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이슈

[단독] 서울 강남구 개업의 4명 중 1명은 '전문과목 불일치'

서울 9944곳 의원 중 경쟁 치열한 강남구 1949곳 전수조사…사직 전공의 받아줄 개원가 상황 제한적

2024.07.31(Wed) 17:35:56

[비즈한국] 개원가는 수년 전부터 ‘포화 상태’라는 말이 나올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이렇다 보니 전문 과목이 아닌 다른 과목을 진료하거나 전공의 수련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일반의 자격으로 바로 개원하는 사례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사직 전공의까지 개원가에 대거 유입될 것으로 보여 환자단체들에선 의료 질의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지역 내 의원 수가 가장 많은 강남구의 경우 전문 과목과 진료 과목이 얼마나 일치하는지 살펴봤다.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전공의, 의대생들이 휴진 결의 집회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날 서울대 의대와 서울대병원 교수들의 50% 이상이 전공의 사태 등의 해결을 요구하며 집단 휴진에 나섰다. 사진=최준필 기자

 

#34%가 “전문 과목과 진료 과목 다르거나 일반의”

 

30일 기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의원의 34%가 전문 과목이 아닌 다른 과목을 진료하거나 전문의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의료기관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신고한 내용을 바탕으로 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병원 종류별 찾기’ 항목에서 종류 ‘의원’, 진료과목 ‘전체’, 지역 ‘서울 강남구’를 설정해 의료기관별 진료과목 및 의사 현황을 들여다봤다. 서울 지역 의원 9944곳 가운데 가장 많은 1949곳이 있는 강남구 상황을 전수 조사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490곳(25.14%)이 전문 과목과 진료 과목이 일치하지 않았다. △전문 과목을 진료하지 않거나 △전문 과목 외에 다른 진료 과목을 같이 두거나 △의원명에서 전문 과목을 제외한 경우 등을 포함했다. 결핵과, 핵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등 특수한 과목을 전공한 경우는 24곳(4.89%)인 반면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147곳으로 전체 비일치 기관의 30%를 차지했다. 전공의 수련을 거치지 않고 일반의로 개원한 경우는 174곳으로 8.92%에 달했다. 

 

예방의학과, 진단검사의학과, 병리과 등 특수한 과목을 전공했더라도 전문 과목이 아닌 피부과, 성형외과, 내과 등을 진료 과목으로 두는 경우가 많았다.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피부과와 성형외과를 하는 사례도 발견됐다. 진료 과목 전문의가 없는 일반 의원은 가정의학과, 산부인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의 숫자가 두드러졌다. 한의과가 있는 곳은 한 곳으로, 이곳은 재활의학과 전문의와 함께 외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등을 진료 과목으로 운영했다. 

 

의료기관별 현황을 통해 의료자원 쏠림 현상도 확인할 수 있었다. 병상수가 30개 미만인 의원의 경우 서울에 9944곳이 등록돼 있었다. 자치구별로 들여다보면 강남구가 1949곳으로 전체의 19.59%가 몰려 있다. 이는 하위권 자치구 9곳을 합한 숫자와 엇비슷하다. △서초구 868곳 △송파구 633곳 △강서구 474곳 △강동구 425곳 순으로 뒤를 이었다. 상위 5개 지역구 내 의원 수를 합하면 4349곳으로 전체의 43.73%다. 의원 수가 가장 적은 자치구는 용산구(157곳)였다. 

 

#“​낮은 수가, 경쟁력 극복 위해 일반 의원 개원”

 

전문 과목을 살리지 않고 일반 의원으로 개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원가는 △낮은 수가 △경쟁력 저하 △늘어나는 일반 의원 등을 이유로 꼽는다. 개원 20여 년 차인 전문의 A 씨는 “일반 외과를 전공했지만 수가가 낮다 보니 피부과 등을 진료하는 일반 의원으로 개원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흉부외과 전문의도 정맥류 수술을 주로 하는 일반 의원으로 개원하고는 한다”며 “반면 소위 잘나가는 과로 분류되는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정재영(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은 본인 전문 과목을 대부분 내건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6일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과 한수영 병원간호사회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의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청문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A 씨는 “전공 과목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본주의 사회이기에 그 과목으로 경쟁을 할 수 없으면 일반 의원으로 개원해서 다른 길을 걷고자 하는 것”이라며 “내과나 소아청소년과도 예전에는 인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아이들이 별로 없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도 일반 의원으로 돌리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문의를 따지 않고 일반 의원을 개원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져 이들과 겨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복귀 시한으로 제시한 지난 15일까지 복귀 의사를 밝히지 않은 전공의의 수는 1만 여 명으로, 이들 일부는 전문의 자격 취득을 포기하고 개원가로 나오는 것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이 어디로 향할지 ​정부와 의료계가 ​주시하는 가운데 최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시의사회에 “사직 전공의들이 개원가에 취직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개원가 내부에서는 미용 등을 중점적으로 하는 병의원이 아닌 이상 사직 전공의들의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대개협)는 대한의사협회와 공조해 TF팀을 구성하고 사직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진로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TF 위원장은 박근태 신임 대개협 회장이 맡는다. 박근태 대개협 회장은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모든 사직 전공의가 취직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취직이라는 개념보다는 개원가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다. 세미나를 여는 방안도 있다”며 “공부를 지원하거나 개원가의 경험을 제공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사직 전공의들은 전문의를 따려고 했던 이들이지 않나. 그래서 이들 대다수는 나중에라도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퇴로를 만들어줘야 했는데 그러지 않아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는 것”이라며 “이들은 지금 ‘단일대오로 움직이자’라는 생각이 굉장히 강하다. 이들이 사직 초반에 언급한 원점 재논의에 대해 정부의 태도가 바뀌지 않으니 전공의들이 돌아가지 않는다. 대개협은 중간에서 도와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핫클릭]

· [비즈피플] 돌려막기 실패한 구영배 큐텐 대표 "시간을 주시면..."
· 4대 금융지주 상반기 '역대급' 이자 수익에도 '상생'엔 소홀
· [K팝: 이상한 나라의 아이돌] "15년 노예계약서, 변호사 상의하려니 안 된다더라"
· '간접비 받기 참 어렵다' DL이앤씨, 정부 상대 소송서 패소한 까닭
· [대기업 총수 자택 공시가격⑨] 단독주택보다 고급 아파트 선호하는 준대기업 회장님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