놀랐다. 한스타일은 명품 플랫폼 중에서도 믿을 만한 정품을 취급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한스타일이 문을 닫을 정도라니 오프라인이나 온라인몰의 상황이 많이 안 좋다는 게 와 닿는다”고 말했다.

 

비즈한국은 한스타일 사업 종료와 관련해 회사 측의 입장을 듣고자 여러 차례 문의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소비 침체가 이어지면서 명품 시장의 성장세도 꺾이는 분위기다. 사진=박정훈 기자

 

업계에서는 최근 한스타일의 경영난이 심화되는 분위기였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부터 한스타일이 할인 행사를 눈에 띄게 확대했다. 이해가 안 될 정도의 높은 할인율로 판매하는 일도 잦았고, 특히 할인 행사 등으로 5년 이상 묵혔던 재고도 털어냈다”며 “사업 정리 수순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고 전했다.

 

한스타일을 운영하는 리앤한은 지난해부터 구조조정을 감행하며 직원 수를 줄여왔다. 리앤한의 국민연금 가입자 수는 지난해 상반기 200명가량으로 유지됐으나 현재는 20여 명에 불과하다. 2023년 5월부터 연말까지 퇴사한 직원 수는 130여 명으로 추정된다.

 

적자도 지속됐다. 2016년만 해도 102억 원의 흑자를 냈던 리앤한은 2019년 영업이익이 9억 원으로 줄었고, 2020년부터는 적자 폭이 확대됐다. 2020년 78억 원, 2021년에는 57억 원의 영업손실액을 기록했다. 2022년에는 적자가 191억 원으로 확대됐고, 지난해에도 영업손실액이 174억 원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서는 업력이 오래된 한스타일마저 문을 닫을 정도로 명품 시장의 위기감이 높아졌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업계 관계자는 “비단 한스타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반적으로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 우려가 크다”고 말했고, 또 다른 관계자도 “한스타일 외에도 경영 상황이 위태로운 곳이 몇 군데 더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티메프 사태로 패션 플랫폼 이용에 불안감을 느끼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명품 플랫폼 업계는 앞다퉈 안전 거래를 강조하고 나서는 분위기다. 사진=박정훈 기자

 

#성장세 꺾인 명품 플랫폼, 티메프 사태로 불똥

 

명품 플랫폼 업계는 혹한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캐치패션은 경영난이 악화되며 돌연 서비스를 중단해 논란이 됐다. 머스트잇은 올해 초 전 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했고, 작년에는 매입한 지 2년밖에 안 된 서울 강남구 사옥을 매각했다. 

 

지난해 국내 명품 플랫폼 3사의 매출은 전년보다 크게 줄었다. 트렌비는 작년 매출이 401억 원으로 전년보다 55%가량 줄었고, 영업손실액은 32억 원으로 집계됐다. 발란도 지난해 매출액이 392억 원으로 전년보다 56% 감소했으며 99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머스트잇은 매출이 249억 8000만 원으로 전년보다 25% 줄었고, 78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 분위기도 침체됐다. 영국 럭셔리 플랫폼인 매치스패션은 3월 재정난이 악화되며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지난달 사이트 운영을 중단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세계 최대 명품 소비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에서도 명품 기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는 분위기다. 경제 상황에 따라 명품 소비는 영향을 크게 받는데, 경기가 안 좋다 보니 계속해서 명품 소비가 부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하반기 실적 반등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패션 업계 전반이 상반기보다 하반기 매출이 크다 보니 상반기 주춤했던 실적이 하반기에는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최근 티메프 사태로 소비자 사이에서 패션 플랫폼 이용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당분간 탈 플랫폼 소비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소비자들이 안전한 거래 방식을 선호하면서 오픈마켓이나 패션 플랫폼보다는 공식 홈페이지 등을 이용하는 거래에 집중할 것이란 예상이다.

 

이를 의식한 듯 명품 플랫폼 3사는 앞다퉈 안전거래를 강조하는 분위기다. 발란은 지난해 말부터 PG사와 개발 중인 정산대행서비스를 올 하반기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트렌비는 티메프 사태를 계기로 에스크로(제3자에 결제금 예치) 도입을 준비 중이다. 머스트잇도 ‘동종 업계에서 가장 우수한 재무 건전성을 보유 중’이라며 정산 지급 안정성을 언급했다.

 

김대종 교수는 “소비자들이 티메프 사태를 계기로 플랫폼의 신뢰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다. 소비자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플랫폼으로는 쏠림 현상이 일어날 것이고, 그렇지 않은 업체들은 소비자 이용률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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