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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와이너리] 21년 만에 출시된 신상 '필름' 카메라 펜탁스 17

21세기 필름 촬영의 의미와 사용성 고민 흔적…80만 원 대 가격 "비싸지만 합리적"

2024.08.05(Mon) 14:05:48

[비즈한국] 요즘 카메라는 스마트폰부터 전문가용까지 일반적으로 디지털 센서를 사용하지만, 필름만이 줄 수 있는 감성과 현상 인화 과정을 사랑하는 마니아들은 줄어드는 인프라 속에서도 나름의 팁을 나누며 필름 취미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있다. 일본 펜탁스에서 아날로그 마니아를 겨냥한 신제품 필름카메라를 21년 만에 개발하여 최근 시판에 들어갔다. 이 모델의 이름은 ‘​17’으로, 한 번 촬영할 때마다 36mm x 24mm 판형 필름의 절반인 17mm x 24mm를 사용하여 36매 필름 1통으로 72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이는 35mm 규격의 절반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펜탁스는 필름카메라 마니아를 위해 21년 만에 새로운 필름카메라 '펜탁스 17'을 출시했다. 펜탁스 17은 레트로 감성을 살린 금속 바디와 와인딩 레버 등 클래식한 디자인 요소를 두루 갖췄다. 사진=펜탁스 제공

 

대부분의 인기 모델이 단종된 지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신품으로 구할 수 있는 필름카메라는 고가의 라이카 M6 같은 제품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 스테디셀러 니콘 FM10은 플라스틱 소재로 저렴한 외관을 지닌 반면, 펜탁스 17은 21세기에 필름 촬영의 의미와 사용성을 심도 있게 고민하여 개발된 ‘진짜’​ 신제품 필름 바디다. 렌즈는 25mm F3.5 고정식 단렌즈를 사용하며, 자동 노출 모드를 통해 초보자의 촬영을 돕는다. 펜탁스는 끊어진 전통을 되살리기 위해 과거 근무한 숙련공을 수소문하고 생산 라인을 따로 증설했다고 전해진다.

 

펜탁스 17의 디자인을 살펴보면 과거와 현재를 절충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디지털이 대세가 된 지 20년이 넘은 지금, 필름 사용 경험이 없는 사용자들도 수동 조작 요소와 감성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각이 살아있는 금속 바디와 색상 조합에서부터 레트로 감성을 지향하는 디자인 방향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또한 수동 필름카메라에서 빠질 수 없는 와인딩 레버를 포함시켜, 필름을 다음 컷으로 이송하는 과정을 중요한 재미 요소로 유지했다. 필름 리와인딩 레버와 그 주변의 ISO 선택 노브도 예전과 같은 외형을 유지했다. 뒷판에는 필름 종류를 구분할 수 있도록 포장지를 잘라 끼울 수 있는 사각형 플라스틱 프레임을 넣었는데, 이 역시 감성을 자극하는 디테일이다. 바디 가운데에 있는 광학식 뷰파인더는 크고 밝다는 평을 받고 있으며, 초점은 피사체와의 거리를 눈으로 보고 판단하는 목측식으로 간편하게 조작할 수 있다.

 

자동 노출 모드를 통해 초보자도 쉽게 촬영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지만, 높은 가격과 필름 현상・인화 비용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펜탁스 17이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을지는 불확실하다. 사진=펜탁스 제공

 

이렇듯 대중에게 어필할 만한 요소를 두루 갖춘 펜탁스 17의 가장 큰 단점은 제품 외적인 부분에 있다. 80만 원에 달하는 정식 발매가는 합리적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하는 상태에서 추가로 필름 카메라를 즐기려면 부담스러운 가격일 수 있다. 신제품을 단순한 유행을 넘어 장기적으로 자리 잡게 하려면 가격 인하가 필요해 보인다. 또한, 필름 산업의 쇠퇴로 인해 높아진 현상・인화 비용도 걸림돌이다. 결국, 산업 전체의 활성화를 통한 대량생산, 즉 ‘규모의 경제’가 이 모델의 운명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렌즈를 목측식으로 고정한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용도에 따라 교환 가능한 작고 가벼운 렌즈군을 함께 출시했다면, 렌즈 초점링을 돌리는 ‘손맛’과 함께 더욱 클래식한 외관 구현이 가능했을 것이다. 이제 실용적인 편리함만으로는 필름카메라가 살아남기 어렵다. 적당한 실용성과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기 위한 부가 요소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전용 케이스와 가죽 스트랩 같은 고전적 디자인의 액세서리 출시도 시급하다. 펜탁스 17이 잠깐의 유행으로 끝날지, 아니면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을지, 디지털 시대에 등장한 이 필름카메라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한동훈 서체 디자이너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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