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사상 최악의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더위를 피해 휴가를 가려 해도 인기 휴가지의 숙소는 이미 예약이 찼거나 터무니없이 비싸다. 이리저리 숙소를 찾다 보면 여행도 가기 전에 진이 빠지기 마련이다.
아, 언제든 갈 수 있는 내 별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요즘은 인기가 시들하지만, 몇 십 년 전 유행했던 ‘콘도 회원권 분양’이 어쩌면 이런 욕망을 자극한 좋은 비즈니스 모델 중의 하나였을 것이다. 메리어트를 비롯한 유명 호텔 브랜드들이 이러한 ‘타임셰어’ 방식의 공유 휴가지를 제공한 것은 매우 오래되었다.
최근 베를린에서는 전통적 타임셰어 방식보다 좀 더 발전된 형태로 공유 휴가지를 소유하게 해주는 ‘마인(MYNE)’이라는 스타트업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면서 유럽 전역에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는 마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기존 고객이 풀고자 하는 문제에 집중한 ‘공유 휴가지’
예약의 불편함 없이 언제든 갈 수 있는 방법은 휴가지 숙소를 소유하는 것이다. 하지만 보통은 높은 비용과 관리의 어려움 때문에 많은 이들이 이를 포기한다. 마인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마인은 2021년에 설립된 스타트업으로 독일 베를린에 본사를 두었다. 이 회사는 고급 휴양지의 공동 소유권을 관리하는 플랫폼으로 시작했다. 창업자 니콜라우스 토말레스(Nikolaus Thomale)와 파비안 뢰머(Fabian Löhmer)는 많은 사람들이 고급 휴양지를 소유하고 싶어 하지만, 높은 비용과 관리의 어려움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에 집중했다.
마인의 비즈니스 모델은 공동 소유권을 기반으로 한다. 최소 5만 유로(740만 원)의 자본금을 투자하면, 8명의 소유자가 하나의 휴양지를 공동으로 소유하고 사용 권리, 즉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나누어 갖는다. 이 모델은 기존의 타임셰어 방식과 달리 실제 소유권을 제공한다. 소유자들은 자신의 지분만큼 집에 8분의 1의 권리를 갖게 된다.
마인 플랫폼은 시설 관리와 유지보수, 임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 소유자들이 숙소를 편리하게 사용하도록 해준다. 서비스 비용으로 마인에 지불하는 돈은 1인당 월 70~90유로(10만~13만 원)다. 소유자들은 마인 앱을 통해 각기 사용 일정을 조율하고, 휴양지를 사용하지 않는 기간에는 제3자에게 임대해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임대 과정도 마인이 모두 관리해준다. 소유자들이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한다.
#부동산 모델의 혁신에 투자하는 사람들
마인의 서비스는 단순한 소유 이상의 가치를 제공한다. 소유자들은 고급 휴양지를 저렴한 비용으로 소유하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또 마인의 관리 서비스 덕분에 휴양지의 유지보수나 관리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다.
마인이 가장 공들이는 부분 중 하나는 고객이 ‘고급 휴양지의 경험’을 소유하는 것이다. 평범한 숙소를 그냥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고급스럽고 일관된 경험을 제공하는 최고 수준의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신조다. 마인 팀은 소유자들의 요구에 맞춰 숙소를 꾸미고 관리하며, 소유자가 숙소를 사용할 때마다 최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마인은 창립 초기부터 큰 주목을 받았고, 빠르게 성장해 유럽 시장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프랑스 등 유럽 여러 국가에서 사업을 확장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마인은 2023년 7월 투자자들로부터 약 2350만 유로(330억 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 자금은 마인의 성장과 확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이 자금으로 뒤셀도르프의 스타트업이자 경쟁사였던 빌라 서클(Villa Circle)을 인수했다. 빌라 서클은 이전에 스페인, 오스트리아, 독일, 코트다쥐르 등지에서 고급 휴양지를 공동 소유 형태로 판매하는 사업을 운영해왔다. 빌라 서클이 소유한 고급 휴양지와 고객들은 모두 마인 플랫폼으로 이전되었다. 빌라 서클 직원 약 15명도 합류해 마인의 서비스 품질과 확장 능력을 더욱 높였다. 이 인수 덕분에 마인은 더 많은 고급 휴양지를 포트폴리오에 추가하고, 더 넓은 고객층을 확보하게 되면서 시장 지배력을 강화했다.
최근 마인은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프랑스에 이어 스웨덴 시장으로의 확장을 발표했다. 스웨덴은 공유 경제에 친숙하고 구매력이 높은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초기에는 스톡홀름 군도와 북부의 인기 스키 리조트 지역에 위치한 4개의 고급 휴양지를 제공할 예정이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는 독일인에게 인기 있는 휴가지다. 이미 약 1만 명의 독일인이 스웨덴에 휴가용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스웨덴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인프라도 우수해 독일인에게 접근성이 뛰어난 시장으로 평가된다.
스웨덴 시장으로의 확장은 마인의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새로운 시장에서 기회를 탐색하고 고객층을 확대하기 위한 중요한 단계다. 니콜라우스 토말레스는 “스웨덴은 우리 모델이 성공할 수 있는 완벽한 시장이다. 우리는 스웨덴의 공유 경제 문화와 높은 구매력을 활용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들은 계속해서 유럽 내에서의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마인은 이미 있던 비즈니스 모델도 ‘문제 해결’에 집중했을 때 얼마나 새로운 모델이 또 탄생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다. 불평하고 투덜거리는 것 대신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이를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어내는 과정. 이 과정 안에 스타트업 정신이 들어 있다. 사람들에게 휴가지 숙소를 소유하는 꿈을 실현해주는 마인의 예시가 불쾌지수가 높은 지금 같은 여름에 더더욱 마음에 와닿는 이유다.
필자 이은서는 한국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베를린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예술의 도시이자 유럽 스타트업 허브인 베를린에 자리 잡고 도시와 함께 성장하며 한국과 독일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잇는 123factory를 이끌고 있다.
이은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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