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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영배와 '티메프 사태' 유탄 맞은 케이씨인터내셔널

큐익스프레스 '나스닥 상장' 위해 2021년 인수한 글로벌 물류사…미회수 매출채권 매년 급증

2024.08.05(Mon) 14:36:36

[비즈한국]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의 배경에는 핵심 계열사인 큐익스프레스를 상장시키려는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의 야심이 있었다. ​큐익스프레스의 일감을 늘리고 몸집을 키우기 위해 자금이 부족한데도 무리한 인수합병(M&A)을 이어가다, 결국 지금의 사태를 맞았기 때문이다. 큐텐의 품에 안긴 회사 중에는 이커머스뿐만 아니라 물류회사도 있는데, 이 회사의 재정 건전성에도 인수 이후 빨간 불이 켜졌다.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7월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 현안 질의에 출석한 모습. 사진=박은숙 기자

 

구 대표는 큐익스프레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을 준비하면서 다방면으로 회사를 인수했다. 보유 자금의 한계로 재무적투자자(FI)의 투자를 받거나, 피인수 회사의 주주와 지분·채권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사들였다. 이커머스 업체로는 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AK몰·​미국의 위시 등을 사들였고, 그에 앞서 글로벌 물류기업의 프레이트 포워딩(화물 운송 주선·대리·관리) 부문도 확보했다.

 

큐텐은 2021년 10월 큐익스프레스를 통해 코차이나그룹의 포워딩 부문인 코차이나로지스틱스 법인을 인수했다. 박봉철 회장이 이끄는 코차이나그룹은 홍콩에 본사를 둔 한상(韓商) 물류기업이다. 큐텐은 B2B 물류 강화를 목표로 코차이나로지스틱스의 15개국 40개 법인을 프라이빗에쿼티(PE) 등의 투자자와 함께 1000억 원대에 사들였다.

 

당시 큐익스프레스는 “해외직구를 중심으로 한 기존 B2C 부문에 B2B까지 아우르는 글로벌 물류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코차이나로지스틱스와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다. 큐텐의 품에 안긴 코차이나로지스틱스는 2022년 7월 케이씨인터내셔널코리아로 사명을 변경했다. 2023년 7월 10일 김영선 한국 큐익스프레스 대표가 케이씨인터내셔널코리아 사내이사로 취임했고, 이후 대표 자리를 겸직했다.

 

케이씨인터내셔널코리아의 지배기업은 케이씨인터내셔널홀딩스, 중간 지배기업은 큐익스프레스 싱가포르 법인(Qxpress Pte Ltd.)이다. 차상위 지배기업으로 큐텐 싱가포르 법인(Qoo10 Pte. Ltd.), 최상위 지배기업에 지오시스홀딩스(현 큐텐테크놀로지)가 있다. 구영배 대표는 지오시스홀딩스의 최대 주주로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

 

케이씨인터내셔널코리아는 2021년 큐텐에 인수된 이후 매출액은 늘었지만 수익성은 악화했다. 매출은 2021년 251억 원에서 2022년 362억 원으로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4억 원에서 –2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당기순이익도 11억 원에서 –6000만 원대를 기록해 손실을 냈다. 케이씨인터내셔널코리아의 감사보고서는 2022년 사업연도까지만 공시된 상태다.​

 

물류회사인 큐익스프레스는 큐텐그룹의 알짜로 꼽히는 계열사로, 본사는 싱가포르에 두고 있다. 사진=심지영 기자


회사의 재무 현황을 살펴보면 매출채권과 대손충당금이 늘어난 것도 눈에 띈다. 매출채권은 상품이나 용역을 외상으로 판매하고 받는 채권으로 향후 거래 대상으로부터 받아내야 하는 돈이다. 대손충당금은 회수하지 못한 매출채권 중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을 비용으로 처리한 것으로, 재무 건전성을 판단하는 지표가 된다. 2021년 케이씨인터내셔널코리아의 매출채권은 78억 원, 대손충당금은 8000만 원대였으나 2022년에는 각각 130억 원, 8억 원으로 급증했다.

 

여기엔 큐익스프레스 등 특수관계자와의 거래가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쳤다. 특수관계자에 대한 매출은 2021년 126억 원에서 2022년 208억 원으로, 매출채권은 54억 원에서 117억 원으로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특수관계자의 매출액 대비 매출 비중은 2021년 43%에서 2022년 56%로 늘었다. 지배기업 및 관계사와의 거래 매출이 늘었지만, 이들로부터 돌려받아야 하는 외상값의 비중도 커졌다는 얘기다.

 

케이씨인터내셔널코리아 감사를 맡은 한울 회계법인도 이 같은 상황을 지적했다. 감사보고서 강조 사항에는 “보고 기간(2022년) 중 특수관계자와의 매출 및 매입거래가 각각 208억 원, 25억 원 발생했으며 보고 기간 종료일 이후 특수관계자에 대한 채권과 채무는 각각 118억 원, 26억 원”이라며 “향후 특수관계자의 영업 상황에 따라 채권 등의 회수 가능성에 불확실성이 존재할 수 있다”라고 명시됐다.

 

큐익스프레스가 케이씨인터내셔널코리아에 갚아야 할 채무는 지난해에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한국 큐익스프레스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케이씨인터내셔널코리아에 대한 매입채무(재화·용역을 외상으로 매입해 발생한 부채)는 2021년 16억 원에서 2022년 95억 원, 2023년 109억 원으로 증가했다. 반면 케이씨인터내셔널코리아로부터 회수해야 할 매출채권은 2023년 기준 7억 원에 그쳤다.

 

다만 큐익스프레스는 티몬·위메프의 미정산 사태 이후 운영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회사는 7월 26일 안내문을 통해 “큐익스프레스 서비스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큐익스프레스는 변함없이 정상적으로 크로스보더 및 국내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음을 재확인 드린다”고 공지했다.​ 같은 날 큐익스프레스 싱가포르 본사는 마크 리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신임 대표로 선임하면서 구 대표 관련 리스크와 빠르게 선을 긋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큐텐은 인수한 회사의 현금을 적극적으로 끌어다 쓴 것으로 나타났다. 큐익스프레스 싱가포르 법인에 한국 큐익스프레스가 1168억 원, 인터파크커머스는 280억 원, 위메프는 131억 원을 빌려줬다. 앞서 7월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질의에서는 구영배 대표가 2300억 원에 달한 위시의 인수 비용에도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 대금이 흘러 들어갔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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