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클라우드 전략 수술대" MS와 손잡은 KT '광폭 행보'에 숨은 뜻

협업 통해 글로벌 클라우드 운영·관리로 'MSP 전환' 시도…확장성 있지만 기존 사업과 충돌 우려도

2024.08.01(Thu) 17:56:45

[비즈한국] 최근 김영섭 KT 대표가 클라우드 분야에서 광폭 행보에 나서 주목된다. 국내외 클라우드 인프라 수요가 확대되는 가운데 ‘AICT(AI+ICT)’ 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며 클라우드 관리 서비스(MSP, Managed Service Provider) 시장 진입에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MSP는 해외 빅테크 기업의 서비스를 고객사에 외주 방식으로 제공하는 형태다. KT는 글로벌 기업이 배제된 국내 공공 클라우드 시장에서 그동안 점유율 1위 자리를 지켜왔다. 자회사를 통해 자체 클라우드를 운영하고 있는 KT의 MSP 전환을 어떻게 봐야 할까. 

 

KT가 클라우드 분야에서 기존의 사업 전략을 재편하는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영섭 KT 대표(왼쪽)와 마이크로소프트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 겸 이사회 의장이 지난 6월 초 미국 MS 본사에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사진=KT 제공


#MS와 협업 전략 짜기 돌입…올 여름 두 차례 해외 출장

 

KT의 MSP 전환이 가시화되고 있다. 핵심 파트너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다. 김영섭 KT 대표는 지난 6월 초부터 현재까지 MS와 관련한 해외 일정을 두 차례 소화했다. 업계에 따르면 김 대표는 현재 유럽을 방문해 MS 소버린 클라우드 솔루션이 적용된 협업 사례를 둘러보고 있다. 지난 6월 3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주 MS 본사를 찾아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와 AI·클라우드·IT 분야 협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지 2개월 만이다. 

 

앞서 KT는 MS와 △AI·클라우드 연구개발 공동 프로젝트 △한국형 AI·클라우드·IT 서비스 개발 △AI·클라우드 이노베이션 센터 구축 △인재 동반 양성 등을 포함하는 협약을 맺었다. 오는 9월까지 협력 전략과 지원 영역 및 계약 조건 등을 구체화하기로 했는데, 이를 위한 준비 작업에 김 대표가 직접 나선 것이다. KT 관계자는 “현재 클라우드 사업의 지향점을 MSP에 두고 있다. MS와의 협업은 그 일환”이라며 “해외 사례를 확인하기 위한 출장”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상세한 MSP 사업 방향이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업계에서는 MS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 기술을 활용해 공공·금융 부문에 적용 가능한 솔루션을 출시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5년에 걸쳐 KT 사내 전산망을 애저 기반으로 바꾸는 작업도 진행된다. MS는 이탈리아와 네덜란드, 벨기에 등에 유럽일반개인정보보호규제(GDPR) 기준에 맞게 데이터 보호 장치를 적용한 소버린 클라우드를 구축한 바 있다. 네덜란드는 지방자체단체 등 공공 기관이, 이탈리아 등은 기업과 공공부문이 MS 클라우드를 활용하고 있다. 

 

서울 광화문 KT 빌딩. 사진=비즈한국DB


#MSP 전환 ‘돌파구’ 찾지만 우려 나오는 까닭은

 

근 몇 년간 대기업의 시스템 통합(SI)을 담당하는 기업들이 MSP 시장으로 눈을 돌렸지만 KT의 MSP 전환이 가진 함의는 남다르다. KT는 자회사 KT클라우드를 통해 자체 클라우드를 개발해 운영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CS​P, Cloud Service Provider)다. 국내 공공 클라우드 시장에서 KT는 2022년 점유율이 42%로 NHN클라우드(17.2%), 네이버클라우드(15.6%) 비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KT가 애저 등 글로벌 클라우드의 한국 진출 발판을 자처하며 MSP 시장에 플레이로 뛰어든다면, KT 자체 클라우드와 충돌하거나 MSP 부문 기존 협력 관계에 균열이 생길 여지가 있다. 그럼에도 MSP 사업에 나서는 데에는 경쟁력 확보에 난관을 겪는 토종 CSP의 현실이 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KT가 CSP로서 더 이상 생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은 아마존웹서비스(AWS), MS, 구글 등 소수의 글로벌 빅테크가 주도하고 있다. 기술력 차이가 분명한 데다 국내 기업들이 공공 영역에서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던 것도 해외 사업자를 배제하는 시장 구조 덕이었다. 하지만 공공기관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갖춰야 하는 보안인증(CSAP)이 올해 등급제로 개편되면서 국내 기업 사이에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물리적인 서버를 국내에 두지 않는 해외 업체가 제한적으로나마 공공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문이 열리게 됐고, 국내 기업들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에 설치된 KT 부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전력·전기의 품질 등 여러 환경을 따져보면 국내에 클라우드를 세우는 게 유리하지는 않다. 최근 전 세계 MS 클라우드 대란이라는 문제 상황이 발생했지만 현재로서는 KT 등 국내 클라우드가 애저보다 안전하고 뛰어나다고 보기는 어렵다. 경쟁력의 문제”라고 짚었다.

 

자체 클라우드보다 외국산 도입과 구축에 무게 추를 옮기는 KT의 전략에 대해서는 기대감과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김 교수는 “프리미엄 퀄리티를 원하는 수요를 공략할 수 있어 KT도 ‘윈-윈’이 될 것으로 본다. 일반적인 수요는 KT클라우드가 담당하면 충돌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석진 동국대학교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MS와 함께 신뢰성을 강화한 기술을 제공할 수 있고 글로벌 확장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다만 해외 업체와의 비교 우위 확보 등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여 데이터 이관, 안정성 확보 등에서 KT의 역량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클라우드 생태계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신 교수는 “클라우드가 인터넷을 지배하는 시대가 왔고 IT 시장에서 클라우드의 역할은 확대될 것”이라며 “KT 같은 거대 클라우드 사업자가 MSP로 전환한다는 것은 국내 기업의 영역이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다. CSP에서 경쟁력이 없다고 MSP로 빠져나가는 시나리오가 반복된다면 클라우드 시장에서 한국의 주권을 잃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핫클릭]

· '판 더 키운' 롯데몰 송도, 10년 넘게 제자리걸음 벗어날까
· [K팝: 이상한 나라의 아이돌] 연습생은 노동자인가, 학생인가?
· 보고·바보사랑 겪고도 '티메프' 사태…사각지대 놓인 온라인플랫폼 '규제'
· [단독] 서울 강남구 개업의 4명 중 1명은 '전문과목 불일치'
· 대명소노 오너 2세 서경선, 부동산개발업체 계속 설립하는 이유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