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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진의 계정공유] 하균신의 열연에 '감사합니다'

기업 저승사자 '감사팀' 신선한 소재 눈길…주인공 비중에 따른 캐릭터 불균형 '옥의 티'

2024.07.31(Wed) 10:10:06

[비즈한국] 드라마 ‘감사합니다’는 흔히 생각하는 고맙다는 의미의 감사(感謝)가 아닌, 사무나 업무의 집행 또는 재산의 상황·회계의 진실성을 검사하여, 그 정당성 여부를 조사하는 감사(監査)를 하는 감사팀을 내세운다. 지금껏 드라마에서 감사팀이 등장한 적은 있지만, 그들이 주인공으로 전면에 등장한 적은 없었던 만큼 신선함에선 단연 돋보인다. 게다가 ‘하균신(​)’이라 불리는 신하균이 주인공인 오피스물이니 안 볼 이유가 없는 셈.

 

드라마에서 기업 비리가 터지면 언제나 감사 박스를 들고 나타나던 감사팀의 이야기를 다룬 ‘감사합니다’. 기업의 저승사자라 불릴 만한 이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제대로 들여다 본 최초의 오피스물이다. 사진=tvN 제공

 

‘감사합니다’에서 무대가 되는 JU건설은 국내 굴지의 건설회사이자 한때 재계 순위 12위까지 올랐던 대기업. 그러나 지금은 몇 년째 적자가 이어지고 있고, 하다못해 구내식당마저 비리의 정황을 의심할 정도로 형편없는 품질을 보여주는 상황. 여러 건설회사의 감사팀을 전전하며 횡령과 배임 등 각종 사건사고로 회사를 갉아먹는 ‘쥐새끼’들을 소탕하는 신차일(신하균)의 이번 회사는 JU건설이다. 면접 전부터 구내식당에 들러 회사의 상황을 파악하며 문제점을 낱낱이 까발리는 그는 사람을 믿지 않고 증거를 믿는 지극히 이성파, 요즘 말로 ‘극 T 성향’의 사람이다. 

 

반면 JU건설에는 ‘극 F 성향’이 넘쳐난다. 특히 감사팀에서 일하면서도 아버지처럼 친근한 현장소장에게 구두를 선물 받는 것에 개의치 않고, 팀 진행비가 남았다며 동료 윤서진(조아람)에게 법인카드로 택시를 타라고 권하는 감사팀 막내 직원 구한수(이정하)가 그렇다. 자신을 가로막는 남에겐 무자비하지만 나의 사람들에겐 한없이 따스한 부사장 황대웅(진구)이나 황대웅에게 딸랑딸랑 충성을 바치는 상무 양재승(백현진) 등 빌런 포지션은 물론, 양재승에게 정보를 갖다 바치며 호시탐탐 감사팀장 자리를 노리는 차장 염경석(홍인)과 발 넓고 정 많은 과장 옥아정(이지현), 사람 좋은 평화주의자 대리 문상호(오희준) 등 매사에 정확한 것을 좋아하는 윤서진을 제외하곤 감사팀 직원들도 냉철하고 깐깐해야 할 감사팀의 기본 소양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플로리다 지사 발령을 꿈꾸며 감사팀에서 3년간 근무하려던 구한수. 사람을 믿지 않는 신차일 팀장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의 활약에 도움을 받는 사람들을 보며 점점 감사팀의 역할을 제대로 배우게 된다. 사진=tvN 제공

 

어찌 보면 따스하지만 상당히 안일해 보이던 감사팀에, 신차일 팀장의 등장은 날벼락 그 자체. 강풍에 의한 재해로 수습 중이었던 타워크레인 전복 사고를 파헤치기 시작한 신차일은 부실 타워크레인을 납품하고 이로 인해 뇌물을 주고받은 허위납품과 횡령 등의 증거를 찾아내며 회사의 실세였던 전무 서길표(김홍파)를 날려 버리기에 이른다. 이후로도 나눔 주택정비 사업비 34억 횡령, 건설현장 식당 운영권 비리 등 차근차근 회사를 갉아먹는 낡고 잘못된 관행들을 샅샅이 색출해 낸다. 

 

신차일이 휘젓고 다니는 건설업계는 리베이트 수수 관행이 만연한 것으로 익숙한 업계다. 전 국민에게 익숙한 아파트 부실 시공 논란이나 올 초부터 끊임없이 있었던 건설업계 위기설을 생각하면 ‘감사합니다’가 건설회사 감사팀을 배경으로 한 것은 굉장히 현실에 밀착한 이야기로 보인다. 그렇다고 스릴 넘치는 기업 비리만 겨냥하는 건 아니다. 거액의 횡령이나 기술 유출 같이 규모가 큰 사건 외에도 직장 내 괴롭힘, 채용 비리 등 생활밀착형 에피소드를 다루며 시선을 끈다. 

 

JU건설의 부사장 황대웅과 JU건설 감사팀 막내 직원 윤서진. 사적으로는 삼촌과 조카로 서로를 부르는 이들의 관계는 8화에서 채용 비리 문제에서 발각되며 남은 이야기에서 큰 여파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사진=tvN 제공

 

소재도 좋고, 접근 방식도 좋고, 몰입도 좋은데, 아쉬운 건 캐릭터 간 균형이다. ‘감사합니다’는 신차일이라는 돈키호테형 주인공이 돋보일 수밖에 없는 포맷. 단연 돋보이는 건 신차일이지만 그를 뒷받침하는 캐릭터가 잘 받쳐줘야지 이야기와 감정선이 풍부해지는 건 당연하다. ‘감사합니다’는 극과 극 성향의 신차일-구한수를 멘토-멘티로 묶어 함께 성장하는 수순으로 나아가는데, 이들의 불균형이 점점 심각하게 여겨진다.

 

신차일 역의 신하균은 감정을 극도로 배제하면서도 시청자에게 그 내면의 차가운 열정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반면, 다소 어린아이 같으면서도 순수한 열정으로 시청자에게 어느 정도 따스한 응원을 받아야 할 구한수는 캐릭터 자체의 ‘민폐성’도 그렇거니와 그를 연기하는 이정하의 어색한 연기가 시너지를 내며 시청자에게 답답함을 사고 있는 것. 사람을 신뢰하는 것도 좋고, 사람 사이의 정을 중요시하는 것도 좋지만, 자신이 믿는 것엔 앞뒤 안 가리고 뛰어들다 사고를 치는 구한수 캐릭터는 매사에 사고를 친다는 느낌을 강하게 줄 뿐이다. 기술개발실의 직장 내 괴롭힘과 기술 유출 혐의를 밝혀내고자 박 과장(이중옥)의 컴퓨터를 무단으로 해킹하는 그의 모습에선 머리를 짚을 수밖에. 

 

건설현장 식당 운영권 비리의 정황을 파헤치기 위해 현장을 찾은 구한수와 윤서진은 황대웅 부사장과 양재승 상무를 마주친다. 대외적으로는 접점이 없는 황대웅과 윤서진이 마주하면서 황대웅의 반전 매력이 돋보였던 장면. 사진=tvN 제공

 

때문에 멘토와 멘티가 함께 성장한다는 제작진의 의도와 다르게 다각도의 면모로 반전 매력을 선보이는 황대웅 부사장과 신차일의 대립, 신차일을 영입했으나 경영권을 두고 모종의 꿍꿍이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황세웅 사장(정문성)과 신차일의 관계에 더 집중하게 된다. 일대일 대립 구조에서 극한의 매력을 발하는 신하균이 진구나 정문성과 대면할 때는 긴장감과 몰입이 쫀쫀한데, 엄연히 주연인 이정하와 함께할 때는 느슨해지고 심하면 짜증이 일어날 정도란 건 문제. 남은 방영분에서 이를 해결해야 더 좋은 퀄리티의 드라마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12부작인 ‘감사합니다’는 기업 비리에 맞서는 신차일의 활약을 지켜보며 8화까지 방영을 마쳤다. 이제 남은 부분에선 황씨 삼형제의 경영권 문제와 결부되면서 드라마 초반 구한수와 윤서진이 주고받던 감사팀 직원의 한계를 뚫을 수 있을 것인지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감사팀 직원이 회사의 경찰 같지 않나냐는 구한수의 말에 윤서진은 “감사팀 직원은 사익을 위해 월급 받고 일하는 회사원이죠”라고 답한 바 있다. 신차일의 종횡무진 활약이 월급 받고 일하는 회사원의 한계를 벗어나 건설업계의 낡은 문화를 청산하는데 성공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기술개발실에서 일어난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해 조사하다 신차일과 감사팀은 기술 유출 혐의까지 포착한다. 문제는 회사의 사활을 건 프로젝트가 이 때문에 무산되면서 사장의 신임까지 잃었다는 것. 사진=tvN 제공

 

상위 1% 재벌을 다룬 막장 드라마의 자극성은 없지만, 현실에서 이런 인물이 하나쯤 있었으면 하는 판타지성을 놓치지 않은 ‘감사합니다’. 요즘 볼 만한 드라마가 별로 없다며 TV를 멀리 하는 중이라면 시청을 권한다. 신하균의 차갑고 뜨거운 열연에 감사하며 보게 될 것이다. 

 

필자 정수진은?

여러 잡지를 거치며 영화와 여행, 대중문화에 대해 취재하고 글을 썼다. 트렌드에 뒤쳐지고 싶지 않지만 최신 드라마를 보며 다음 장면으로 뻔한 클리셰만 예상하는 옛날 사람이 되어버렸다. 광활한 OTT세계를 표류하며 잃어버린 감을 되찾으려 노력 중으로, 지금 소원은 통합 OTT 요금제가 나오는 것.

정수진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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